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4차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의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3D프린터 등 핵심 분야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춰 신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신사업 진출이 혁신 보다는 트렌드 편승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같이 비슷한 사업에만 뛰어들기 때문에 구글·애플·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지 못하고 ‘패스트 팔로어’(혁신 기업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그 기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내 기업 특유의 조직문화가 꼽혔다는 점이 주목됐다. 권위적인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수직적 소통구조 등으로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능력이 아닌 성별·학벌 등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혁신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번주 이슈포커스 키워드로 ‘후진국형 기업문화’를 선정하고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3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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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이기욱·김민아·조성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금융기업 등에서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문화적 장벽을 의미하는 단어다.
스카이데일리가 국내 5대 재벌그룹과 7대 금융지주 등의 임·직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몇몇 기업들은 조직구성, 임금, 임원비율 등에서 성비불균형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기업 중에서는 SK그룹, 금융기업 중에서는 농협금융지주 등이 성비불균형 현상이 심각한 곳으로 꼽혔다.
5대 재벌그룹 전체 임원 중 여성은 3%, SK그룹 765명 중 11명 ‘최악’
스카이데일리가 2017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5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계열사 직원 현황(사외이사 제외)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여성 임원 숫자는 남성에 비해 적은 수준에 그쳤다. 여성 직원의 임원 진출은 기업 내 여성 직원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상장사 기준 5대그룹의 전체 임원의 수는 5289명에 달하며 이 중 남성임원은 5134명에 달했다. 반면 여성임원의 수는 155명에 불과했다. 비율 역시 2.93%로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5대그룹 가운데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SK그룹이었다. 총 765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의 수는 단 11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중 고작 1.44%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성 임원 비율이 채 2%를 넘기지 못한 곳 역시 5대 재벌기업 중 SK그룹이 유일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 내에는 총 1978명의 임원이 존재하는데 그 중 여성 임원의 수는 83명이나 됐다. 전체 임원 중 4.20%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차와 LG, 롯데 등에는 각각 28명(2.26%), 17명(2.16%), 16명(3.07%) 등의 여성임원이 존재했다.
성비불균형 현상은 비단 임원에 그치지 않았다. 일반직원들 역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수가 현저히 낮았다. 다만 주력 사업의 특성에 따라 그룹 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5대 그룹의 총 직원 수는 59만681명에 달했다. 남성 직원은 46만5315명인데 반해 여성 직원은 12만5366명에 불과했다. 총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2%에 머물렀다.
5대그룹 중 직원들의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총 직원 15만8603명 중 여성 직원 수는 1만1593명이었다. 총 직원 중 7.31%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파워텍’의 경우 총 2061명의 직원 중 여성 직원 수는 단 40명으로 1.94%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전체 직원(5만6336명) 중 46.77%(2만6351명)가 여성이었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총 직원 2만6014명 중 68.69%에 해당하는 1만7868명이 여성이었다.
최근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5대그룹 직원 성비는 10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악화된 점이 주목된다. 2007년 기준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5대그룹 계열사의 총 직원 수는 40만4114명이었다. 이 중 남성 직원의 수는 31만5511명, 여성 직원은 8만8603명 등이었다. 총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비율은 21.93%로 지난해 3분기보다 0.71%p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5대 재벌그룹은 남녀 간 임금에서도 큰 폭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그룹 남성 직원들의 1인 평균 연봉(계열사별 1인 연봉의 평균)은 5739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여성 직원의 경우 3696만원에 불과했다. 남성 직원 연봉의 64.39%에 불과한 수치다.
5대그룹 중 가장 남녀 임금 격차가 큰 곳은 롯데였다.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4759만원을 기록했으나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2956만원에 그쳤다. 남성 직원 연봉 대비 62.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은 그 반대였다. 평균임금이 남성 직원 5802만원, 여성 직원 4030만원 등으로 연봉 비율의 차이가 1대 0.69에 불과했다.
5대그룹 중 SK는 유일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 격차가 심화됐다. 2007년 기준 62.89%였던 남성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연봉 비율은 지난해 62.41%로 오히려 낮아졌다. 5대그룹 전체 계열사 중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그룹의 ‘지허브’였다. 남성 1인 평균 연봉은 5700만원, 여성 1인 평균 연봉은 1200만원 등이었다. 남성 직원 연봉 대비 여성 직원의 연봉비율이 21.05%에 불과한 셈이다.
7대 금융지주 중 여성임원 단 6명 불과…여직원 적고 임원 없는 농협금융 여성차별 1위
금융업계는 5대그룹보다 남녀 불균형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특성상 여성 직원의 비율이 일반 기업에 비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비율이나 임원 비율은 오히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분기 각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7대 금융지주(KB, 신한, KEB하나, 농협, BNK, DGB, JB) 내 사외이사를 제외한 총 임원수(상장사 기준)는 474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단 6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27%에 그쳤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농협금융, DGB금융 등의 경우 여성 임원이 전무한 상태였다. 반대로 KB금융은 총 3명으로 가장 많은 여성임원을 보유했다. BNK금융, JB금융 등은 각각 1명, 2명의 여성 임원이 존재했다.
7대금융의 경우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5대그룹 보다 오히려 높았다. 7대금융 내 총 직원 수는 8만2522명이었다. 남성 직원 4만4241명, 여성 직원 3만8281명 등이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은 46.39%로 5대 그룹 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 직원 숫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임원 반열에 오르는 여성은 적은 셈이다. 금융권 내 유리천장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54.35%를 기록한 하나금융이었다. 총 직원 1만6818명 중 9140명이 여성 직원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농협금융으로 전체 직원 5454명 중 여성 직원의 수는 1913명이었다. 여성 직원 비율은 35.08% 수준이다.
7대금융의 경우 남녀 직원 간 임금격차도 5대그룹의 그것을 상회했다. 7대 금융지주의 1인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남성 직원이 7146만원인 반면 여성 직원은 4187만원에 불과했다. 남성 직원의 연봉 대비 여성 직원 연봉이 차지하는 비율은 58.60%로 5대 그룹의 64.39%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가장 임금 격차가 작은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7817만원이며 여성 직원은 5083만원이었다. 1대 0.65의 비율을 보였다. 반면 DGB금융은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6367만원을 기록한 반면 여성 직원은 절반 수준인 3300만원에 그쳤다. 이는 51.83%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요 공기업에서도 남녀 간 불균형은 존재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21개 공기업의 총 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7만4725명이었다. 이 중 남성 직원이 6만399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여성 직원은 1만734명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은 14.36%로 5대 그룹, 7대 금융지주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 직원 성비가 가장 높은 곳은 38.92%를 기록한 한국관광공사였다. 총 668명의 직원 중 260명이 여성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한전KPS로 총 6149명의 직원 중 여성 숫자는 290명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의 비율이 단 4.71%에 그친 셈이다.
공기업 또한 여성 임원 숫자는 남성에 비해 한참 적었다. 총 152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3명으로 1.97%에 불과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 한국관광공사 등에 각 1명씩의 여성임원이 존재했다. 다만 임금격차는 대기업, 금융기업 등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공기업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11개 상장사 기준)은 6000만원을 기록했다. 여성직원은 4000만원을 나타냈다. 1대 0.66의 비중이다.
가장 임금격차가 작은 곳은 한국남동발전으로 여성 직원의 평균 연봉(4200만원)이 남성 직원 평균 연봉(5700만원)의 73.68% 수준을 보였다. 반면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곳은 ‘동두천 드림파워’였다. 남성 직원은 5300만원, 여성 직원은 3000만원 등의 평균 연봉을 각각 기록했다. 여성 직원 임금이 남성 직원 임금의 56.60% 수준에 머무른 셈이다.
[이기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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