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권 신공항 유치경쟁이 정치적 세몰이와 맞물리면서 뜨겁게 불이 붙었지만 결국 없었던 일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오늘(21일) 오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다”고 발표했다. 앞서 후보지였던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지역 인근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신공항 테마 기업’로 분류돼 증권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일시적 유행으로 내려앉게 됐다. 가덕도 인근에 토지와 공장을 보유해 신공항 테마주에 편입됐던 조선기자재 업체인 동방선기(사진)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스카이데일리
신공항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던 조선기자재 생산 기업인 동방선기가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에서 급거 ‘식은 감자’로 떨어졌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동방선기는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였던 가덕도 인근에 토지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한동안 ‘신공항 테마 기업’로 분류돼 왔다. 이에 따라 관련 이슈가 불거져 나올 때 마다 주가가 올랐다. 동방선기가 보유한 토지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까지 반영됐던 것이다.
그러나 동방선기의 이 같은 이슈성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주가 강세에 비해 사업 성과나 실적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적 이슈 만으로 주가가 반복적으로 등락하며 자칫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오늘 신공항이 없었던 일로 발표되면서 결국 이 같은 우려는 사실이 됐다는 평판이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거친 신공항 이슈 때마다 증권가도 ‘패션바람’
국토부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논의는 10년 전인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공식 검토되면서 시작된 후 총선과 대선이 함께 실시된 2012년 급물살을 탔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앞 다퉈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2월 20일 당시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 후보이자 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권 신공항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며 신공항 유치 결정에 못을 박았다.
정치권에서 점화된 신공항 유치 움직임은 곧장 증권가로 옮겨 갔다. 영남권 신공항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올랐다. 동방선기의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동방선기의 주가는 같은 달 15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한가 랠리를 이어갔다. 2012년 2월 14일 1895원이었던 주가는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인 24일 5770원까지 올랐다. 시총은 138억원에서 420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 자료: 한국거래소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동방선기 주가 상승은 같은 해 3월에도 이어졌다. 부산시의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 추진 소식과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겹치며 동월 29일 동방선기의 주가는 전날 대비 4.30% 오른 994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 동방선기의 주가는 다소 하락한 9000원에 마감됐지만, 이는 2012년 1분기에만 약 463% 급등한 것으로 당시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2012년 한 해 동안 정치인들이 신공항을 거론할 때면 동방선기의 주가는 어김없이 상승세를 탔다. 이해찬 의원이 신공항 건설이 기정사실이라고 발언하자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올랐으며,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주가는 상한가로 뛰어 7월 17일 1만50원에 장이 마감됐다.
신공항 후보지 인근 땅 보유, 적자 허덕이는 와중에도 주가 ‘훨훨 날았었다’
선거 이슈가 유독 많았던 2012년 이후 동방선기의 주가는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영남권 신공항 부지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동방선기의 주가는 또 다시 올랐다. 동방선기 주식은 정치권에서 신공항 논의가 재개된 지난달 23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튿날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3725원이었던 주가가 6000원으로 올랐다.
이어 가덕도가 신공항 최적입지 평가에서 밀양을 제치고 압도적 우위에 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일에는 주가가 올해 초 종가보다 2배 이상 증가한 7550원에 마감됐다. 이는 일주일 여 만에 시총은 408억원에서 82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동방선기의 주가는 신공항 부지에 밀양이 선정될 것으로 예측되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어제(20일) 동방선기의 주가는 4080원에 마감됐으며, 입지 선정 결과 발표 당일인 오늘(21일) 신공항이 수포로 돌아가자 주가는 전일대비 8.82%나 빠진 3720원으로 급락했다.
그런데 앞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동방선기의 신공항 테마와 관련한 주가 상승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기업의 사업 성과나 실적과는 무관하게 단지 사회적 이슈 만으로 주가가 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은 한 때 규모가 12조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세계금융위기, 유가하락,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불황을 맞았다. 더불어 수주가뭄 속에서 일본,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조선기자재 생산 업체인 동방선기 또한 조선업 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최근 몇 년간 줄곧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동방선기는 지난 2012년 매출액 386억원, 영업손실 40억원, 당기순손실 87억원 등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 후로도 쭉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실적부진으로 지난 2011년 1214.65%였던 유보율은 지난해 486.56%까지 하락했다. 유보율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동방선기의 유보율 급감에 대해 “불황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고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현상이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국내 조선업의 위기로 당분간 동방선기의 실적도 침체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각종 부작용 우려에 예정일 보다 3일 앞선 오늘(21일) 후보지 발표 ‘결국 테마주’
국토교통부 및 증권가 등에서 예상한 대로 국토부는 앞서 계획된 발표일 보다 앞당겨 오늘(21일) 오후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를 발표했다.
이는 하루 빨리 모종의 결정이 내려져야 전대미문의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결과는 두곳 모두 선정하지 않는 사실상의 백지화로 끝났다. 실적재료가 좋지 않았던 동방선기는 증권가 및 주변의 우려대로 결국 테마주 바람을 탄 모양새가 됐다.
앞서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주민들 사이의 유치 경쟁은 적개심까지 얽힌 세몰이 갈등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사실상 판을 넓히고 지역 편가르기까지 공공연하게 동원되면서 갈등이 과열됐다.
그 사이 증권가에서는 주가 거품 현상에 따른 투자자들의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동방선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동방선기를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테마주들은 사실상 정치인들과 투자자들이 만든 큰 거품이었다”며 “이번 사안을 볼 때 특정 정책이 아닌 기업의 실적과 미래가치를 고려해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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