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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직장인 노후준비 실태(下-공무원·귀농)

공무원·농사꾼 폼나는 인생2막 “아직 안 죽었다”

중장년 공시족 및 귀농·귀촌 도시농사꾼 증가…은퇴시기 점차 앞당겨져

이경엽기자(yeab123@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7-17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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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중년들이 늘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준비하는가 하면 귀농을 결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낮은 창업 성공률과 재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은퇴 후 삶에 대한 우려감이 응집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노량진 일대 공무원 학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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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정유진 기자] 최근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서는가 하면 귀농·귀촌을 서두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창업 성공 확률이 적고 재취업도 어려운 현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소수의 성공사례가 부각되다보니 쉽게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들의 경우 한 번의 실패를 회복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싶다”…40~50대 중장년 공시족 꾸준히 증가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급 공무원 합격자 4182명 중 36세 이상이었다. 총 3747명을 선발한 2015년 9급 공무원 합격자들 중 36세 이상은 378명이었다. 매 년 합격자들 중 약 10%가 이른바 늦깎이 공시생인 셈이다.
 
지난 2009년 공무원시험 응시 연령제한이 철폐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40·50대 중년들의 공무원 시험 응시 사례가 늘고 있다. 권호진(61·남)씨는 지난해 12월 9급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했다. 퇴직 전까지 서초구청 일자리경제과에서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담당했다.
 
그가 공무원이 된 시기는 지난 2014년이다. 외국계 보험회사 한국지사장까지 역임했던 권 씨는 2006년 50세의 나이에 25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은퇴했다. 재정적인 면에선 넉넉했으나 마냥 놀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생각에 공무원에 도전했다.
 
권 씨는 “매일매일 치열한 삶을 살다 1년 365일 온종일 집에만 있으니 전혀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최소 30년 이상 살아야 하다 보니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업서 퇴직하다보니 남은 여생 중 일부는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공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결국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 씨는 2012년 공무원시험 준비에 착수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4년 서울시·경기도 지방직 공무원에 잇따라 합격했다. 권 씨는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또 이를 성공으로 이끌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됐다”며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중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건재함을 자각하기 위한 이유가 컸다.공무원시험에 도전 중인 박충서(53·남) 씨는 “40대 후반에 은퇴가 아닌 실직을 하게 되면서 남은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면서 “유사업종으로의 재취업 또한 사실 상 불가능한 상태서 재취업에 상당한 벽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어하던 중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의 권유로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20년 넘게 특정분야에서 경력을 키워 온 사람들은 은퇴 후 선택지가 너무도 제한적이라 앞으로 중장년층의 공무원시험 도전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만난 장하연(43·남) 씨는 스포츠센터 체육 강사로 재직하다 임금체불문제로 갈등을 빚고 이른 은퇴를 하게 된 케이스다. 퇴직금으로 당장의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는 장 씨는 “평생 아무것도 안하기에 퇴직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재취업에 도전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평균수명이 80이라면 고작 절반 조금 산 내게 적어도 제2의 인생은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직장과 함께여야 한다”며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 결국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게 됐는데, 지금은 가장 취약한 과목인 영어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입시 준비학원인 박문각남부고시학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사에 다니다 퇴직하거나 은퇴를 앞둔 40·50대 직장인들이 공무원에 도전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면서 “그들은 젊은 수강생들과 줄을 서가며 오프라인강의를 듣기보단 온라인강의를 선호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시험은 매일 10~12시간씩 최소 1년 이상 준비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최근에는 공무원시험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도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끝을 맺는 것은 아니었다. 충남 예산 출신인 신경철(62·남) 씨는 공무원 응시자격 연령철폐가 시행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내리 6년을 응시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현재는 정년연령을 넘어 공무원시험 응시자격이 불가한 상태다. 그동안 허비한 시간과 돈이 적지 않다고 그는 토로했다.
 
한 공무원입시 준비학원 관계자는 “늦깎이 수험생들의 경우 체력·집중력·이해도 등에서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극히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는 시험 준비 자체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으니 실제 준비에 나서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울한 미래 대신 도전을 택한 귀농·귀촌…“단순한 마음의 도전은 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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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실제 귀농을 한 이들은 “귀농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할 것 없으니 농사나 짓고 살겠다”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귀농 후 농사를 짓는 이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일찌감치 귀농·귀촌을 택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가구 수는 1만2875가구를 기록했다. 귀농 인원수도 2만559명에 달했다. 전년인 2015년 각각 1만1959가구, 1만9860명 등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 가지 항목 모두 상승한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40세 이상이 89.6%를 차지한 점이 주목됐다.
 
경기도 수원에서 축산용 방역약품업체를 운영했던 이종광(59·남) 씨는 지난 2014년부터 충남 홍성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귀농 후 딸기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도시에서 개인 사업을 하며 빈번한 접대모임 등에 염증을 느끼고 남은 생은 달리 살아보자는 마음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귀농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비교적 성공한 귀농인에 속한다. 귀농과 함께 한국농수산대학, 홍성농업대학 등 전문 교육기관을 수료한 이 씨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서 비닐하우스 설치를 지원받아 딸기농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의 비닐하우스 규모는 95m 길이, 3개 동이다. 농사를 통해 연평균 9000만원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귀농 결정에는 상당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모든 귀농인이 이 씨처럼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사 자체에 도전했다 실패하는 경우도 다반사며 보수적인 농촌사회에 어울리지 못해 이질감에 힘들어 하는 이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충분한 준비와 농촌마을과의 스킨십 등에 적응할만한 마음가짐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 하동으로 귀농해 녹차·감 등 특용작물을 재배했다는 정의남(62·남) 씨는 현재 농사일을 그만 둔 채 인근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이다. 소위 말하는 ‘건설현장 막노동’을 한다. 귀농 전까지 20년 넘게 잡지사 기자로 근무했다는 정 씨는 지인의 소개로 하동에 정착하게 됐지만 농사로 수익을 내지 못해 결국 공사현장으로 내몰렸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말버릇처럼 ‘농사나 짓자’고 말하는데 평생 농사와 거리를 둔 삶을 살다 무작정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른다”며 “지식으로는 열무·딸기·호박 등 특용작물이 돈 되는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상품성 있는 수확물로 길러내기란 보통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준비 없는 귀농은 실패를 자초할 뿐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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