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었을 때 장애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견디기가 어려웠죠. 제가 가진 장애를 인정한 후에야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금은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도 유도를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끼죠. 후배들도 저를 통해 유도를 배우려고 해죠. 오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값진 메달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유도는 2명의 선수가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해 상대를 공격하거나 공격해오는 상대의 허점을 찔러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다.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유도에서 시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시력이 나쁘다고 꼭 유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도 국가대표 장애인 유도선수로서의 삶을 사는 인물도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유도 국가대표 간판스타인 최광근(31·남·수원시청)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최 선수는 장애 6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부단한 연습을 통해 2012년 런던 패럴림픽, 2016년 리우 패럴림픽 등에서 연이어 100kg 이하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도선수라는 자부심이 큰 최 선수는 오는 10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한판’을 준비 중이다. 훈련에 매진 중인 최 선수를 경기도 이천에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만났다.
연습도중 시력 잃어…“장애 아닌 부상이라 생각” 마음 다잡아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한 최 선수가 유도에 입문하게 된 이유는 뜻밖에도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대회에 입상하면서 유망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뚱뚱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다양한 운동을 접했어요. 그 중 유도가 가장 잘 맞았죠. 부모님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저에게 유도를 권하셨죠. 중학교 때까지 실력이 부족한 탓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재학 중 전국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죠”
유도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점차 알려가던 최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대회 출전을 위해 연습경기를 하던 중 상대반의 손가락에 왼쪽 눈이 찔리면서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어렸을 적부터 초고도 난시를 앓고 있어 오른쪽 눈의 교정시력도 0.1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탓에 사실상 앞을 보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시력은 잃었지만 찢어진 망막을 다시 붙여놨기에 동공까지 손상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죠. 하지만 찢어진 망막이 충격으로 인해 다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유도를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주변에서도 유도를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죠. 그 때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죠. 어려서부터 유도를 해왔고 유도 선수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금 유도복을 입었어요.”
한쪽 눈을 잃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최 선수는 한국체육대학교(이하·한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출전한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최 선수는 장애 때문에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했다.
특유의 감각과 기술로 각종 세계대회 제패…“장애 인정해야 자존감 높아져”
실업팀에 입단하지 못하고 유도 선수로서 진로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 최 선수는 지인으로부터 장애인 유도 입문을 권유받았다. 계속 유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최 선수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장애인 유도선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 유도 입문 후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유도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던 최 선수는 ‘허리후려 감아치기’라는 장점을 앞세워 상대방을 제압해 나갔다.
“장애인 유도 입문 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런던 패럴림픽, 리우 패럴림픽 등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어려서부터 유도를 접해 감각적인 부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뛰어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특기로 내세운 ‘허리후려 감아치기’라는 기술을 각종 장애인 유도 대회를 휩쓸었죠”
아시안게임, 패럴림픽 2연패를 달성한 최 선수는 오는 10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도교 패럴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후 지도자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 준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하루에 4번의 운동을 하고 있고 이상화 선수처럼 6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생활하고 있죠.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고 과정에 만족할 생각이에요. 도쿄 패럴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후에는 지도자로서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싶어요.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력 향상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할 생각이에요”
“많은 선생님들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결과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요. 장애를 가졌다고 숨어있지 말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감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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