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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한국경제 주춧돌 4대그룹(中-규제)

글로벌 흐름 역행…선장 뺏길 위기의 경제기둥

4대그룹 지배구조 개편 정부 으름장, 선진국 가족경영 육성과 엇박자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7-03 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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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재계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팽배하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공정위의 칼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4대그룹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거라고 강조한 만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그룹을 향한 기업 규제 및 제재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유은주·길해성 기자] 문재인정부가 출범 이후 재계는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벌개혁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꼽은 문재인 대통령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도 재벌개혁에 힘을 실어온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들 자리는 재계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곳들이다. 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이다. 감시 대상이 기업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경제검찰’로 불린다. 정책실장은 청와대에서 각 분야의 정책들을 조율하는 자리로 정책분야의 비서실장과도 같은 자리다. 재계 및 재벌 관련 정책들도 대부분 이곳에서 나온다.
 
공정위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한 이후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공정위는 부영그룹을 이중근 회장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빼고 지분 현황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내부거래 규제 강화가 재벌개혁 시작에 불과하다고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이미 교수 시절부터 여러 차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한 바 있어 결국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손 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재벌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강제 움직임이 국가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특히 우리나라 재벌기업 특유의 오너家 중심 지배구조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효율성이 입증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단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무성하다.
 
오너경영 중심 4대그룹…책임경영·과감한투자·빠른판단력 바탕 국가경제 주도
 
재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4대그룹’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4대그룹이 재벌 저격수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부터 줄곧 재벌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4대그룹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들여다 볼 경우 삼성그룹이 가장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스카이데일리

순환출자는 ‘A사→B사→C사→A’사로 지분 관계가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한 기업에 대한 적은 지배력으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비롯해 총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계열사는 바로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3월 말 기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4.28%)와 삼성생명(19.34%) 지분을 비롯해 삼성SDS(17.08%), 삼성바이오로직스(43.44%), 삼성엔지니어링(7.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23%의 지분율을 소유한 것을 비롯해 오너일가 지분만 31.11%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삼성물산이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경영승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주장 역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 문제 해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지분 33.88%를 가졌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 20.78%를 각각 보유했다.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지분 5.17%,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갖고 있다. 아들이자 후계자로 지목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2.28%와 기아차 지분 1.7%만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반해 SK그룹과 LG그룹은 지배구조 이슈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두 기업 모두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007년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던 SK그룹은 지난 2015년 ‘최태원 회장→SKC&C→SK(지주사)→계열사’ 구조를 갖췄다. 그 후 SK와 SK C&C 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공고히 했다. 현재(3월 말 기준) 최태원 회장 및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분 30.88%를 갖고 있다.
 
LG그룹은 2003년 재벌그룹 중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LG를 지주사로 세워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켰다. 현재(3월 말 기준)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오너 일가는 LG의 지분을 47.59% 보유 중이다.
 
4대그룹 모두 오너일가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지분을 직접 소유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반기업 정서 등 오너 경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된 결과다.
 
문재인정부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도입을 약속했다. 감시위원 분리선출제는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다.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대주주 의결권은 3% 이내로 제한된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대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집중투표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이사 숫자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주를 가진 주주는 기존 2명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100주 밖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 1명당 각각 100주 씩 총 200주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주주 의사에 따라 200주 모두를 1명의 이사에게 행사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
 
“경영승계 편법은 결국 제도적 한계 탓…독일·영국 등 선진국 장수기업 무기는 가족경영”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너중심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려는 현 정부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족경영이 보편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는데, 일부 오너일가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과도한 규제를 들이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자칫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국내 재벌기업들이 외국계 투기자본에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정부가 자산 규모와 별개로 기업에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강요하고 있다”며 “순환출자나 내부거래 등이 문제라면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지 집중투표제와 등 상법 개정안 도입은 지배구조 개선과 거리가 먼 기업옥죄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오너家 경영이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지배구조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는 점은 우려감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인해 전문경영인 보다 가족경영 체제의 장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경영 기업은 특이한 것이 아니며 세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나라든 창업기업의 85%는 가족 자금으로 창업한다”며 “그렇게 창업에 성공하면 자연히 가족 기업 형태로 존속, 발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월마트와 포드자동차, 이탈리아의 피아트그룹, 독일의 BMW, 하이네켄 등 전 세계 기업 중 3분의 2가 가족기업 형태를 띄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 S&P500 및 Fortune500 글로벌 기업의 36%가 가족기업이다. 이들 가족기업은 매출, 고용, 기업가치, R&D투자 등에서도 비가족기업 보다 우수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자동차는 1903년 설립된 이후 4세대에 걸친 경영권 승계를 통해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회사로 거듭났다. 2015년 말 기준 전 세계 67개 공장에 19만9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으며 매출액은 1406억 달러에 달한다.
 
맥주로 유명한 하이네켄 역시 140년 역사를 지닌 독일의 대표적인 가족 대기업이다. 1876년 설립돼 현재 5세대에 걸쳐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2015년 기준 180억8900만 유로(약 24조원) 매출액을 기록 중이다. 55개국 170개 생산시설을 포함해 전 세계 약 300여 개의 자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경영이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로는 장기간 안목을 통한 투자,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의 발 빠른 의사결정, 책임 경영 등이 꼽힌다.
 
최근 들어 전문 경영 기업이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경영 실패로 파산한 미국기업 ‘엔론’이 대표적이다. 전문 경영 기업이던 GM역시 법정관리를 통해 겨우 회생했다. 도요타는 전문경영 체제 도입 이후 자동차 품질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 소유 경영 체제로 돌아선 끝에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 소유 경영과 전문 경영 등 경영 체제 간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유 경영이 부각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정반대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사장 [사진=뉴시스]

전문 경영 기업의 경우 경영자의 주인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단기성과에만 집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 위기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너스를 챙기려는 월가 투자은행 직원들의 사례는 주인 없는 조직의 폐해로 지목되기도 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가족 경영과 전문 경영이 각자 장단점을 갖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은 옳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재벌기업의 독단적 지배구조로 인한 황제경영 및 형제간 후계 다툼 등에 따른 단편적인 면으로만 판단하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새정부 정책이 주로 재벌 개혁과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에 정답은 없다”며 “여론에 떠밀려 유독 심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오너일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오너 경영을 인정해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 OECD 8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대주주가 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등 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상속세를 납부하더라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적용받는 상속세율은 총 65%에 달한다. 차등 의결권 제도는커녕 상속세 감면 제도 역시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된다. 규모에 관계없이 상속세 감면 혜택을 기업에 적용시켜주는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는 점은 대기업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며 “제도적 차원에서 대기업 승계 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하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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