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블록형태의 장난감 ‘레고’는 테마파크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레고랜드’로 불리는 테마파크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을 형상화 한 레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현재 덴마크를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등 총 7개국, 8곳의 레고랜드가 존재한다.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011년 한국에서도 레고랜드 조성 움직임이 생겨났다. 하지만 사업은 얼마 안가 제동이 걸렸다. 사업 예정지에서 고대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른 방식의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역사 테마파크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레고랜드 조성 예정지인 춘천 중도의 개발 상황과 앞으로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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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경기 연천=이경엽 기자] 레고랜드 건설 예정지인 강원 춘천시 중도에 역사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적·유물 등이 대거 발견된 이곳을 해외 유명 유적지인 영국의 스톤헨지나 프랑스의 카르냑 유적처럼 보존해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 및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강원도와 레고랜드 운영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던 레고랜드 조성 사업은 지난 2011년 발표됐다. 강원 춘천시 중도 106만8000㎡(약 32만평) 부지에 사업비 5011억원을 투자해 놀이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조성되면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관광수입 효과 5조원, 지방세수 연평균 44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레고랜드 개발 예정지인 중도는 상중도와 하중도로 나눠져 있는데, 이 중 하중도가 우선 개발지역으로 선택됐다.
강원도는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을 비롯해 현대건설 등 7개 기관과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지난 2014년 본격적인 굴착공사에 돌입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공사가 준단됐다. 사업 예정부지에서 고대유물이 쏟아져 나온 까닭이다.
수백억 혈세로 지은 다리 無사용, 유적·유물 발견된 레고랜드 부지엔 황량함 가득
스카이데일리는 레고랜드 건설 예정지인 춘천시를 찾았다. 춘천역에서 북한강 내에 위치한 중도로 건너가는 곳에는 동그라미 장식 구조물이 설치된 다리가 놓여 있다. 중도로 건너가는 다리 입구에는 ‘출입금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철조망이 버티고 있다. 중도와 연결된 이 다리는 국비와 도비 등 85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완공됐지만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채 한 달이 넘도록 방치된 상태다.
중도로 들어가기 위해선 결국 다른 다리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중도까지일 뿐 하중도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중도에서 하중도로 넘어가는 다리를 레고랜드 시행사인 엘엘개발 관계자가 길을 막아선 것이다. 엘엘개발 관계자는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며 “현재는 문화재 발굴·보존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중도에서 바라본 하중도는 허허벌판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유적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듯 갈색의 땅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개발이 중단된 채 덩그러니 방치된 중도를 바라보는 춘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춘천에 거주하는 윤태순(68·남)씨 역시 “춘천 주민의 입장에서 중도에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테마파크 등의 시설을 간절히 필요하다”며 “굳이 레고랜드가 아니어도 좋으니 춘천 상권을 활성화 시킬만한 호재가 생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인류의 보물 대량 묻힌 춘천시 중도
전문가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레고랜드 조성사업은 시작 전부터 잡음이 무성했다. 이미 1980년부터 춘천 중도에 고대유물이 묻혀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강원대박물관 등은 중도에서 삼국시대 초기 주거지와 돌무지무덤, 청동제 귀고리, 쇠칼, 쇠화살촉 등의 유물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에 발굴되지 않은 고대유물이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런데도 강원도는 유적발굴에 아랑곳 않고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계 및 시민단체와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화재청의 발굴 작업이 본격화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진행된 발굴조사 결과 청동기시대과 삼국시대 초기의 도랑 겸 마을 경계시설인 환호(環濠) 2기와 주거지 1495기, 고인돌 150기, 농경 유적 등 약 3100기의 유적이 확인됐다.
특히 관심을 끈 유적은 둘레 404m, 내부 면적 약 9000㎡의 청동기시대 사각형 환호다. 이는 한반도에서 확인된 최초의 청동기시대 사각형 환호로, 이전까지 발굴된 환호는 모두 원형이었다.
춘천 중도 유적지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시 되는 충남 부여 송국리 유적지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을 통해 삼국시대 초기 춘천 지역에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중도는 기원전 13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 사이인 신석기시대에 조성된 유적부터 삼국시대 초기에 조성된 유적까지 다양한 시기의 유적이 다량 발견됐다”며 “유적의 밀집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청동기시대 사각형 환호와 원삼국시대 취락 유적은 이제 국내 고고학계에서 핵심적 위치를 점하게 됐다”며 “사회가 발전하면 취락 규모가 커지고 구성이 정밀해지는데 중도는 사회의 발전도가 높은 유적이다”고 평가했다.
“중도 레고랜드 부지에 영국 스톤헨지 버금가는 고대유적 테마파크 조성해야”
중도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선사시대 유적·유물이 대량 발굴되자 중도를 다른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레고랜드 대신 유적지를 보존하면서 관광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대유적 테마파크 조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역사유적지로 관광 수익을 올리는 곳으로는 경기 연천군 전곡리의 선사유적지가 있다. 해외에서는 영국 윌트셔주 솔즈베리 평원에 위치한 스톤헨지와 프랑스 브라타뉴주의 카르냑 유적 등이 꼽힌다.
‘스톤헨지’는 기원전 25세기에서 14세기 사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으로 늘어선 돌기둥이다. 지난 198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전 세계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유적으로 손꼽힌다. 한 해 평균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무려 100만명에 달한다.
스톤헨지의 최소 입장료가 17.5파운드(약 2만6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입장료로만 매년 260억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브라타뉴 주(州)의 카르냑 유적에는 일정 간격으로 질서정연하게 들어선 거석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한국과는 형태가 다른 고인돌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카르냑의 거석 유적은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5세기경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매년 500만명의 관광객을 몰리는 브라타뉴 주 효자 관광 상품이다. 입장료는 없지만 마을에 형성된 상권에서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경기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가 한 해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유명관광지로 꼽힌다.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30만년 전 인류가 남긴 구석기 시대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978년 발견 당시 전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한 곳이기도 하다. 별다른 특산물이 없던 연천군은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테마로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적지 않은 관광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를 개발하려면 역사테마파크가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적을 보존하고 지역경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중도는 인류가 남긴 소중한 유산을 지키면서도 지역 주민들에게도 유익한 역사테마파크로 개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강원도청 관계자는 “만일 레고랜드가 정상적으로 지어지더라도 중도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연구하기 위해 박물관을 건설할 계획이었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더 검토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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