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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노후아파트 붕괴위험 실태
깨지고 금가고 결국 기우뚱…위험천만 공포주택
재난위험시설물 지정 후에도 버젓이 방치…입주민 불안 ‘언제까지’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11 16:45:50
서울 시내 곳곳에 붕괴 위기에 놓인 건물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안전점검에서 D·E등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시설물 안전 등급 구분 기준’은 A부터 E등급까지 다섯 단계가 존재한다. 세부적으로 △A등급은 안전시설 △B등급은 간단한 보수정비가 필요한 시설 △C등급은 조속한 보수 또는 보강이 필요한 시설 △D등급은 긴급한 보수·보강 및 사용 제한 여부 판단이 필요한 시설 △E등급은 사용 금지 및 개축이 필요한 시설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D·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D등급을 받은 시설물은 서울 내에만 180곳이 있다. E등급은 25곳에 달한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들 건물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안전 대책이 하루빨리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 내 재난위험시설의 현 실태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현장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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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폭우가 쏟아진 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연립주택 벽면(사진)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건물 아래 지하차도 터널이 생기면서 지반이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구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노후·부실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해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건물 또는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이들은 언제 무너질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 노후 주택에 대한 관리는 서울시가 아닌 각 구청에서 담당한다. 시는 각 구청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실태를 파악할 뿐이다. 각 구청은 노후 상태가 심각한 아파트는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구성돼 있고 사유재산이라 임시 긴급 보수 등의 조치 외에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밥 먹다 말고 무너진 집…주민들 “터널 공사로 약해진 지반” 주장
 
지난 4일,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연립주택 한 호실에 거주하는 이성수(69·남) 씨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밥을 두 숟가락 째 막 뜨려던 찰나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한 쪽으로 쏠렸다. 동시에 창문이 깨지고 방의 벽면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놀란 김 씨는 아내를 붙잡고 얼른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같은 주택에 거주하던 주민 20여명도 서둘러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집이 무너지는 소리는 길 건너편 아파트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사고가 일어난 연립주택은 지난 1994년 준공됐다. 주변 건물에 비해 지어진지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인근 지하차도 터널을 꼽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터널은 약 12년 전 주택이 들어선 경사면 아래에 지어졌다. 당시 공사로 인해 지반이 약해졌으며 터널 완공 이후에도 침하 작용이 꾸준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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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건물이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건물 외벽과 바닥면 사이에 틈이 서서히 벌어졌다. 최근 들어 증상은 더욱 확연하게 나타났고, 급기야 이번 비로 한 쪽 벽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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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집이 기울어져 버리는 상황에 맞닥뜨린 이성수 씨는 이전부터 집안 곳곳에서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씨는 현재 옷가지 등을 주변 지인의 집에 맡기고 마땅한 거처 없이 지내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집이 기울어 떨어진 벽면 타일, 떨어진 타일이 깨진 모습, 벽면이 무너진 방안, 지반이 가라앉아 이격이 생긴 집 밖 도로 ⓒ스카이데일리
 
해당 건물 주민들은 물론 인근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 역시 사고 이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연립주택 바로 옆 동에 거주하는 심재연(가명) 씨는 “옆 건물에서 사고가 일어난 이후 요즘은 우리 건물도 이상이 생길까봐 옷을 입고 자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며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사고를 직접 겪은 이성수 씨는 “구청에서는 이제 와서 정밀안전점검을 한다고 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며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데도 지지대도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곳곳 노후 아파트 상존…“재난 위험 상태 지속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이번 사고가 일어난 구로동 연립주택뿐 아니라 안전점검에서 재난위험시설 수준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아파트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은 수년째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곳 주민들 역시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재난위험시설 현황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해 각종 건물의 재난위험시설물이 많은 자치구는 영등포구(26곳), 종로구(24곳), 관악구(19곳), 용산구(18곳), 구로구(17곳) 등의 순이었다. D등급 이하를 받은 아파트는 지난해 7월 기준 83곳이다. 주택·빌라도 각각 27곳과 7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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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서울시 ⓒ스카이데일리
 
서울에 있는 아파트 중 안전점검에서 D등급을 받은 아파트는 △관악구 신림동의 강남아파트 △구로구 개봉동의 길훈아파트 △영등포구 신길동의 대신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D등급은 노후화 또는 구조적 결함이 있는 상태로, 결함 상태가 지속되면 기능 상실 우려가 있어 보수·보강 및 사용 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수준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강남아파트의 경우 지난 1974년 준동된 후 약 27년 만인 2001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곳은 일찌감치 재건축 사업이 추진됐으나 거듭된 난항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상당수 주민들이 떠난 상태이지만 아직까지 남은 주민도 여럿 있다.
 
이곳에서 2년째 거주중인 임점수(64·남) 씨는 “수도도 자주 끊기고 요금을 제때 내도 도시가스마저 끊길 때가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강남아파트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고 밝힌 김자환(80·여) 씨도 “천장이나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 그동안 몇 번을 보수했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장마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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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곳곳에 위치한 노후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 같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이 새거나 외벽의 일부가 떨어지는 등의 사태가 발생해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강남아파트에 붙여진 경고문 ⓒ스카이데일리
 
다른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남서울아파트는 지난 1974년 준공된 후 약 31년 만인 지난 2005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 아파트 역시 얼핏 봐도 위험한 부분이 상당수 존재했다. 남서울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민철(가명·42) 씨는 “아파트 외벽 곳곳에 균열이 있고 누수 현상도 심각한 편이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소재 림괄아파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는 1988년 준공된 후 불과 10년 만인 1998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지금도 건물 외벽 이곳저곳이 갈라져 있었으며, 외벽 콘크리트가 부서져 버린 곳도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민자(가명·63·여) 씨는 “그동안 위험해 보이는 모습도 오래 봤고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불안하긴 해도 하는 수 없이 사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주민 김수희(48·여) 씨는 “아파트가 외견상 위험해 보여 주변 사람들도 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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