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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직장인 노후준비 실태(上-자격증)

깡통사장 싫다…노후생존 ‘지푸라기 공부’ 안간힘

퇴직 후 최소 20년 생계 막막…중·장년층 넘어 청년들도 제2인생 골몰

정유진기자(jungyujin71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7-17 0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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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빈곤율은 47.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45.7%보다 2%p 상승한 수치다. ‘노인빈곤율’이란 전체 노인 가구 중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비율을 일컫는다. 더욱 큰 문제는 높아지는 빈곤율과 동시에 기대수명은 점차 길어진다는데 있다. 빈곤한 삶을 오래 지속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통계를 바라본 중장년층의 마음은 편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는 남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초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채 못 끝내고 은퇴 기로에 놓이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남은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쓰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장년층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노후 준비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60대를 바라보는 사회적시선이 달라졌음을 지적하며 정년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키워드로 ‘직장인 노후준비 실태’를 선정하고 중장년층 직장인 자격증 취득 열풍(上), 정년연장 촉구 움직임(中), 공무원·귀농 열풍(下)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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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자격증 획득 열풍이 불고 있다. 불안정한 창업보다는 재취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진 결과다. 기대수명마저 과거보다 20여년 길어지면서 은퇴 후 큰돈은 벌지 못해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원하는 중장년층들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중장년층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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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정유진 기자]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도 변화하는 추세다.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를 한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창업 보다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적은 창업보다는 큰돈은 벌지 못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덕분에 은퇴한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재취업을 위한 자격층 취득 열풍이 부고 있다. 재취업 가능성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퇴직연령대는 빨라지면서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이들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자격증 취득만으로 100% 재취업이 보장되진 않지만 가능성이라도 높여보자는 게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경제 황금기 일군 베이비부머 세대…IMF 버텼더니 고령화 장벽
 
지난해 초 한 중소기업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안익태(55·남) 씨는 서울 종로 정독도서관에서 주택관리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금은 인생에 두 번의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 시대다”면서 재취업의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주택관리사’란 공동주택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공동주택 입주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대·복리시설의 유지 및 안전관리를 맡은 이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개념이다. 주택관리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수년 전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수험서를 앞에 두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강의를 듣는 안 씨는 자신의 삶이 늘 불안정했다고 토로했다. 평생직장의 꿈을 안고 첫 직장에 입사했지만 1997년 도래한 IMF경제위기는 그의 부푼 꿈을 산산이 조각냈다. 가족들 생각에 하루하루 버텼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 해를 넘길수록 자리보전에 대한 압박감은 날로 더해갔고 결국 불혹을 넘긴 뒤 사직하게 됐다. 이후에는 잦은 이직을 거듭했다. 주로 중소기업 영업직 등을 전전했다. 처음에는 그가 쌓은 경력과 연륜 등을 높게 인정해줬지만 효율성이 대두되는 사회에서 점차 그의 경력과 연륜은 재취업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권고사직으로 50대 중반의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됐지만 ‘버팀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수명이 30여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마땅한 수입이 없던 그는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재차 책을 펴게 됐다.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자금과 퇴직금 등 현재 가진 자금에서 대출금을 보태 자영업에 뛰어들까도 생각했지만 주변의 안 좋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이내 포기했다. 그 후 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안 씨는 “30년 전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예 성장 없는 시대를 맞고 있다”며 “경쟁은 경쟁대로 심해지고 노사관계는 예민해져 나이 많은 사람은 고용자 입장에서 불편하니까 잘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자격증 없이도 할 수 있는 단순 노동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안정적이지 않은 편이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자 자격증 공부를 하곤 있지만 사실 취업이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감과 모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안 씨에 따르면 자격증을 따도 구직하는 기간을 포함해 최소 2년~3년은 쉬어야 한다는 사실은 50대들에게 부담이다. 늦은 나이에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뭔가를 외운다는 것도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다. 30년을 일했는데 다시 스펙을 쌓아야 한다니 하루에도 수십번 ‘왜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나’는 생각이 들기 일쑤다.
 
안 씨는 “자격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고 일확천금을 바라며 도전하는 것도 아니다”며 “한국 환경 자체가 중년이 재취업하기는 아예 불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시스템을 찾아 자격증을 준비하고 제2의 은퇴까지 일할 곳을 찾는 것이다”고 밝혔다.
 
안 씨의 사례와 같이 최근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40~60대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직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40대 수는 8만명을 기록했다. 2014년 6만8000명보다 1만2000명 높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50대는 3만4000명에서 4만명으로 60대도 5200명에서 8000명으로 증가했다.
 
40대 중반인 이수연(46·남) 씨도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그는 그동안 하던 일을 관두고 올 초부터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토목기사 학원을 다니고 있다. 토목 관련 업체에 기술직으로 재취업하기 위해서다. 만약 재취업이 불가하다면 기술을 살려 동네에 작은 가게를 여는 것도 고민 중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재취업이 우선이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뒀다는 이 씨는 과거 직장에서 매달 약 300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는 자녀들의 교육·결혼 자금을 대기도 빠듯하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자격증 공부를 결심했다. 40대를 넘겨 50대에 도전할 경우 재취업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아내와 상의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이 씨는 “IMF 때도 기술직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딴 판이다”며 중년도 스펙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나이 때문에 돈을 더 많이 줘야한다는 부담감을 갖다 보니 젊은 신입사원들을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며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나를 포함한 모든 40·50대들이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다”며 “젊은 친구들이 열정과 패기로 무장했다면 우리에게는 지혜와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년층·고령층 등에도 적합한 고용시장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바늘구멍 취업문 통과했지만 “미리 대비해야죠”…퇴근 후 사교육 30대 직장인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어려운 취업준비생 과정을 거쳐 직장생활을 하는 30대들 사이에서도 은퇴 후 삶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분위기다. 부모·선배들의 사례를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일찍 자격증 등을 취득해 재취업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각광받는 자격증 중 하나다. 지난 2013년 9만6000명에 불과했던 공인중개사 응시인원이 지난해 16만30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 역시 이 같은 세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평일 오후 11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인중개사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박중찬(33·남) 씨를 만났다. 모 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관련 직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공인중개사 수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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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들 사이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은퇴 뒤 20년 이상의 삶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한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50대 은퇴한 뒤에 준비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게 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사진은 서울 노량진 소재 공인중개사 학원 입구 ⓒ스카이데일리
 
박 씨는 “지금까지 한 일이 중개사와 완전히 무관하지만 부모님이 공인중개사를 운영하시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셨다”며 “저도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년을 바라보고 시작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니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며 “암기력과 이해력이 동시에 뒷받침 돼 줘야 하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도전하는 걸 볼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 염주호(37·남·가명) 씨는 학원수강을 위해 부서까지 옮긴 케이스다. 기존 부서의 경우 야근과 회식 등이 잦아 공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퇴에 대한 불안감에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학원을 다니게 됐다.
 
염 씨는 “당초 학원수업을 들으며 여유 있게 준비하려고 하지만 복습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점차 조급함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며 “현실적인 한계 등이 있어 학원수업을 성실하게 참여해 수업시간 내에 최대한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젊은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나와 마찬가지로 은퇴 후 놀지 않고 전공을 살려 일하려면 공인중개사 자격증 정도는 따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강생 강훈(42·남)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공인중개사를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결정한 일인데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들기에는 마찬가지라고 강 씨는 설명했다.
 
강 씨는 “사실 공인중개사가 그나마 가장 안정적이고 할 만하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공부도 쉽지 않을뿐더러 적성에 맞는 것인지 갑자기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며 “일이 적성에 맞아야 평생 하는데 사실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관리는 하는 부분이 좀 걱정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증을 갖고 있어도 확실한 보장을 받고 할 수 없는 건 세대를 막론한 공통된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경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자격증의 종류가 좀 더 다양화되고 또 세분화 되다면 아무래도 고용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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