임대차3법 시행을 계기로 불거진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시행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했던 전세공급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은행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지고 있어 무주택 서민의 고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지금의 사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대책이 효과는 커녕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난이 계속 이어져 서민들의 피해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을 위한 정책기조 수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중단과 다름없는 전세대책…잡히지 않은 전세난에 서민 피해 급증
지난해 정부가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임대차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도입 이후 전세가격 폭등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임차인 보호 위주의 편향된 내용을 확인한 임대인들이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며 임차매물을 거둬들이고 서둘러 임대료를 올리는 등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선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공급 계획까지 발표하자 전세수급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 됐다. 주택매입 대신 신규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이들이 전세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를 시작으로 전세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해 서울, 나아가 전국으로 전세실종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폭등한 전세시세가 매매시세를 밀어 올리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대란을 해소할 대책을 내놨다. 전세대책의 골자는 2022년까지 11만 4000호(수도권 7만 호)의 전세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계획한 공급 물량의 40%인 4만9000호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서울의 공급물량은 8900가구에 달했다.
공급형식은 △공공임대 공실 활용 △공공전세 주택 △신축 매입약정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등이다. 정부가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비어있는 집이나 상가, 호텔까지 활용해 단기간 전세 공급 물량을 늘려 전세난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정부는 단순 공급을 넘어 공급의 질까지 높여 중산층도 거주하고 싶은 임대차 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평형을 넓히고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펼칠 것이라는 청사진도 자신 있게 제시했다.
실행의지 없는 전세대책에 서민피해 급증…거듭된 악재에 전세대란 앞으로 더 심화 전망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발표 6개월이 훌쩍 지난 현재 정부의 공언은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올해 2만1000호의 가구를 계약할 예정이었던 신축 매입약정 계약 규모는 1400가구에 그쳤다. 공공전세 주택은 900가구 불과했다. 호텔을 리모델링해 주택으로 공급하겠는 방안인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계약 건수는 0건이었다.
정부의 전세대책이 사실상 ‘전면 중단’에 가까운 수준에 머무는 사이 전세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6월 셋째 주부터 지난달까지 10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1·19 전세대책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실수요자의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박태훈(30대) 씨는 “아파트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서 주말마다 전셋집을 알아보지만 절망적이다”며 “이 동네에는 전세매물이 씨가 마른 데다 그나마 나오는 매물도 기존 시세보다 1억~2억원씩 높은 고가 매물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민 김지원(가명) 씨는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세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요즘 집주인들은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크게 올리려고 한다”며 “전셋값이 오른 데다 매물까지 없는 상황이다 보니 호가를 어떻게 올려도 거래가 되는 게 문제다. 부르는 게 값이 된 만큼 서민들은 대출을 끌어모아도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할 지경이 돼 월세살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셋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은행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전세난에 따른 서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전세값이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부동산 밀집 지역 전경.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전세시세 또한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대출액이 크게 늘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전셋값 급등을 타고 전세자금대출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시중은행은 속도 조절을 위해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세대출 금리 인상하거나 신규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최근 전세대출의 최대 우대금리 폭을 0.1%p 낮춘 데 이어 3월에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도 0.2%p 내렸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말 우대금리 폭을 0.2%p 하향 조정한 뒤 전세대출이 계속 확대되자 결국 지난달 모든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집주인이 소유한 기간이 6개월 이하인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한발 후퇴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세공급이 미비한 상황에서 은행이 전세대출의 문턱까지 높이려 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전·월세 시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데 그 첫 걸음은 기존의 정책기조 수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금의 전세대책은 공급량도 많다고 보기도 어렵고 공급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앞으로 전세 시장을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세 시장은 민간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뒤로 한 채 임대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행보만 이어가고 있으니 전세 시장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규제를 없애 임대인을 양성화시키는 방안 뿐이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매매시장까지 밀어 올리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세 안정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세를 잡으려면 시장에 넘치는 월세를 전세로 전환시켜 공급을 늘리면 된다”며 “이를 위해선 전세로 내놓은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해 민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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