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피해액이 3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협력사들이 “파업으로 12개사가 폐업했다”며 정부의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대우 노조 측은 “공멸할 수 없다”며 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극심한 노사분규가 노사 갈등에서 노노(勞勞) 갈등으로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업계에는 부활 조짐이 일었다.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가 잇따르면서다.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인도할 예정인 수주 잔량(Orderbook)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6척을 수주해 수주 잔량이 38척으로 증가했다. 컨테이너선 가격도 척당 7.5~11.6%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은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계약 해지 등으로 1분기에 4700억원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 비율도 547% 늘었다. 다행히 최근 선박 발주가 살아나며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파업이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1%인 120여명이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불법 점거해 선박 진수 작업이 막힌 상태다. 6명은 건조 중인 운반선의 15m 높이 난간에서 지난달 22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고, 1명은 부피 1㎥짜리 철 구조물 안에 들어가 농성 중이다. 하청노조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를 대상으로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청노조는 또 대우조선해양이나 KDB산업은행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만약 이들이 교섭에 나서면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다.
독은 부위별로 제작한 여러 개의 블록을 모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작업장이다. 독이 멈추면 건조한 선박을 진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공정도 마비된다. 이 때문에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연기되면서 회사 측은 지난달에만 28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고 이달에도 매일 260억원의 추가 파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는 하청지회에 불법 파업 중단을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자 대우조선해양 노조 측이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을 보이며 노노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 8600명 중 4700명이 가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조직 형태 변경안’에 전체 조합원의 41%(1970여명)가 찬성 서명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8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으나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하청지회의 점거 농성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사태 해결에 도움을 못 주고 있는 금속노조를 탈퇴키로 하고 조합원 서명이 담긴 문서를 노조 집행부에 전달했다. 조직 형태 변경안은 전체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총회 안건으로 상정되고, 일주일 안에 조합원 총회에서 재적 인원 과반수가 투표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탈퇴가 확정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 가입 4년 만에 다시 기업별 노조가 된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선소 마비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공권력 투입이라고 보고 있다. 하청지회가 스스로 물러날 가망은 안 보이고, 대우조선은 이들을 강제로 해산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정한 법집행은 어려워지고, 제3자 개입 가능성만 높아진다.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농성사진을 올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 후원금을 냈다”며 개입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국정 철학인 공정과 상식이 어떻게 적용될지 좌파를 포함한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