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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시 택시유니폼 의무화 논란

“애들도 아니고”…박원순 복장검사 받는 택시기사들

6년 만에 부활한 택시유니폼…불친절·승차거부 불량택시 근절 과연될까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11 16: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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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작들 중 가장 많은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는 ‘택시운전사’였다. 1218만명의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부른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80년 5월이다. 자연히 당시의 사회상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특히 택시운전사인 주인공이 착용한 유니폼은 중장년 관객들에게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소품 중 하나였다. 택시기사 유니폼이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1970년대다. 기사 개개인이 구입해 착용한 유니폼은 2011년 택시기사 복장 자율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그동안 추억으로만 인식되던 택시기사 유니폼이 최근 속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승객들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불량한 복장상태를 개선하겠다며 16억1000만원을 들여 유니폼을 부활시켰다. 이를 두고 구시대적 발상이란 비판이 속속 새나오는 가운데 택시기사들의 불만 또한 고조되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6년 만에 부활한 택시기사 유니폼을 둘러 싼 기사들과 승객들의 시선 등을 현장진단했다.

▲ 서울시는 불친절·승차거부 등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택시 서비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6년 만에 택시기사 유니폼을 재도입했다. 한 달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법인택시 기사는 근무 중 이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가 택시서비스 질을 높이고 승객에 신뢰감을 높이겠다며 십수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추진한 택시유니폼 의무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도입 후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3만5000여대에 달하는 법인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의무화된 이번 정책을 두고 기사들은 물론 승객들까지 실효성 문제를 꼬집고 있다.
 
승객들은 근본적인 택시서비스 질 향상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승차거부 등 불친절 행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진 기사들에 유니폼을 입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사들 역시 개인택시 기사들과의 역차별을 지적하며 동시에 각종 애로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유니폼이면 해결되나”…불친절·승차거부 택시 민원에 승객 불쾌감 호소
 
택시기사 유니폼 정책은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노조 그리고 시민대표 등이 참여해 구성한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거친 뒤 재도입됐다.
 
유니폼 제작비원 전액을 부담한 서울시는 법인택시 기사 한 명당 하늘색 셔츠 두 벌과 겨울용 조끼 한 벌 등을 일괄 지급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셔츠 한 장씩만을 제공했다. 현재 서울 시내를 주행하는 법인택시 기사는 3만5000여명이며 개인택시 기사는 4만9300여명이다. 유니폼지급을 위해 소요된 예산만 16억1000만원에 달한다.
 
이번 정책에 승객 대부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본질적인 서비스 질적 향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유니폼 한 벌로 이미지를 개선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을 두고 그야말로 ‘탁상정책’이나 다름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는 지난해 16억1000만원의 세금을 들여 택시 유니폼 재도입을 추진했다. 동절기에는 셔츠와 조끼, 하절기에는 셔츠 등의 착용을 원칙으로 정했다. 하의는 남녀 모두 바지로 통일했다. [사진=서울시]
  
부천에 거주한다는 김슬기(28·여) 씨는 최근 겪은 일을 근거로 이번 정책의 무의미함을 꼬집었다. 그는 “하루는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는데 비도 오고 시간도 늦어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다”며 “택시 한 대가 서서히 멈추더니 목적지를 묻고는 평소 3만원 정도 나오는 거리를 6만원을 주면 가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가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택시불편신고 자료에 따르면 총 2만407건의 민원 건수 중 불친절(6898건·33.8%), 승차거부(6176건·30.2%) 등이 가장 많았다. 부당요금(4323건·21.2%), 중도하차(1178건·5.8%) 등이 뒤를 이었다.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여론은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가 되면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폼 도입을 추진한 서울시도 승차거부·불친절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현장단속 공무원을 예년보다 4배 이상 늘려 투입한 바 있다.
 
대다수 승객들은 서비스 질 향상과 신뢰감 재고라는 취지를 살리려 했다면 유니폼이 아닌 본질적인 불친절·승차거부행위 등에 대한 대책이 선제 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현(34·남) 씨는 “유니폼을 도입하고 옷매무새가 단정해지면 일을 할 때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하니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기사들을 앉혀놓고 유니폼만 입히면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자료: 서울시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기사들 역시 시민들의 지적에 일정부분 동의했다. 유니폼착용이 승객 불만이 팽배한 원인을 근본적인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38년째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신완식(63·남) 씨는 “일부 그릇된 행태를 보인 기사들 때문에 전체 택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유니폼 도입만으로 승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시도 역시 힘들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법인·개인 통일성 없는 선심성 낭비…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찬성
 
서울시에 따르면 총 255개 법인택시기사들은 향후 하늘색 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하절기의 경우 셔츠만 착용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는 것이 가능하다. 지정복장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부득이할 경우 비슷한 색·디자인의 셔츠도 허용된다.
 
복장 규정을 어길 경우 택시회사에는 운행정지(1차 위반시 3일, 2차 위반시 5일)와 10만원 과징금이 부과된다. 적발된 기사에게도 10만원의 과태료가 청구된다. 오로지 법인택시업체와 이곳에 종사 중인 기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유니폼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규제가 아닌 일종의 공지사항 정도의 강제력을 지닌다. 지급된 셔츠 한 벌 역시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통일성조차 갖추지 못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23년째 개인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김구환(66·남) 씨는 “일부 태도가 불량한 기사들로 인해서 절대다수의 기사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셔츠·조끼 한 두 벌씩 지급해 놓고 서비스 질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고 설명했다.
 
25년째 법인택시를 운전 중인 남상택(72·남·가명) 씨는 지정된 유니폼에 두꺼운 외투를 착용하고 운전을 다닌다고 밝혔다. 남 씨는 “지금은 겨울이라서 위에 뭘 껴입을 수 있지만 여름이 되면 매일같이 빨아서 다려 입어야 하는데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며 “개인택시는 셔츠 하나에 권장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는데 똑같은 택시를 운전하는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고 하니 입기야 하겠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며 “불친절한 택시들도 많지만 취객·진상승객 등으로 애를 먹는 택시기사들의 고충은 반영되지 않은 채 무조건 친절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서울시가 도입한 택시유니폼은 법인택시의 경우 의무착용, 개인택시는 권장사항에 그친다. 이를 놓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동일한 조건이 아닌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은 개인택시 기사 ⓒ스카이데일리
  
다수의 기사들은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기 전에 처우 개선과 정당한 임금 지급 등이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택시기사의 불친절 행위 등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처우개선, 시민들의 의식수준 제고 등이 우선이지 유니폼만으로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9년째 개인택시를 운영 중인 강홍철(55·남) 씨는 “서울시나 조합에서는 복장 상태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인 것 같은데 일단 강제성이 있다는 점이 기사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만취해서 집도 못 찾고 시비걸고 차 내부를 더럽히는 승객들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는 기사들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일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승차거부나 불친절, 막말 등이 결국 제일 큰 문젠데 특히 개인택시의 경우에는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택시의 친절이 목적이라면 유니폼 정책 또한 통일되게 시정조치를 내리는 게 기사나 승객이나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택시물류과 택시서비스팀 최광선 팀장은 “사업 추진 목적은 택시 운전자들의 복장을 깔끔하게 해서 택시 이미지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취지다”며 “배부한 복장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단속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매뉴얼에 금지복장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일부 운전자들이 유니폼을 거부하니까 발생하는 것이다”며 “실제 모니터링을 해보면 개인택시가 좀 더 깔끔한 복장으로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택시는 1년에 4시간씩 교통연수기관을 통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개인택시는 조합을 통해 교육사항·개선사항 등을 전파해서 시정하는 식이다”며 “택시 서비스 질 향상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문제가 아니고 기사·승객 쌍방이 개선해 나가야 하는 부분인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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