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기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보험금 회수율은 크게 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년간 보험사기 적발액은 무려 4조원을 넘었으나 환수율은 10%대에 그쳤다. 환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지급한 보험금을 다 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선량한 다수 보험가입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로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면 보험료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적발 건수 관련 기본 통계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보험사기 연간 1조원에 육박
금융감독원의 ‘국내 보험사기 적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총 45만1707명, 금액은 총 4조2513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험사기 규모를 살펴보면 인원은 손해보험 40만8705건(90.5%), 생명보험 4만3002명(9.5%)이다. 금액은 손해보험 3조8931억원(91.6%), 생명보험 3583억원(8.4%)으로 손해보험업권의 보험사기가 많았다.
지난 5년간 연도별 전체 보험사기 적발인원을 살펴보면 △2017년 8만3535명 △2018년 7만9179명 △2019년 9만2538명 △2020년 9만8826명 △2021년 9만7629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7년 7302억원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09억원 △2020년 8986억원 △2021년 9434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보험사별 보험사기 적발 인원을 살펴보면 손해보험의 경우 삼성화재가 10만2460명(25.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DB손해보험 8만9227명, 현대해상 8만7116명 등의 순이었다. 생명보험은 삼성생명이 2만2571명(52.5%)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교보생명 3381명, 동양생명 2902명이 뒤를 이었다.
적발금액 규모별로는 손해보험의 경우 삼성화재가 1조403억원(26.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현대해상 8946억원, DB손해보험 8440억원 등의 순이었다.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 673억원(18.8%)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교보생명 479억원, 라이나생명 430억원 등 이었다.
환수율은 10%대에 불과
하지만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금액에 대한 환수 실적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들이 이 피해 규모를 꼬박꼬박 대신 메우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성실한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금융 당국은 보험사기 조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국민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보험사기 대응 인프라를 정비하고 새로운 유형의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보험사기범이 상습 또는 여러 건의 사기를 동시에 저지르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그 규모는 적발 인원보다 훨씬 더 클 것임에도 금융 당국이 보험사기 적발 건수 관련 기본 통계 조차 없다는 것은 사실상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권별로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환수 규모를 살펴보면 손해보험의 경우 5년간 적발된 보함사기 금액 3조8931억원 중 환수된 금액은 1267억원으로 환수율은 고작 15.2%에 불과했다. 생명보험 역시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 3583억원 중 환수된 금액은 319억원으로 환수율이 17.1%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 적발금액 환수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보험금 환수는 사법조치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온 이후 환수조치가 되기에 종료 시점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지급된 보험금이 이미 다 소진돼 환수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보험업계와 공동으로 보험사기 의심 보험금 청구건 선정 기준에 대한 일반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5대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5대 기본 원칙은 △치료근거 제출 거부 △신빙성 저하 △ 치료·입원 목적 불명확 △비합리적인 가격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 등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5개월간 지방자치단체, 손해보험협회 등과 함께 전국 소재 병·의원 500여개를 직접 방문해 교통사고 입원환자 관리 실태에 대한 민·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시정 사항 미조치 시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정벌칙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과태료를 부과받는 걸 감수하더라도 다수의 가짜 환자를 받는 게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기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은 총 8건이다. 최근에 발의된 것은 지난달 17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 12명이 제출한 법안이다.
이 의원 등은 보험사기 벌금액을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한 법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최근 한 보험사기사건이 주목받으면서 보험사기죄의 형량을 높여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벌금형은 징역형과 함께 형사처벌의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로 벌금형을 현실화해 범죄 억지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앞서 5월12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제출한 법안은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행법이 특별법으로 제정·시행된 이후에도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생계형의 소액 보험사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김 의원 등은 “보험사기의 경우 형사적 처벌이 되더라도 부당 청구된 보험금의 환수를 위해서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행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자료요청 권한 부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사기행위 알선·권유 또는 유인하는 내용의 게시물 삭제 등 조치 가능 △보험사기행위 알선·권유 또는 유인 시 처벌 근거 마련 △보험사기 유죄 확정 시 보험금 반환의무 부과 보험계약 해지 허용 등이 담겨져 있다.
이 외에도 △자료제공 요청권 △보험업 종사자 가중처벌 △보험금 환수권 △보험사기 유인행위 제재 △입원 적정성 심사제도 개선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한 보험금 환수 등도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철저히 환수하는 게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불법적 이익은 시간이 지나도 박탈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보험사기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이라는 보험법 리뷰 기고를 통해 “보험사기 유죄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보험사기 적발 유인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환수권 규정을 도입하고 환수권에 대해서는 ‘보험사기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3년’ 과 같은 별도의 소멸시효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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