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5억 원의 개발비용을 들여 만든 브랜드 ‘안단테(ANDANTE)’가 입주민들의 외면 속에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아파트 이름이 주는 사회적·경제적 효과가 막대하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항변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입주 예정인 평택고덕 A54 공공분양주택 입주예정자들은 단지명을 기존 LH 브랜드인 안단테에서 시공사 금호건설의 ‘어울림’으로 변경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가 통과로 마무리되면 시공사 동의 등을 거쳐 ‘고덕신도시 금호어울림 에듀타운’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는 LH가 지난달 말 전국안단테연합회에 입주예정자가 원하는 경우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아파트에서도 ‘단독 브랜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LH 공공분양 시 LH 또는 LH+단지별 브랜드 적용만 가능했다.
내달 입주 예정인 위례 A3-3a 블록 역시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에 따라 적용 예정이었던 안단테 브랜드를 빼고 시공사 태왕이앤씨의 ‘아너스’(위례 아너스포레)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입주예정자들이 LH 브랜드를 떼려고 하는 이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공공 아파트에 대한 차별 때문이다.
LH는 그간 주공그린빌·뜨란채·휴먼시아 등 브랜드를 내놓았지만 민간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저가에 공급되는 공공 아파트의 특성 탓에 각종 부정적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후 2020년 약 4억8000만 원의 브랜드 개발비용을 들여 안단테를 출범시키고 커뮤니티시설과 조경 등에서 민간 아파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프리미엄화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이에 대해 아파트 이름이 주는 경제적 효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입주예정자들의 목소리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 기능을 넘어 가장 큰 투자자산이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내 신혼희망타운에 2025년 입주 예정인 신혼부부 김모 씨(35)는 “아직까지 해당 단지에서 직접적으로 브랜드명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능만 하다면 시공사 브랜드를 쓰고 싶은 마음”이라며 “대외적 이미지 외에도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한국부동산분석학회의 ‘명칭 변경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파트 브랜드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아파트 이름을 인지도가 더 높은 브랜드로 바꿨을 때, 그렇지 않은 주변 아파트보다 약 7.8%의 가격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효과 때문에 최근 아파트 시장에선 1군 민간 건설사 브랜드명에 대한 수요와 동시에, 고급스러움·차별화를 위해 한자·영어 등이 남발되고 있다. 특히 최대한 많은 의미를 내포하려다 보니 아파트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 소재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아파트는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선 ‘가람마을10단지 동양엔파트 월드 메르디앙’(경기 파주시)과 ‘동탄 시범 다은마을 월드 메르디앙 반도 유보라’(경기 화성시) 등이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이름의 자율·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생소한 외래어·외국어나 지나치게 긴 단지 명칭이 우리말을 해치고 실생활에 불편을 주지는 않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며 “공동주택 명칭에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우리 고유지명·한글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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