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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출셋길 코앞에서 뜻을 접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정색하고 정치권에 입문한 인사가 총리나 장관 같은 임명직이나 국회의원·서울시장 같은 선출직 큰 벼슬 앞에서 머뭇거리는 건 ‘바보’다. 하지만 때로는 바보스러운 선택이 현자의 선택보다 나을 수가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고사했다. 박 전 장관이 내세운 불출마의 변은 투병 중인 노모 병간호였다. “평생 처음 ‘어머니 곁을 지켜야겠다’ 마음 먹게 한 어머니의 야윈 몸을 보니 끝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선의 충격을 반전시킬 새롭고 큰 장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고 불출마의 변을 내놨다.
물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패한 충격의 여파도 있겠지만, 어쨌든 깔끔하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들어설 때 초대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출신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느닷없이 “평생 뒷바라지 한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총리직을 고사했다”며 물러난 일이 있다. 역시 깔끔한 퇴장으로 그의 이미지는 지금도 호의적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공평하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학식도 지위도 없다. 살아온 이력에 따라 죽음에 즈음해, 때론 사후에 평가를 받는다. 남들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 공직은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감내하기 어렵다. 입문할 때는 화려하지만, 어느 한순간 삐걱하면 추해지기도 한다. 역대 정치인들의 불출마의 변을 음미해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
2012년 새누리당 홍정욱 의원은 “벼슬을 하는 자는 직분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며, 4선의 이해봉 의원은 “굴절 많았던 우리 역사 속에서 저만 유독 은덕을 많이 입었다. 무겁고도 엄정한 공직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하며 정계를 떠났다. 김도읍 의원은 공수처 법안 통과에 “헌법을 수호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모두 나름 자신을 성찰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불출마의 변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정치는 알면 알수록 정나미가 떨어진다” “우리 당은 ‘역사의 민폐’ ‘생명력 잃은 좀비’다. 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몸담았던 당의 해체를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도 있다. 불출마의 변에도 품격이 보인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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