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엇나간 암호화폐 규제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해 정부는 암호화폐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규제를 강화했는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비판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없이 규제만 남발하다보니 투자자들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 노출돼 투기판의 먹이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개인정보유출 및 해킹 피해는 물론 심지어 거래소가 고객들의 투자금을 직접 먹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만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래소 특성상 신생 거래소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벤트 역시 우려가 들긴 마찬가지다.
일례로 최근 먹튀 논란에 휩싸인 암호화폐 거래소 퓨어빗이 대표적이다. 퓨어빗은 거래소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고 자사가 개발한 퓨어코인(PURE) 상장 전 투자자 참여를 유도했다. 직접 채굴하는 퓨어코인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이더리움(ETH) 배당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았다.
그 결과 퓨어빗은 거래소 출범 이전에 벌써 1만3178개의 이더리움을 모았다. 당시 이더리움 평균 시세가 20만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3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투자자를 모집한 이후 퓨어빗은 돌연 사이트 접속이 안되는가 하면 공식 오픈채팅방에서 투자자들을 강제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퓨어빗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이더리움 지갑을 추적한 결과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로 수 차례 자금이 이동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사실상 먹튀했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심지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퓨어빗 관계자를 자처한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피해복구를 빌미로 거래에 사용되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선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방법인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단속할 법안이나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태다.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규정할 수단 자체가 없다보니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자체 암호화폐를 토큰으로 발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페가 아니라 특정 거래소 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규모가 작은 거래소 자체토큰의 경우 시세를 담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퓨어빗과 같은 사례처럼 거래소가 폐업하거나 임의로 문을 닫을 경우 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불투명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암호화폐 거래의 전성기라는 말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거래소 자체코인을 상장하기 전에 미리 사두면 단기간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믿음의 바탕엔 거래소 측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 몫 한다.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거래 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해 이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교환해준다는 식의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꾸준히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초 거래소가 언급한 마케팅 내용이 지켜질거라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 등록만 하면 누구나 거래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설립 문턱이 낮다. 퓨어빗 사태만 봐도 사업자등록증과 소재지 등 운영자가 제시한 서류는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났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약 70여 개로 추정된다. 신규 개장을 앞둔 거래소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관련법이 미비한 탓에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오히려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투기 열풍을 잡겠다던 정부가 아예 투기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거래는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해도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 향후 관련시장 규모와 기술 발전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거라는 사실에 누구나 공감한다. 변화의 흐름에 눈감는다고 해서 변화를 막을 순 없다. 구멍뚫린 허술한 규제가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주는 게 국가경제 발전은 물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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