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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이 불과 1주일여 남은 상황에서 경찰조직의 내부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휴일인 24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전국 경찰서장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회의를 개최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즉석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경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저는 이제 공무원을 35년 하고 과거 경험으로 봐서도 그건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은 이날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류 서장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근무를 명하고, 대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임명했다.
류 전 서장은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했던 인물이다.
스카이데일리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류 전서장은 18일 경찰 내부망에 회의를 제안하는 글을 올리면서 “공개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 경찰청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전국 과반의 경찰서장들과 총경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토론과 설문을 진행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 총경들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 의사를 표했고, 이 중 약 70%가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강행했다. 15일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현재 의견수렴절차를 진행중인 상황이었지만 당사자인 일선 경찰들의 내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그는 강조했다.
총경급 회의를 제안하는 글이 올라오자 경찰 내부에선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글과 함께 현 정권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일선 경찰은 “일개 장관과 그 수하들이 70여년 역사의 국립경찰을 장악해 정권의 시녀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기득권 세력들의 획책에 우리 경찰이 2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경찰국 신설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는 전국 경찰서장 50여명이 참석했으며, 140여명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경찰서장 630여명 가운데 이날 회의 참석자들을 포함해 400여명의 경찰서장이 뜻을 같이 한다며 회의가 열린 장소로 무궁화꽃 격려 화분을 보내기도 했다. 고위직인 총경급 간부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단체로 모여 회의를 개최한 것은 경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청은 ‘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 등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총경급 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청은 류 전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다른 경찰서장 50여명에 대해서도 감찰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회의 도중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하고 회의를 강행했다는 것이 감찰의 이유다.
경찰청이 대기 발령·감찰 착수의 근거로 든 규정은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휴일인 주말에 자율적으로 모여 개최한 회의라는 점 때문에 지휘부와의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류 전 서장은 “휴일에 허락을 맡고 법적 절차를 지켜서 다들 왔다”며 “경찰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휴일날 경찰기관에 모인 것은 문제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는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일부개정령안,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행안부령)이 15일부로 입법예고됐다.
행안부는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 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내용의 경찰국 신설 관련 입법예고를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8월2일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입법예고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 및 국가경찰위원회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찰국을 신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입법예고 직후 경찰청은 “장관의 권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행안부와 경찰의 중립·책임성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경찰청 간의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행안부 내 경찰지원 조직을 설치하되 대부분의 구성원을 경찰관으로 배치하고 업무범위도 장관의 법령상 권한 행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해 경찰행정의 독자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경찰조직 내부에선 경찰 직장협의회(직협)를 중심으로 삭발과 삼보일배 등을 통한 강도 높은 반발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지지와 응원사례가 이어졌다. 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회의장 주변에는 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모여들어 참석자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회의장 주변에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화환들도 회의장 앞이 가득 메워지기도 했다.
직협 관계자 100여명은 ‘경찰국 설치 반대를 위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적극 지지합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절대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 간부 간 강대강 구조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또한 여·야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서장 협의회를 만들고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에 전두환 정권 식의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단히 분노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우 위원장은 ”왜 경찰서장 회의가 징계 사안이냐, 총경급 서장들의 입을 묶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며 “문재인 정권 충견 노릇을 하던 일부 정치경찰 지도부는 삭발과 하극상 이전에 반성하고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자칫 공안경찰이 돼 무소불위가 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단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임명직 기관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세워진 기관으로부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마땅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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