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사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보험 분야 규제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모처럼 보험업계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손해보험업계의 속내는 복잡한 모양새다. 생명보험사에서 손해보험사가 취급했던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펫보험 등 특화 보험사 나온다… 금융당국, ‘보험 분야 규제 개선방안’ 발표
금융위원회는 11월20일 ‘보험 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보험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개선방안에는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를 포함해 △디지털·비대면 보험모집 활성화를 위한 화상통화·하이브리드 방식 모집 허용 △연금보험 중도환급율 규제 완화 △자산운용 규제 완화 △보험협회의 단순 민원 취급 허용 △보험설계사 경징계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에서도 특히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에 보험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보험그룹 내 1사1라이선스 규제 완화는 금융규제혁신회의 36개 추진과제 중 하나다.
그간 동일 금융그룹에는 생·손보사를 각각 1개사만 둘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 그룹 내 다른 보험사와 판매채널을 분리한 온라인 전문보험사만 추가적으로 설립할 수 있었다. 온라인 전문보험사 설립 시 기존 보험사는 온라인 채널 활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아날로그 시대에 정립된 인허가 정책 기조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영업과 신규 보험사의 출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기존 구조에서는 디지털 수요 및 소액·단순보장 니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특화 전문사 설립이 불가능했다.
개선방안에 따라 앞으로 그룹 내 기존 보험사가 있는 경우에도 상품별 특화된 보험사의 설립이 허용할 예정이다. 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 5000만 원의 미니보험을 취급하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 또는 펫보험 등 단종보험사들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허가정책 유연화에 따라 진입한 상품특화 보험사에 대해서는 전속설계사 교차모집제도 역시 완화된다. 현재 보험설계사는 본인 전속 회사나 업종이 다른 1개사의 상품만 모집이 가능했으나 자회사 상품에 대한 교차모집을 허용할 방침이다.
실적 하락 직면한 생보사들, 규제 완화 ‘긍정적’
그동안 생보업계는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장기보험 가입 감소 등으로 수익성 하락과 최근 금융시장 악화 등 실적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807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30.7%나 급감했다. 수입보험료 역시 50조6133억 원으로 전년보다 9.1% 줄어들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10월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를 통해 “2023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일반저축성보험과 변액저축성보험의 부진 등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 3조44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7%나 급증한 실적을 거뒀다. 수입보험료도 52조80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이 때문에 생보업계에서는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로 장기 상품인 생보 분야에서 벗어나 동물보험 등 비교적 단기 상품으로 취급되는 손보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생보사들은 이를 통해 극적인 실적 향상보다는 신사업 활로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구체적인 안이 나와 봐야 확실하겠지만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해서 길을 열어 주니 사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면서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펫 보험 등의 사업 계획을 새로 세우는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금융그룹 안에 생보·손보사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생보사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조심스러운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KB국민·하나·NH농협금융지주 등은 생보사와 손보사를 모두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심한 자회사 설립을 풀어주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한 그룹사 내 생보사도 있고 손보사도 있는데 굳이 손보에서 팔고 있는 상품을 생보에서도 팔려고 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손보업계 “긍정적이지만 우려할 점 있어”
이번 개선안에 대해 손보업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우려할 점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개선안이 전반적으로 생보사에 좀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개선안에서 특화 보험사의 예로 든 펫보험은 손해보험 영역의 상품이다. 현재 메리츠화재를 중심으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이 펫보험 시장에서 영업 중이다.
또한 펫보험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되면서 다시금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려동물 등록과 간편한 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장 규모 역시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2017년 2조3322억 원에서 2027년에는 6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1사1라이선스’ 완화라는 것이 생보사가 펫보험 등을 판매할 수 있게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 생보·손보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에 대해 업계에서 우려가 있다”면서 “아무래도 기존 펫보험은 손보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이 생보 영역에서 특화 보험사를 만들어 영업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점도 이번 개선안이 생보 쪽에 의미가 더 있는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손보사도 생보 자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된다지만, 사실 손보사들이 생보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며 “단기 상품을 파는 회사를 만들어서 팔 만한 상품이 없기도 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손보사의 펫보험 가입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저조한 면이 있어 아직까지 큰 우려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에서 펫보험 시장으로 뛰어들 경우 점유율 부분에서 고려해 볼만은 하지만 펫보험 자체가 현재 가입률도 저조한 면 등을 봤을 때 크게 우려할 것 까지는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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