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은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여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상을 뜻한다. 복합 경기침체, 글로벌 금융불안, 통상임금 확대 등의 직·간접 요인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줄이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신규고용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지난 20년 간 구조조정 1순위는 입사 10~15년차의 40~50대 중간관리자들이다. 직장을 잃은 이들은 재취업에 나서지만 경직된 고용 여건상 이들을 받아줄 기업은 많지 않다. 또한 실질 은퇴 연령이 70세 이상으로 늘어난 현실에서 재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터키,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 4위가 됐다. 그러나 대다수 개인사업자들의 창업은 실패로 돌아간다. 창업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데일리가 고용불안과 극심한 경기불황 시기에 남다른 사전준비와 노력으로 고용절벽을 넘어선 중장년층 개인사업자들을 이슈포커스 기획취재 시리즈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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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에 성공한 중장년층 상당수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한 뒤 창업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규호(사진 왼쪽) 진시황 대표는 외식업에 도전하면서 2년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쳐 불과 6개월만에 인정받는 해장국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황창환 마이러닝 대표는 재직 기간 시절을 포함해 10년이 넘는 기간 창업을 위해 준비한 끝에 지난 2014년 본인의 회사를 창업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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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국 전문점 이규호(57) 진시황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 박사다. 이 대표의 첫 직장은 LG전자였다. LG 퇴사 후에는 전문대학에서 6년 정도 교편을 잡기도 하고,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산텔레콤 연구소에서 제품 개발을 책임지는 연구소장직을 끝으로 퇴사했다.
창업 성공한 자영업자 공통점은 풍부한 현장 노하우…“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이 대표는 “정보통신 관련 사업은 변화가 빠른 분야다”며 “향후 7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데, 오너가 아닌 이상 흐름이 빠른 이 분야에서 그렇게까지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나오기 직전 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많은 직원을 내보냈다. 당시 임원이었던 이 대표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뜻한 바가 있어 자진 퇴사를 결정했다.
평생 연구원으로 살았던 이 대표는 음식점 영업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냉면집 주방에서 일을 했다. 친해진 점주에게 음식 노하우도 전수 받았다. 신림동에 있는 쌈밥집에서 점장으로 1년 8개월 일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이외 각종 교육기관에서 창업 관련 수업도 받고, 요리학원도 다녔다.
이 대표는 갈매기골목, 전집골목 등 술집이 많은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해장국집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해 황태해장국 집을 열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매장은 2인 테이블 8개 10평 남짓 규모로 잡았고, 메뉴는 황태해장국 단일 메뉴로 정했다. 매장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다. 하루 100그릇 한정으로 다 팔리면 문을 닫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1~2년 적자가 나더라도 폐업하지 않기 위해 작은 매장을 선택했다”며 “장사 노하우가 축적될 때까지 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회사 다닐 만큼 연봉이 되려면 30평 이상은 돼야 하지만, 이미 20년 30년 이상 음식 장사를 한 사람들도 있는데 처음부터 욕심을 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자료: 국세청, 국세통계 활용 계산 ⓒ스카이데일리
재취업 대신 창업에 성공한 중장년층 상당수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창환(49) 마이러닝 대표 역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노후를 준비했다.
1993년 동원F&B에 입사한 황 대표는 10여년 간 마케팅과 인사 업무를 담당했다. 지방대 출신인 황 대표는 임원이 되기 위해 동료들에 비해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차장까지 빨리 진급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2~3년마다 밀려나가는 임원을 보면서 본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직장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며 석·박사 학위를 땄다.
컨설턴트로 전향할 결심이 선 황 대표는 2005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했다. 퇴사 이후에도 창업 준비는 계속 됐다. 바로 창업을 하지 않고 컨설팅회사에 입사해 7년 정도 실무를 익힌 후 2014년 본인의 컨설팅사를 차렸다.
황 대표는 “제2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준비한 점이 주효했다”며 “직장생활 10년차에 이르면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추게 돼 있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치킨집, 카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대표는 창업의 좋은 점은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본인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고, 수입 차원에서도 직장을 다닐 때보다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정년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창업 준비 3개월 뿐, OECD 최악 생존율 부메랑…“다양한 경험 쌓아라”
각종 창업진흥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의 노력과 창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났다. 2008년 5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던 연간 창업기업 수는 2014년 8만개를 넘었다.
문제는 이들의 생존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사업자는 8.2%에 불과했다. 반면 신규 사업자의 75.2%는 평균 5년도 못 버티고 폐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창업 후 3년 생존률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룩샘브루크 66.8%, 호주 62.8, 이스라엘 55.4%, 미국 57.6%, 이탈리아 54.8%인데 반해, 한국의 3년 이내 생존율은 41.0%에 불과했다.
▲ 자료: OECD, 2014 ⓒ스카이데일리
이 말은 한국에서 10개가 창업하면 3년 후에는 겨우 4개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 또한 폐업한 자영업자 중 창업 3년 후 누적폐업율이 59.4%를 보여 생존율은 40.6%를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높은 폐업율의 원인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한 생계형 창업 비율이 63%로 높은데다가 창업 준비 소홀, 경쟁 심화, 부가가치 저하 등의 이유로 생존율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제 기여도가 높은 기회형 창업은 21%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자금 고갈, 매출 정체 등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아 중간에 좌초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창업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이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이 뒷받침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 본인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주임교수는 “우리나라 평균 창업기간은 3개월로 세계적으로 가장 짧다”며 “기술 창업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사전 준비와 멘토링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영갑 한앙사이버대학교 외식MBA 교수는 “외식 창업은 운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음식점을 하기 위해서는 음식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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