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실비 시인의 첫 시집 ‘오해와 오후의 해’가 출간됐다.
심장을 태우는 오해의 한낮을 지나/ 어둠의 배후에서 다시 쓰는 사랑// 이것이 지옥이라면// 관객들의 나란한 뒤통수/ 그들에겐 내가 안 보이겠지// 그래도 나는 보고 있다 -‘조명실’ 부분
우는 사람은 생각했다 만약 바다에 둥지를 틀 수 있다면 높은 산에서부터 하나씩 모인 물길들이 선이 되어 엉키고 서로를 위해 웅크린다면 부표처럼 떠다닐 물의 둥지 마지막 태양 한 조각을 그 안에 넣을 수 있다면 -‘오해와 오후의 해’ 부분
네가 특별한 이유는 네가 웃을 수 있다는 것 네가 새를 위해 심장을 양보하려 든다는 것 너를 버린 사람을 간신히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는 것 -‘자두’ 부분
이실비의 시는 사랑이 불러온 어둠을 탐사하면서 변화무쌍하고 복잡한 사랑의 속성을 파헤친다. 반복되는 오해와 통제되는 개인의 자유를 다양한 이미지의 변주로 그려내는 그의 시는 독자에게 섬뜩함과 낯섦을 맛보게 한다.
3부에서 사랑에 눈먼 정신은 착란을 일으키고 세상으로부터 화자를 동떨어지게 하던 시는 4부에 이르러 지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사랑의 본질을 스스로 깨우친 끝에, 타인의 빈손에 몫을 남긴 편지를 건넨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송현지는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볼 수 없는 우리의 필연적인 숙명을 드러내면서도, 서로의 고통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윤리의 자리를 마련한다. 고통에 짓눌린 화자의 영혼을 일으켜 세운 사서의 ‘일지’는 다름 아닌 시(문학)일 것”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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