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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첫 재판이 6일 열렸다. 재판에서 구현모 대표는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이날 오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의 첫 공판을 열였다.
KT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후 되팔아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11억5000만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37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KT는 임직원과 지인 등 명의로 100만~300만원씩 분할해 후원회 계좌에 이체하는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현모 대표 및 KT 전·현직 임원 10명은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구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원의 후원금이 전달됐다.
검찰은 구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구 대표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구 대표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구 대표는 공판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를 부정했다. 구 대표는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도 몰랐고 이것을 통해서 얻은 이득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대관업무팀(CR) 부문에서 정치자금 관련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 건을 설명하기도 어려워 우리 경영진들이 파렴치한 사람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구 대표의 변호인 또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불법 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무상 횡령죄는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후원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이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원 9명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해당 사건의 첫 공판은 다음 달 4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KT 이사회는 2019년 말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죄로 검찰 수사를 받던 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하면서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을 내세운 바 있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들은 구 대표의 벌금형 선언 당시 해당 조건을 근거로 구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지만 KT 이사회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한국투명성기구에 기고한 글을 통해 “KT가 시간벌이용 소송전을 전개하며 범죄 연루 임원들의 자리를 계속 보전해주고 있다”며 “횡령 사범으로 벌금 선고 받은 사내이사들이 성과금을 받으며 벌금 낼 돈을 모으는 기막힌 막장극이 이사회의 연출로 지금 KT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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