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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보건소 내에 불만 가득한 표정의 시민들이 줄을 섰다. 3일부터 시행된 코로나19 진단 검사 체계의 변화에 대한 문의 때문이다. 한 시민은 “보건소에 몇 시간 동안이나 아무리 전화해도 받질 않아 안되겠다 싶어 직접 보건소에 방문하게 됐다”며 “자가검사를 진행했을 때 음성이 나왔으나 정확한 검사를 위해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가능한지 문의하려 했는데 간단한 문의임에도 직접 방문해야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문의를 위해 서울시 내 보건소에 전화를 걸면 ARS(자동응답시스템)는 문의가 증가해 상담사 연결이 어렵다는 내용과 간단한 행정업무는 ‘챗봇 서울톡’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라는 내용을 안내하고 연결이 끊겼다. ‘서울톡’은 인공지능 상담사로 정해진 문의사항에 대해서만 답변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사정을 반영한 문의는 어려웠다. 이에 불편을 느낀 시민들이 보건소에 직접 방문해 문의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3일 새로운 코로나19 검사체계를 도입했다. PCR 검사 대상을 한정하고 자가검사키트, 신속항원검사 등을 확대해 검사체계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60세 이상 고령층 △PCR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은 사람 △역학적 연관자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근무자 등을 우선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한다. 이밖에 유증상자와 무증상 검사 희망자는 선별진료소·호흡기클리닉 등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확진자와 접촉자의 격리관리기준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확진자의 경우 격리기간이 접종완료자(3차접종 혹은 2차 접종 후 90일 이내) 7일, 미완료자 10일 간 격리했어야 하지만 9일부터 접종력과 관계없이 7일간 격리하는 것으로 통일됐다. 확진자는 격리기간 후 PCR 검사를 별도 진행하지 않고 격리 및 감시가 해제된다.
접촉자의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확진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5분 이상 대화한 경우 밀접접촉자로 분류했으나 ‘동거인 중 예방접종 미완료자’와 ‘감염취약시설 밀접접촉자’만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한편 확진자들은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최정훈(가명) 씨는 확진을 받은 후 ‘독립된 공간에서 격리하고 있으면 보건소 직원이 차례로 전화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니 기다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받았다. 이후 오랜시간 격리해 대기했지만 보건소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만약 증상이 악화되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조차 안내받지 못해 불안하다”며 “목이 잠기고 기침이 나와 종합감기약이라도 복용해야 하나 싶었지만 복용해도 되는지 안내를 받지 못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현장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며 진단검사 정보시스템을 개편하고 검사체계를 간소화했지만 지침이 자주 변경되는 탓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침이 변경된 지 일주일 가량이 흘렀음에도 확진자들은 불안에 떨고 보건소 내 전화 대응을 하는 사무실 직원들은 수화기를 손에서 놓는 일이 없었으며 문의를 위해 보건소에 방문한 사람의 줄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줄 만큼 늘어서 있었다.
정부가 의료인력의 업무량을 배려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국민 불안·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새로운 검사체계에 적응하는 기간을 두는 계도기간도 현장 혼란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방역 현장 인력의 분야별 간담회 등을 통해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상담사 인력 충원 및 채팅 상담 시스템의 고도화·세분화 등으로 현장 혼란에 대한 대응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조치는 현장 인력이나 국민 모두에게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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