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단독기사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기획탐방=돈되는 상권<257>]-샤로수길

귀신나올 듯한 골목 상전벽해 ‘건물주만 횡재’

상인들 “임대료 미쳤어요” 두배 껑충…원주민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전조

서예진기자(uccskku@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8 13:23:46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핫플레이스’가 된 ‘샤로수길’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일대는 최근 상권이 낙성대 시장까지 확장된 상황에서 지금은 빈 점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활성화된 상태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젊은 창업가들이 모이자 임대료도 급등하고 있어 상인들은 ‘임대표가 미쳤다’ 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소위 ‘핫플레이스’가 된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 기로에 놓였다. 젊은이들이 찾게 되자 관이 나서서 ‘샤로수길’이라고 표지판을 붙이며 홍보하게 됐고, 그 결과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만 낳는 결과를 가져왔다.
 
샤로수길 상권이 넓어지자 시장의 빈 점포들도 채워져 지금은 빈 점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활성화된 상태다. 인근 주민들만 찾던 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 것은 샤로수길에 장사를 하러 온 젊은 창업주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인근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상황이다고 전했다. 상권 활성화를 타고 임대료가 급격히 오른 탓이다.
 
낮에는 평범한 시장 거리…밤에는 젊은이들 북적이는 ‘샤로수길’
 
샤로수길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 ‘관악로14길’을 말한다. 저녁때가 되면 SNS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20~30대로 북적인다. 당초 이곳은 서울대입구역세권의 메인 상권이 아니었다.
 
이 일대는 세탁소, 미용실, 시장 점포 등이 들어선 골목 사이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온 1인 창업자들의 가게 30여 곳이 모이면서 서울대의 ‘샤’(서울대 정문 모양이 글자 ‘샤’)와 신사동 가로수길을 따서 3~4년 전부터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50m 남짓의 길에 모여 있는 가게들은 10평(33.3m) 이하의 소규모 점포가 대다수다.
 
이 일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과 인근에 사는 직장인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또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이지만 건너편 3·4번 출구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도, 개발 이슈와도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역세권이라는 입지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젊은 창업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입소문을 탔고 골목은 순식간에 패셔너블한 가게들로 채워졌다.
 
‘제2의 가로수길’답게 샤로수길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파는 식당들로 가득하다. 저렴한 펍, 와인바, 프랑스, 태국, 이탈리아, 멕시코 등의 이국적인 음식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호주 여행을 하다 수제버거의 매력에 빠진 청년이 현지에서 직접 배워와 창업한 ‘저니(Journey)’, 아늑한 분위기에서 저렴한 값에 스페인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모즈’, 일본 가정식을 파는 ‘키요이’, 프랑스 가정식집 ‘아멜리에’, 미국식 수제버거를 파는 ‘더멜팅팟’ 등이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 샤로수길 상권지도 ⓒ스카이데일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샤로수길의 상권 유형은 ‘주택상업지역’에 속한다. 주택상업지역은 고밀주거지역 중 업무시설이 밀집된 지역을 뜻한다. 샤로수길 상권 역시 기존 거주자들을 위한 근린상권과 신(新) 상권이 어우러져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샤로수길 상권은 주로 ‘저녁 장사’를 하는 곳이다. 기자가 취재차 찾았던 날에도 낮에는 한산했던 시장 골목이 저녁 6시가 되자 ‘맛집’을 찾으러 나온 20·30대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인근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 딱 6시간 동안 붐빈다”며 “이 시간에 나가보면 가게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샤로수길 거리에서 펍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6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대로변에 나가서 전단지를 돌려야 가게 위치를 알고 찾아올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SNS상에 소문이 나고, 방송에도 몇 번 나와서 이런 홍보 없이도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계속 살았다는 김영춘(72·남·가명) 씨는 “원래 여기는 시장 정도 있는 동네고 이렇게 북적이지 않았다”며 “몇 년 전부터 이곳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예쁜 가게들을 열더니 지금은 그 가게가 모여서 이 동네가 살아났다”고 밝혔다.
 
친구들과 샤로수길을 자주 찾는다는 진영인(24·여) 씨는 “샤로수길에는 갈 만한 가게가 많아서 건너편 역세권보다는 이곳에 자주 온다”며 “특히 이곳에 오면 태국 음식, 쌀국수, 와인바 등이 다 있어 기분 따라 고를 수도 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귀신 나올 것 같다”던 시장 거리 북적이자 임대료 두 배로 ‘껑충’
 
다만 이같이 떠오르는 상권의 이면에는 임대료가 두 배로 뛰어 등골이 휘는 ‘젊은 사장님들’이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여기가 유명해지자 신난 건 알겠는데…”라며 건물주들을 은근히 탓하기도 했다.
 
또한 상권이 뜨자 옛 신림9동인 ‘녹두거리’에서 장사하다 샤로수길로 옮겨온 경우도 있었다. ‘박명주떡볶이’가 바로 그 사례다.
 
이에 대해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 전 사법고시를 주로 보고 로스쿨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녹두거리 상권이 발달했었는데, 요즘은 샤로수길 일대가 역세권이라 녹두거리보다 접근성도 좋으니 점주들이 선호한다”며 “이제 녹두거리는 상권이 많이 죽었다. 샤로수길은 신림역 인근 신림사거리보다도 임대료가 비싼 곳이 많다”고 제시했다.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심하게 비싸지 않았다. 오히려 빈자리가 많아 ‘비점포의 점포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며 “그런데 작년 말을 지나면서 임대료가 소위 ‘미쳤다’는 말을 할 정도로 비싸졌다. 이 동네 20평짜리 가게를 월세 500만~600만원 받는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성토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15평(평당 3.3m)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일대 임대 시세는 보증금 1500만~4000만원에 월세 250만~350만원, 그리고 권리금은 7000만~1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3~4년 전 상권이 처음 뜰 때에 비해 상당히 많이 오른 금액이다.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요새 빈자리도 안 나온다. 새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오는데 나가려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없다”며 “아직 계약 만료가 안 된 곳들이 많지만 이제 그 가게들이 만료되면 월세를 대거 올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최근 3~4년 사이 샤로수길 상권에 들어온 ‘젊은 사장님’들은 주로 10~20평 남짓의 좁은 면적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샤로수길이 SNS와 언론을 타고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자 임대료가 올랐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 ‘젊은 사장님’들이 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이곳에서 창업한 사람들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다. 그거 다 누구 돈으로 장사하겠나. 대출받아서 할 텐데”라며 “그거 망하면 누가 책임지겠냐. 결국 자기가 다 떠안게 되는데 임대료마저 높으니 위험부담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D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이 인근 집주인들이 신난 것은 인정한다. 여기 시장 거리가 정말 예전엔 귀신 나올 것 같았다”며 “이런 곳에 예쁜 가게들이 다 들어와서 알록달록하게 바뀌고,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마음이 설렐 만도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를 향해 “사실 이제는 기자들도 반갑지 않다”며 “‘유명하다’, ‘핫하다’ 해가며 동네 이름만 띄우는 바람에 집주인들 마음만 들뜬 것 같다. 월세를 ‘따블(두 배)’로 올리는 게 어디 있냐. 상생을 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관악구청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지정만 해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명해지면 공시지가가 오르니 세금 더 걷을 수 있어 구청한테 이득이라 오히려 조장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근 상인들도 조심스럽게 월세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장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사람들보다 최근에 들어오는 점포의 임대료가 높아진 것을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점주는 “지난해에 들어올 때만 해도 월세가 100만원 대였는데 최근에 문을 연 곳에 물어보니 거기는 규모가 비슷한데도 월세가 250만원 정도에 권리금은 한 5000만원을 내고 들어왔다더라”고 귀띔했다.
 
인근 상인들과 부동산 관계자들 모두 이대로라면 ‘샤로수길’이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으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몇몇 상인들은 ‘샤로수길’ 초입에 팻말까지 붙여놓고 이 일대 홍보에 나선 관악구청이 상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로수길에서 퓨전 술집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기자를 향해 “‘여기가 뜬다’고만 쓰지 말고 임대료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꼭 알려야 한다”며 “솔직히 샤로수길이 언론을 타며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훗날 임대료가 걱정돼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정치가 아닌 국가를 위하는 게 진정한 보수죠”
“진정으로 애국하는 깨어있는 시민 중요…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