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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개포주공8단지 상가 강제철거 논란
1.2조 개발 복마전…공무원금고지기 vs 강남서민
상인들 “용역깡패 400명 무력진압 시도” vs 공단 “법대로 했을 뿐”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12 18:10:54
개포주공8단지는 1985년 준공됐다. 7만1946㎡ 부지 위에 지상 12층 10개동 1680가구 규모다. 이 단지는 그동안 공무원 임대아파트로 운영돼 왔다. 단지 소유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었다. 공단은 지난 2015년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 회사로 구성된 현대건설컨소시엄에 해당 단지를 매각했다. 재건축 진행을 위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건설사가 아파트단지 전체를 매입해 재건축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타 단지와 달리 소유자가 유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공단이 컨소시엄에 매각한 가격은 1조1908억5000만원이다. 이달 25일 마지막 잔금만을 앞두고 있다. 용적률 250%를 적용받은 이곳은 전용면적 84㎡(약 25평) 기준 2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될 전망이다. 구성은 임대아파트 209가구를 제외한 1766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어서 수익성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사업 속도 또한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순탄할 것만 같았던 이곳 재건축 사업은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단지 내 상가 상인들의 반발 움직임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순탄하게 진행되던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사업의 난항 가능성이 불거진 배경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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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개포주공8단지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유였다. 공단은 공무원임대아파트로 사용되던 이곳을 건설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단지 내 상가 상인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일방적인 퇴거결정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라고 항변했다. 사진은 개포8단지 상가 철거비상대책위원회 천막농성장 ⓒ스카이데일리
 
알짜 재건축단지로 평가받아 온 개포주공8단지가 철거를 앞두고 난항 위기에 처했다. 당초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하·공단)으로부터 단지를 매입한 덕에 특별한 의견대립 없이 순항하던 사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논란은 일대 상가와의 불협화음에서 불거져 나왔다. 세입자인 상가 상인들과 이전 소유주인 공단 간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이곳 단지를 찾았을 때 ‘생존권 사수’란 문구가 쓰인 승합차 뒤로 개포8단지 상가 철거비상대책위원회(이하·비대위)의 천막이 꾸려져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10여명의 상인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천막이 처음 들어선 시기는 지난 5월 30일이다. 이날 공단은 상가에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김민수 비대위 부위원장은 “강제집행으로 쫓겨나게 돼 부득이하게 천막을 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과 상인들은 강제집행 당시를 떠올리면서 “아수라장이었다”는 토로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당일 상가에 들이닥친 용역업체 직원들은 약 400여명이었다. 상가를 점거하고 있던 상인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소화기 8대를 분사했으며 좁은 공간에서 우왕좌왕하던 상인들 여럿이 부상을 입게 됐다.
 
한 상인은 “나를 포함해 상가 내 좁은 방에 4명의 여성들이 모여 있는데 용역업체 직원들이 ‘얼굴에 쏴’, ‘죽기 싫으면 나와라’ 등의 위협적인 발언을 내뱉으며 소화기를 분사하기 시작했다”며 “일부는 질식증세로 구급차에 실려갔으며 나 같은 경우 지금까지 병원에 다니고 있을 정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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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 매장 집중된 아파트상가…“재계약 미끼 현대판 노예문서로 상인 낚시질”
 
당초 이곳 상가는 공무원연금매장으로 운영돼 왔다. 1~2층으로 이뤄진 상가에는 60여개 점포가 영업을 이어왔다. 공단 측은 아파트단지 준공 후부터 이곳을 관리해오다 2002년 정부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세이러스’라는 별도의 임대관리 회사를 세워 상가 1층은 세이러스가 2층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상인들은 세이러스가 공단 퇴직자들에 의해 운영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이러스가 사실 상 공단과 한 몸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현·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 또한 “공단이 낙하산으로 세이러스에 대표를 내려보낸 후 사실 상 경영을 조종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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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퇴거를 거부한 상인들을 상대로 지난 5월 30일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400여명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투입돼 소화기 등을 분사하며 상인들을 쫓아냈다. 상인들은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사실 상 무력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상인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소화기가 분사돼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상인들은 공단과 세이러스 어느 쪽에서도 사전에 매각과 퇴거에 대한 정보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상인은 “공단은 2015년 2층의 상인들에게 제소전화해조서(소송 전 당사자 간의 화해가 이뤄졌음을 확인하는 조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며 “뭔가 찜찜했지만 장사를 해야 했기에 재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제소전화해는 건물주(임대인)와 세입자(임차인) 사이에 법적 분쟁 요소가 생겼을 때 소송하지 않고 조서 내용대로 화해하는 제도다.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통상계약이 끝나면 건물주 요구대로 세입자가 점포를 무조건 비워줘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고 있어 ‘현대판 노예문서’로 불린다.
 
재계약 2개월 후 공단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게 상가를 매각했다. 이후 상인들이 반발하자 이듬해 공단은 이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월 1일 열린 1심에서 공단 손을 들어줬다. 사전에 체결한 제소전화해조서가 판결에 결정적 근거가 됐다. 이번 공단의 강제 집행은 당시 판결을 근거로 단행된 움직임이다.
 
상인들은 분개했다. 특히 1층 상인들의 경우 “세이러스 측이 당분간 상가가 재건축 될 일은 없다며 올해 연말까지 계약을 연장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공단 말만 철석같이 믿고 리모델링 등 시설투자까지 한 상인들도 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대위 소속 한 관계자는 “세이러스가 공단과 관계 깊다는 사실은 이미 국정감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며 “세이러스와 계약을 이어온 1층의 경우 중간에 계약주체가 사라지면서 상인들만 덩그러니 남게 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비대위 소속 이연호 씨는 “공단 역시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주장에 화해조서를 빌미로 이미 얘기가 끝났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공단 측은 세이러스와의 계약은 자기들과는 상관이 없고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으니 그냥 나가라는 식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김종채 부장은 “상인들과 체결한 계약서에 해당 단지는 ‘매각 및 재건축 대상’이고 매각 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표기했다”며 “월 임대료 상당의 퇴거 위로금 지급과 노원구 상계동, 강동구 고덕동 등 다른 지역 연금매장에 입주할 것을 제안하는 등 상인들에게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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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들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개포주공8단지를 매입한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마지막 잔금을 치르고 난 뒤를 걱정했다. 퇴거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에 대한 우려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공단 측은 “충분히 재건축 등을 공지했으며 또한 법대로 절차를 밟았을 뿐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공단 측은 세이러스와의 계약 건에 대해서 만큼은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세이러스는 공단과 별개의 법인이며 자신들은 직접 게약을 체결한 2층 상인들에게 재건축 추진 사실을 충분히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1층 상가 운영을 위해 사무실을 운영 중이던 세이러스는 지난해 말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직 보다 더한 전직,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관예우 행태에 생계 막막”
 
공단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대위 측은 “공단의 매각 조건은 10년 전부터 제안 받아 온 내용들이다”면서 “이마저도 전체가 아닌 일부 상인들에게만 제안했으며 이를 핑계로 이주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쫓아낼 줄은 더욱 몰랐다”고 반발했다.
 
일부 상인들은 공단 측이 제시한 대책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형성된 상권을 떠나 다른 매점으로 이주해 어떻게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들은 상계동 매점의 경우 갈등의 골이 깊은 1층 관리주체인 ‘세이러스’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더더욱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세이러스는 과거 공무원연금공단이 직접 운영했을 때보다 2배 이상의 임차료를 요구했다”며 “제시한 수수료만 월 매출액의 13~14% 선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출액 하한선을 정해 이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했을 때도 하한선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떼 가는 최저매출제를 실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 상인은 “과도한 수수료를 지적할 경우 재계약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는 등 오랜 기간 갑질을 일삼아 왔다”며 “결국 공단이 외주화한 법인에 퇴직자들을 앉혀놓고 상인들 월세로 주머니를 채워준 꼴이 아니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공단은 상인들을 상대로 집행비용과 변호사 선임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들의 집과 통장 등에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다. 상인들은 1심에서 패소한 명도소송 항소 준비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강제집행을 한 집행관에 대해서도 내용증명을 보냈다.
 
상인들은 오는 25일 소유권이 현대건설컨소시엄에 완전히 넘어가게 될 경우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현재건설 관계자는 “건축심의 단계가 끝나는 대로 상인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진행해보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공단 측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공공기관이기에 법적으로 진행한 것이며 명도소송에서도 문제가 없기에 법원이 우리 측 손을 들어준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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