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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사실상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이 언급되면서 우리나라 부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각종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까지 더한 가계 빚) 잔액이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대비 증가액도 사상 최대 규모인 15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예금 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도 작년 1분기보다 176조6000억원이 늘어난 1435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것만 합쳐도 3200조원이 넘는다. 금리가 1% 오를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30조원이 넘게 늘어난다.
이러한 빚은 민간부문 뿐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23.5%를 기록하며 33개국 평균(12.8%)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공공부문 부채가 많은 일본(17.2%)보다도 6%p 이상 높고 OECD 33개국 중 가장 큰 수치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30조원 상당의 추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걷힐 것으로 예측되는 추가 세수가 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기본대출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한 ‘기본대출’이 법안의 형태로 드러난 것이다. 이 내용을 보면 19~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연 3% 금리로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행 후 5년 동안 400만명에게 총 40조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증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담당하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손실을 대신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푼 결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상승하며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연준이 올해 안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도 이를 의식해서 국내외 경제주체 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긴축에 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풀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도 국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언제까지 금리인상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금리 인상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한 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모럴해저드를 부를 수 있는 기본대출까지 이뤄진다면 가계부채는 폭발적으로 늘고 물가 상승 압력은 거세지는 등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와 여권은 선심성으로 의심 받을 수 있는 정책과 공약에서 손을 떼야 한다.
최근 이재명 지사는 기자들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 “가짜 약장수들이 평소에 잘 못보던 정말 희귀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들을 모아 놓은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약 팔 수 없다.” 민주당의 경선 연기론을 두고 한 말이지만 기본대출에도 적용된다고 본다면 과한 생각일까.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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