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역사상 첫 기소 대통령… “선거개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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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과정서 ‘입막음 돈’ 주고 성추문 묻어
검찰 “불법행위 숨기려 기업정보 조작은 징역 4년”
“나라지킨 죄밖에 없어”… 다른 사법리스크도 대기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05 15:25:34

▲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받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형사법원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같이 앉아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6)이 4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역사상 최초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4건의 중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짙은 남색 양복과 빨간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정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 재판장인 후안 머찬 판사가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느냐고 물었을 때 “예”라고 대답했고 혐의 여부에 대해 “무죄”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검찰이 이날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전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밝히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면서 사업 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돈을 받은 여성 2명은 성인 영화배우 스토미 다니엘스와 전 플레이보이 모델 카렌 맥두걸이다.

크리스 콘로이 검사는 “피고인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의 무결성을 훼손하려는 불법 공모 및 기타 선거법 위반을 은폐하기 위해 뉴욕 사업 기록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주법에 따르면 사업 기록을 위조하는 것 자체는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에 속한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과 같은 다른 범죄를 진행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최대 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가 된다.

맨해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자 ‘죽음과 파괴’ 등을 언급하는 것을 포함한 위협적인 SNS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머찬 판사는 “폭력이나 시민 불안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는 진술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 들어설 때나 약 한 시간 후 떠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플로리다로 날아가 이날 밤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에서 가족, 친구 및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뉴욕 검찰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자들에 맞서 두려움 없이 나라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들은 투표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법을 통해 우리를 물리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 출석 전 자신의 SNS에 “법원으로 향한다. 너무 초현실적이다. 그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어 한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른 형사 사건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조지아 주 검찰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불법적으로 뒤집으려 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한 2020년 대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와 퇴임 후 기밀문서 처리와 관련해 특별 검사가 주도하는 두 건의 미국 법무부 수사에 직면해 있다.

기소인부 절차가 끝난 후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우리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엄숙한 원칙을 지지한다”면서 “아무리 많은 돈과 권력도 미국의 원칙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원인 브래그 검사장은 정치적 이유로 트럼프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공화당 측으로부터 받고 있다.

트럼프 측 변호인인 토드 블랜치는 기소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이번 재판에 대해 화가 났지만 의욕이 넘친다”면서 “(이번 재판은) 그가 기대했던 것으로 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검찰에서 일했던 아담 카우프만 변호사는 검찰이 확실한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사실 관계 진술을 통해 혐의의 일부를 제시했다”면서 “이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전직 검사인 제레미 살랜드 변호사는 “검찰이 트럼프가 선거법을 위반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배심원들에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을 위해 매우 먼 길을 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머찬 판사는 다음 기일을 12월4일로 정했다. 전문가들은 재판이 1년 동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기소나 유죄 판결이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를 법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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