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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대학 공동학위제 도입 논란
십수년 노력 물거품 만든 대학 결정에 학생들 뿔났다
국립대·경인지역 대학 등 추진 불구 학생들 반발에 동력 상실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24 00:05:00
▲ 두 대학 이상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가 대학 측의 소통 부재와 대학서열화 등의 문제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인지역 일부 대학들은 대학측의 일방적 추진에 반발해 시위를 펼쳤고 결국 철회를 이끌어 냈다. 사진은 단국대에 붙여진 복수학위제 반대 대자보와 포스트잇 모습.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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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유 경제가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학 역시 공유의 개념을 활용해 학점, 강의 교류제도 등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에는 필요한 요건을 갖추면 소속대학과 교류대학의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학에서 복수학위제 도입을 두고 구성원과의 갈등이 빚어졌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도입을 강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대학 측은 복수학위제 도입을 철회했다.
  
복수학위제, 교육 환경 변화·4차 산업혁명 강조 속 대안으로 등장
 
복수학위제가 대학가에 등장한 배경은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면서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는 교육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2026년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45만명으로 2016년 61만명에 비해 16만명이나 감소해 급격하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올해 서남대, 한중대 등 4개의 대학이 폐교됐고,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부실대학에 대한 솎아내기를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또 교육부는 지난 8월 학생 수 급감으로 오는 2021학년도에는 5만 6000명의 미충원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전국 사립대학 중 38개교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들도 정원감축의 파도 속에서 기존 학과의 정원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융·복합 인재 양성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전공을 다루는 학과로 개편을 추진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교육환경 변화 속에서 교육부는 지난해 5월 학위 남발 등을 이유로 제한하던 국내 대학 간의 복수학위제를 허용했다. 경직된 학사제도를 유연화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융합교육 활성화와 인재 양성을 위한 취지에서다. 자신이 입학한 대학의 전공과 함께 다른 대학의 다른 전공도 이수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가 허용되면서 대학들의 제도 도입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곳은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의 모임인 경인지역총장협의회는 회장교인 인천대의 주도로 지난 5월부터 복수학위제 도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MOU에 참여한 대학은 인천대를 비롯한 △강남대 △단국대 △명지대 △서울신학대 △성결대 △안양대 △인천가톨릭대 △칼빈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국항공대 △한세대 △한신대 등 14개 대학으로 복수학위제 운영을 위한 기반을 갖춘 후 지난 11월 27일 복수학위제 협약을 맺었다.
 
▲ 경인지역총장협의회는 지난 5월부터 경인지역대학을 대상으로 복수학위제 도입을 논의해왔고 14개 대학 간의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천대, 단국대, 명지대 등에서는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사진=인천대]
 
경인지역총장협의회가 제안한 복수학위제는
4+1제도다. 소속대학에서 4년(8학기)을 이수하고 교류대학에서 1년(2학기)을 이수하면 양 대학의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복수학위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다른 학과로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부산대는 서울대를 제외한 9곳의 지역거점 국립대를 통합 또는 네트워크화하고 학생 공동선발과 공동학위제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 반발에 주요대학 참여 철회
 
교육서비스의 공동 활용을 통한 고등교육의 시너지 확산을 기대했던 복수학위제는 도입도 되기 전에 큰 저항에 부딪혔다.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던 대학의 학생들이 구성원과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추진된 부분에 대해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부산대는 2011년 이후 7년 만에 학생총회를 열고 비민주적 학칙 개정 등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약 4000여 명이 모인 이날 총회에서 학생들은 자율전공, 융합전공과 더불어 공동·복수학위제 등이 담긴 학칙 개정을 중단하고 각 단과대학, 학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칙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총회 결과에 대해 부산대 역시 공동·복수학위 규정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은주 부산대 교육정책팀장은 “학생과 협의를 통해 합의점이 도출될 때 까지 공동·복수학위제는 보류됐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경인지역 대학 학생들 역시 복수학위제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장교인 인천대는 물론 단국대, 명지대, 항공대 등에서 복수학위제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 집회, 서명운동 등을 펼쳤다.
 
단국대 학생들은 의견수렴 절차 없이 복수학위제 시행을 협의한 점을 ‘날치기 통과’에 비유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보였다. 총학생회는 대학과 논의를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일부 학생들은 대자보와 포스트잇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비민주적 학사행정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학 측의 독단적 절차에 항의했다.
 
결국 복수학위제 참여 의사를 밝혔던 법학과와 응용통계학과가 참여를 철회하면서 단국대는 복수학위제에 최종 불참하게 됐다.
 
인천대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집단 행동을 펼쳤다. ‘학생 의견 없는 졸속적 학사 개정에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올리고 1인 시위, 포스트잇 붙이기 운동을 진행했다. 또한 2484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96.1%(2388명)에 달하는 반대 의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 인천대 총학생회는 시위와 포스트잇 캠페인 등 집단행동을 통해 학생 공감없는 복수학위제 도입에 항의했다. 결국 인천대는 복수학위제 도입을 철회했다. 단국대와 명지대 등에서도 학생들의 반발에 연이어 복수학위제를 철회했다. [사진=인천대 총학생회 제공]
 
채성욱 인천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생과의 협의 없이 추진된 문제도 있었지만, 강의 공간의 협소 문제로 인해 복수전공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듣지 못하는 등 불편이 많았다”며 “복수학위제까지 운영될 경우 강의 공간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런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의견이 컸다”고 말했다.
 
결국 인천대는 학생의견 수렴 없는 복수학위제 추진에 사과하고 경인지역대학 복수학위제 참가를 철회했다. 총장협의회 회장교가 빠지면서 14개 대학의 복수학위제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희재 인천대 홍보팀 행정관은 “총장협의회가 열리는 오는 1월에 전체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대학들이 계속 추진할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인천대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명지대와 항공대 역시 학생들의 반발에 대학 측이 참여를 철회하면서 현재까지 협약에 참여한 4개 대학이 복수학위제 도입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협약에 참여했던 경인지역 타 대학 관계자들은 주요 대학이 빠진 만큼 제도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대 교무처 관계자는 “주요 대학들이 불참하면서 복수학위제 도입이 어려워졌는데 불참을 선언한 대학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만약 다시 복수학위제 도입을 추진한다면 문제점이나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복수학위제 논란에 대해 대학 간의 서열화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이들은 참여를 밝힌 대학 중 불참을 선언한 대학들이 서열상 높은 위치에 속해있던 대학인 만큼 비슷한 대학 간에 협약을 맺지 않는 이상 복수학위제의 도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A대학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거나 지역 명문대로 불렸던 대학들의 반대는 복수학위제 도입 초반부터 우려되던 상황이었는데 결국 이 문제로 인해 좌초됐다”며 “도입 과정에서 복수학위제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나 대한 설명도 부족했는데, 논의가 다시 재개된다면 충분한 의견 수렴과 제도 보완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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