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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공공기록물은 권력 감시의 수단이며 보존해야만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 청년 강제 북송’ ‘월성 원전 1호기 문건 삭제’ ‘이재명 의원 원본 자료 폐기’ 등에 대한 법원 판단에 방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삭제’ 사건이다. 대법원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전자결재한 남북정상 간 회의록 초안을 포함한 문서관리카드(파일)를 대통령기록물로 인정함으로써 이를 폐기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문재인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노 전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서해의)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고 발언한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회가 대통령기록관에서 회의록 초안을 열람하고자 했으나 실패하자 당시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라며 노 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회의록 초본은 2017년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조 전 안보비서관이 작성해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나 초본 파일을 첨부한 문서관리카드가 백 전 실장 등에 의해 삭제됐다.
이 사건은 약 10년 동안 5차례 재판이 이어지며 유·무죄가 뒤바뀌었다.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2015년 1·2심에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이루어져야 대통령기록물이 ‘생산’된 것으로 본 것이다. 대통령이 문서를 열람한 뒤 작성자에게 반환하면서 그 내용을 재검토해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아니라고 1·2심은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건 “이 회의록 내용을 열람했고 확인했다”는 뜻이니 회의록 초안을 공문서로 만들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또 회의록 초안은 후속 업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기록이기 때문에 삭제해선 안 될 공용전자기록이라고 봤다.
대법원 판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서해 공무원 피살 첩보 보고서 삭제’, 서훈 전 국정원장의 ‘탈북 청년 강제 북송 사건’ 재판과도 맞닿아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당한 사건과 관련 문 정부가 ‘자진 월북’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이에 불리한 국정원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훈 전 원장도 보고서에서 ‘귀순’ 등의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 표현을 추가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서버에서 지워도 첩보 생산처(국방부) 서버 원본은 남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백 전 실장 등이 삭제한 회의록 초안 역시 원본이 국정원에 남아 있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월성 원전 1호기 문건 삭제’,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재임 시 지시 사항이 담긴 원본 자료 폐기 관련 사법부 판단에도 지침이 될 전망이다.
공공기록물의 무단 폐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공적 업무와 관련된 문서가 폐기되면 정책이나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권력을 감시할 수 없게 되고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잘못된 정책이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폐기행위가 자행됐다면 국기 문란 행위로써 엄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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