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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찜질방이나 모텔 등에서 청소년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득이하게 다른 지역에서 숙박을 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숙박업소 마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의 찜질방 출입은 오후 10시~오전 5시 제한되지만 지난 2011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보호자 동의서를 소지하면 시간제약을 받지 않는다. 모텔·호텔 등 숙박업소는 청소년 출입금지 업종이 아니다.
“혹시나 사고 칠까봐”…찜질방·모텔 등 숙박업소 대부분 ‘청소년 사절’
서울 서대문구의 S찜질방 관계자는 “강릉 펜션 사고 이후 미성년자 출입을 가급적 금지하고 있다”며 “안전사고에 취약한 학생들을 들여보냈다가 사고 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업소에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동의서를 위조한 사례도 워낙 많아 몇 만 원 버는 것 보다 행정처분을 피하는 게 돈을 버는 길이다”고 말했다.
마포구 A찜질방 관계자는 “부모동의서 있다면 미성년자 출입을 거부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강릉펜션 사고 이후 안전사고에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발생하면 행정처분을 받을 수밖에 없어 청소년 출입자체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무를 만한 숙박시설이 제한돼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부득이하게 편의점, 카페 등에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안전 위협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겨울 방학을 맞이해 친구들과 강원도 화천의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를 찾은 김상민(19·남) 군도 숙박업소 이용이 어려워 큰 곤욕을 치렀다.
김 군은 “올해 고 3이라 수능 전 마지막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통영에서 이곳을 찾았는데 잘 곳이 없어 애를 먹었다”며 “화천에는 찜질방이 없어서 춘천으로 가야하는데 춘천 찜질방은 ‘부모동의서’가 있어도 이용이 불가하다고 들어 어쩔 수없이 노숙할 상황에 처했었다”고 토로했다.
전주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강한빛(18·여) 양도 “찜질방에서는 ‘부모동의서’가 있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부득이하게 타 지역에서 하루를 보낼 경우 24시간 편의점이나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밤을 새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찜질방 주인에게 부모님과 전화연결을 시켜준다고 해도 부모님과 같이 온 게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 출입이 가능한 모텔·호텔 등 숙박업소들도 청소년들의 숙박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모텔 업주는 “미성년자를 받는다고 해서 큰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업주 입장에서는 부모동의서를 위조했는지 안했는지는 확인이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혼자 왔다고 해놓고 밤늦게 이성을 부르는 경우도 있어 부모님과 같이 오지 않는 한 미성년자는 절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중앙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모텔은 법적으로 혼숙 외에 미성년자 숙박 자체는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저녁에 몰래 혼숙을 하는 바람에 고발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부 업소에서 청소년들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울한 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업주들에게 청소년 손님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고 피력했다.
밤거리 헤매는 청소년들 두고 교육청 “구청이나 경찰서 문제” 책임 회피
청소년들이 밤을 지새울만한 숙박업소가 사실상 전무해 안전 위협 우려가 일고 있지만 지자체와 교육청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민원을 넣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야간에 찜질방 출입을 못해 잘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문제는 구청이나 경찰에서 해결할 문제다”고 책임을 미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중관리위생법에는 오후 10시부터 새벽5시까지 청소년의 입장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친권자 또는 후견자가 동행하거나 부모동의서가 있을 시에는 청소년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청소년 안전사고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행정처분을 내리다 보니 찜질방들이 자체적으로 청소년들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청소년을 위한 숙박업소 마련과 함께 ‘청소년이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은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ASUNARO) 활동가는 “계속해서 청소년들이 갈 곳을 없애고 손쉽게 사회에서 배제하는 청소년 규제법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이 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의 자기 결정권을 없애는 것이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청소년들에게만 유독 엄격한 사회분위기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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