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玩物喪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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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물상지(玩物喪志)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는다’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1-08-31 18:59:30

완물상지(玩物喪志)란 말이 있다. ‘쓸데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의 의지를 잃는다는 뜻’이다. 물질에만 너무 집착한다면 마음속의 빈곤을 가져와 본심을 잃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중국 주나라를 세운 무왕에게 서역에서 진귀한 개 한 마리를 보내 왔을 때, 신하인 소공이 무왕을 훈계하여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왕들은 늘 신하들로부터 완물상지 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받는 바람에 내놓고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은밀하게 그렸다. 그래서 난(蘭)도 몰래 그리곤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도 퇴진으로 그가 재임기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서해 뱃길 조성’, ‘디자인 서울’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추진 동력을 잃은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는 ‘포스트 오세훈’ 체제에서 변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업으로 지목된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이 아니냐며 눈총이 따가웠던 서해 뱃길 사업도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장마 때 폭우로 서울 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당시 집중 비난의 대상이었던 디자인 서울 사업도 축소가 예상된다.

역사를 보면 대개 똑똑하다는 사람이 이처럼 하찮은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큰 뜻을 잃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여야의 갈등과 대립이 극심한 시기를 헤쳐 나갈 인물을 역사에서 꼽는다면 누구일까? 명재상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이 떠오른다. 번암은 소수파인 남인 출신으로 10년 가까이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여러 개혁 정책을 추진해 탁월한 업적을 이뤘다.

이후 부음을 들은 젊은 정약용은 영의정 겸 수원성 축조 총 책임자였던 번암의 밑에서 일하던 시절을 돌이키며 추모시를 지었다. ‘고금에 유례없는 하늘이 낸 인물이라. 이 나라 사직이 그 큰 도량에 매여 있었네. 뭇 백성의 뜻 억지로 막는 일 전혀 없었고, 만물을 포용하는 넉넉함이 있었다오. (중략) 옛 일들 생각하니 갓끈엔 눈물만 흠뻑이오’라고.

무엇을 많이 가진 사람들, 가진 것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슬프기 마련이다. 특히 내가 많이 가지지 못했을 때, 그래서 가진 것을 사랑할 수 없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물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큰 뜻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오세훈’ 체제가 번암 채제공과 같은 도량과 넉넉함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완물상지만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상하고, 사물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는다’는 ‘완인상덕완물상지(完人喪德玩物喪志)’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 보면서 말이다.

김종우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