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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혁신 가도’를 질주하는 세계의 도시와 대학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하는 이유는 이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1-12 08:31:00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한동안 잠잠하다가도 여지없이 세간에 회자되는 거북한 소식이 있다. 우리 사회의 선량 혹은 동냥으로 자처하는 인물들의 불미스러운 행각 때문이다. 대부분 해외에서 빚어지고 있는 촌극들로 국가망신이다.
 
 선진 사례 벤치마킹 혹은 우호·협력 증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외유를 하면서 갖은 추태를 부린다. 자기 주머니의 돈이 아닌 나랏돈을 펑펑 쓰면서 이런 짓들을 하고 다니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들의 이런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종의 관행으로 전형적인 구태이자 대표적인 적폐이다. 원래의 취지대로 세상에 나가서 좋은 것들을 보고 배워 이를 기초로 국정에 반영하고,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면 누가 손가락질을 하겠는가. 염불보다 잿밥에 온통 맘이 가 있으니 잘될 리가 만무하다.
 
이런 와중에 정치는 더 희화되고 지역 경제는 더 황폐화된다. 다만 그들이 지역 주민의 지지를 업고 당선되었다고 항변이라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시시비비를 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창피할 정도다. 지금 세계는 그야말로 혁신의 전쟁이며, 그 본거지는 도시·지역과 대학이다. 글로벌 도시 혹은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에 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 트렌드에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후퇴로 지역 경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며, 대학은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하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가 오래됐다. 이들에게 세계의 대학과 경쟁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무겁고 가당치도 않다.
 
그렇다고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왜 성장 동력이 생겨나지 않고 미래가 암담하다고 하는지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처방이 가능하다. 지역과 대학이 환골탈태하고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어쩌면 우리만 모르는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 유수 고급 인재 탄탄한 자금(VC) 스탠포드, UC버클리와 명문 대학 혁신을 지피는 문화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등 5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명불허전의 혁신 도시이다.
 
 하지만 관행처럼 굳어버린 오만과 편협이 스스로 혁신을 파괴하면서 기술혁신의 전진기지라는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다.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은 혁신기업들이 실리콘밸리 둥지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연스럽게 미국 내에 제2의 실리콘밸리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같은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인 LA 인근 해안가이다. 산타모니카, 베니스, 마리나델레이, 플라야비스타 등으로 이들을 통칭하여 실리콘비치(Silicon Beach)’라고 부르기도 한다.
 
콘텐츠의 도시 LA가 탈()실리콘밸리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콘텐츠 이외에도 항공 혹은 우주 등 다양한 잠재력에 더하여 현지 VC50여 곳이 넘고, UCLA·USC(서던 캘리포니아대)·Caltech(캘리포니아 공대) 등에서 연간 1만 명이 넘는 미국 최대의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에 와서 창업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세금을 낸다면 이보다 더 환영할 일이 있나
 
특히 LA는 우리 교민들이 밀집하고 있는 지역으로 실리콘밸리보다 우리 기업과의 연계성이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외에도 MIT(매사추세츠 공대), 하버드 등 명문 대학이 운집해 있는 보스턴도 질주 가도에 합류하고 있다. 노벨상 93명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AI 대학을 설립하고 교육혁명을 시도 중이다. 인문계와 이공계 학생들의 융합 교육을 통한 혁명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뉴욕은 뉴욕대, 코넬대와의 제휴를 통해 ‘IT 허브도시로 변신을 하면서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가 조성되고 있다. 금융만으로는 도시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독일 베를린은 스타트업 아우토반으로 유럽 최대의 창업 도시의 비전을 만들면서 인재와 자금이 몰리고 있다.
 
프랑스는 스타트업의 나라(Start-up Nation)’를 천명하면서 파리에 세계 최대 스타트업 센터를 개장하고 문화도시에서 창업도시로의 탈바꿈이 한창이다. 스위스의 취리히는 아인슈타인의 모교인 취리히공대를 중심으로 AI·5G·첨단 로봇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인재,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창업 국가 이스라엘은 히브리대를 중심으로 대학 기술의 상업화는 물론이고 군대를 창업의 요람으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수도인 도쿄보다 오히려 지방인 교토 지역이 더 뜨겁다. 단순히 역사와 관광의 중심지로만 보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내외 IT 인재들이 몰리면서 일본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라는 도시 브랜드도 일손 부족을 외국 인재들로 채우는데 일조를 한다. 교토대 등 명문대학과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특히 디지털 기술과 더불어 일본의 전통적 강점인 아날로그 정서가 접목되어 디지로그(Digilog)’라는 새로운 융합 기술을 창조해내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은 베이징(중관촌·中關村)을 비롯해 선전, 상하이, 광저우 등 전국 주요 거점 도시를 연계하는 혁신과 창업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호찌민과 하노이, 두바이, 리야드, 마나마(바레인) 등 다른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치열한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신들만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고 있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제휴하여 돈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혈안이다.
 
과거 LA 주재 시 파사데나(Pasadena)와 어바인(Irvine)시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여기 와서 둥지 트는 것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창업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세금을 내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혁신이 왜 필요하고, 개방적이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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