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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폭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입기도했던 이곳 길훈아파트는 지난 1988년 입주를 시작한 건축연령 26년의 아파트다. 당시 산사태로 3동의 1층과 2층이 큰 피해를 입었던 이곳은 현재 안전진단 D등급의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1호선 개봉역에서 광명로를 따라 7호선 광명사거리역 방면으로 가다보면 목감천을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서울시 구로구와 경기도 광명시를 잇는 개봉교 우측으로 개웅산 자락을 볼 수 있다.
개봉동 쪽에서 개웅산 자락을 오르다보면 아스팔트 포장로와 산림의 경계면에 있는 낡은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이곳이 지난 198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건축연령 26년의 길훈아파트다. 3개동 5층 205세대 규모의 길훈아파트는 지난 2008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2011년 산사태 피해…3동 1·2층 토사로 ‘쑥대밭’ 아찔했던 순간
지난 2011년 7월 27일 오전 서울지역에 시간당 30mm의 기습폭우가 내렸다. 이미 전날부터 300mm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데다가 오전부터 이어진 기습폭우로 인해 서울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낮게 깔린 비구름은 광주산맥(태백산맥 철령부터 서울에 이르는 산맥으로 북한산·도봉산·인왕산·관악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서면을 따라 이동하며 해당 지역인 서울 금천구·구로구·관악구·서초구·강남구에 특히 더 큰 피해를 줬다.
저지대의 주택들이 침수되고 사당과 강남역 일대 등 곳곳이 물에 잠겼으며, 특히 폭우가 내린 시간대가 출근 시간과 겹쳐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고 교통마저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우면산에서는 토사가 빗물에 쓸려 내려가며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토사는 인근의 남부순환로와 인근 아파트 단지를 덮쳐 17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이날 길훈아파트 배후에 위치한 개웅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길훈아파트 역시 피해를 입었다.
▲ 경사면에 지어진 탓에 1동의 경우 사진과 같이 축대벽이 쌓여있다. 이곳 지반이 침하하면서 축대벽은 곳곳에 균열이 간 상태며 아파트 외벽은 금방이라도 쏟아질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펌프모터는 오래돼 부품을 구할 수 없고 외벽부는 곳곳에 크고작은 균열이 가득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 길훈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산을 바로 등진 3동의 피해가 가장 컸다. 개웅산 사면을 깎아 아파트 터를 만든 탓에 축대 벽은 아파트 2층과 마주하고 있었고, 쏟아져 내린 토사기 3동의 1·2층을 그대로 집어 삼킨 것이다.
3동이 토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 1·2동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구로구청 공무원들과 인근 군 장병 100여명이 동원돼 한동안 복구 작업을 펼쳐야했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인지 축대 벽과 약 1m에서 3m가량 떨어져 있는 3동 후면의 유리창 곳곳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산사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가림막으로 반쯤 가려놓은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 토목 관계자는 “산사태의 경우 그 규모에 따라 상이하긴 하지만 토사의 속도와 무게에 따라 수반하는 압력이 상당하다”며 “안전진단 D등급의 노후아파트인 길훈아파트의 경우 내부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산사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또한 이곳 아파트는 산 중턱의 고지대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실이 침수돼 애를 먹고 있었다. 계단식아파트인 이곳 단지의 3동 6~11호 라인은 지하실이 현재 없다. 과거 공사당시 3동이 들어설 자리에는 큰 바위가 위치했고 이를 제거하지 않은 채 일부 라인의 지하를 포기하면서 바위위로 아파트를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바위를 타고 옆 라인의 지하로 흘러 특히 4·5호 라인의 지하에 고인다는 것이 이곳 아파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반침하로 외벽과 가로등 쏠림현상…노후 된 수도관은 녹으로 가득 차
산중턱에 지어진 탓에 이곳 아파트의 1·2·3동은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낮은 위치에 자리한 1동의 경우 지반이 침하돼 인근의 펜스와 가로등이 기울어져 있었으며 침하된 지반과 가까운 한 아파트 외벽 역시 육안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앞쪽으로 쏠려있는 상태였다.
1동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축대 벽의 경우도 곳곳에 금이 간 상태로 방치됐으며 일부 가구의 경우 벽이 쏠려 떨어져 나갈 것을 대비해 철제 와이어를 이용한 외벽 고정 장치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 지난 1988년 입주를 시작한 후 10년도 채 안돼 1998년 안전진단 D등급을 통해 재난위험시설로 등재된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림괄아파트는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했을 당시 이 곳이 재난위험시설임을 알리는 표지판조차 붙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스카이데일리
길훈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 단지의 가장 저지대인 1동 후면은 원래 평탄했던 곳이었다”고 운을 뗀 뒤 “지반이 침하되며 땅 곳곳이 꺼져 펜스와 가로등이 기울었으며 1동을 지지하는 축대 벽 역시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아파트 외벽마저 군데군데 쏠림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성백윤 재건축조합장은 “과거 정부의 주택200만호 공급계획에 포함된 길훈아파트는 염분이 남아있는 모래를 사용하는 등 부실공사로 지어져 노후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파트들이 보통 200톤 수준의 저수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길훈아파트의 저수조는 570톤 규모다”며 “매년 저수조에 남은 물을 버리고 청소를 하는데 이때마다 엄청난 물을 낭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 조합장에 따르면 현재 이곳 아파트단지의 경우 펌프모터가 상당히 노후 돼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압이 약해 펌프가 물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상부층은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잦으며, 특히 정화조 청소를 하려고 물을 뺄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파트 외벽의 숱한 크랙들로 인해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으나 보수공사를 하더라도 누수 해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또한 노후 된 수도관 안에 녹이 심하게 차올라 시뻘건 녹물이 나오는 등 주민피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곳 길훈아파트는 지난 7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재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이며, 반석종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재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 조합장은 “내년 12월 이주를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위험아파트 ‘림괄’…준공 10년 만 ‘재난위험시설’ 등재
▲ 하중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균열과 갈라짐 현상이 짙은 아파트는 지난 2011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들어가는 등 재건축의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 아무 대응도 대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관리사무소조차 없는 아파트의 주민들은 문제가 생기면 각자 알아서 수리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데일리
길훈아파트보다 두 달 먼저 입주(1988년 10월)를 시작한 림괄아파트의 경우 재난위험시설 등재는 길훈아파트보다 무려 10년이 앞섰다. 입주한지 불과 10년만인 지난 1998년 안전진단을 통해 D등급의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개봉역 바로 뒤쪽에 자리한 림괄아파트는 5층 2개동 규모에 99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았을 당시에는 이곳 아파트단지 어디에도 재난위험시설임을 알리는 경고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일한지 얼마 안 돼 잘 모른다”며 “재난위험시설과 관련한 표지판의 경우 아파트가 아니라 구청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 구로구청 주택과의 해당 담당자는 “전임 담당자가 해당 경고문을 아파트 측에 분명히 배포한 것으로 안다”며 “아파트 측과 연락해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동파와 누수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리사무소가 없는 림괄아파트의 주민들은 아파트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스스로 수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경비원은 “겨울철 수도계량기가 동파되거나 윗집의 파이프가 새서 아랫집이 누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끼리 협의 하에 알아서 해결하는 편이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림괄아파트를 찾았을 당시 아파트 외관은 한눈에 봐도 몹시 낡아보였다. 특히 외벽보다 살짝 튀어나온 베란다 외벽 밑 부분의 부식이 심각해보였다. 군데군데 콘크리트는 탈락한 상태였으며 콘크리트가 있던 자리에는 앙상한 철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2층 주민들이 설치한 방범창도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곳이 발견됐다.
한때 조합이 결성돼 재건축을 추진했다고 알려진 이곳 아파트는 현재로서는 전혀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재건축과 관련된 사업진행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도 현재 이곳 림괄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정보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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