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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비리 논란
정부 무관심이 낳은 불법·비리 온상 입주자대표회의
문제점 발견 후 신고해도 물증 없어 무의미…견제장치 마련 시급
김진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9-02-25 13:30:08
▲ 아파트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한 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스카이데일리
  
#. 경기도 고양시 A아파트는 입주 3년 내내 입주자대표회의(이하·입대의)와 입주민들 간에 고발·고소를 불사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입대의 운영방식과 최대 38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문제를 놓고 벌어진 양측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관리규약 개정과 공용부 하자보수 문제를 놓고 발발한 제1기 입대의 회장 측과 입주민들 간의 대립은 아파트 건설사가 관할 지자체 맡겨둔 출연금 30억원 가량을 K씨가 불분명한 이유로 수령하지 않으면서 금전적 문제로 확산됐다. 관할 지자체가 지원한 아파트 단지 인근 소각장피해보상금 5억원 사용내역 역시 주민협의체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K씨가 공개를 거부해 입주민들의 반발은 최고조에 달했다.
 
입주민들은 별도의 모임을 결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임기만료로 1기 입대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현재 2기 입대의 동대표와 소각장 문제관련 주민협의체 회장직을 맡고 있는 K씨 해임을 위해 단지 내 전체 입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친(親) K씨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K씨 해임 요청 건 처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아파트 생활지원센터는 입주민들의 서명 운동마저 봉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파트 비리문제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아파트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아파트 입대의 회장의 경우 한 해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마땅한 견제장치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미온적 대처방식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주목된다.
 
전국 아파트 20% 비리아파트…전체 비리 중 80% 입대 회장과 직·간접적 연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8년 6월 공동주택 관련비리 신고센터 접수된 비리건수는 734건이다. 이중 공사 수의계약 등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이 36.2%,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적정 34.9%, 입대의 운영 부적정 11.9%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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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아파트 단지 20% 이상에서 각종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고 적발된 비리의 80%는 입대의 회장과 직·간접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2016년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감사대상 8991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19.4%인 1610개 단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전국 429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지자체 합동감사에서는 72%인 312개 단지에서 관리비 횡령, 공사 수의계약 부조리 등 1255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상남도 발표에 따르면 2014년~2018년 도내 아파트단지 감사 결과 비리가 적발된 193개 단지 1145건 중 공사·용역계약, 관리비 관련사항이 76%에 달했다.
 
전국 아파트 단지의 최소 20% 이상에서 각종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는데다 적발된 비리의 80%는 입대의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셈이다. 입대의 회장의 관리비 횡령,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고질적 비리 형태는 수백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경기도 광주시 B아파트는 입대의 내부갈등으로 총 10명 중 7명이 사퇴했지만 나머지 3명이 입대의 회의진행과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에는 ‘사퇴 위원 7명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대의 회장은 최근 건설사로 부터 개발후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입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회계처리에 복잡하다’며 개인통장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시 B아파트 입대의 회장은 다른 입대의 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상가들과 유료주차장 사용을 계약을 맺었다. 단지 내 주차공간이 좁아 전 입대의에서 반대했던 사안이었지만 입대의 회장은 과반수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 입주민들이 계약철회를 요구하는 전단지를 단지 내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부착하고 나서자 관리사무소는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입대의 혹은 입대의 회장이 연루된 비리 사항으로는 △부결된 안건 일부 수정 후 바로 재심의해 통과처리 △부결된 안건 수정공고 미 이행 △장기수선충당금 인상요인 내역 미공개 △공사 마무리 전 공사잔금지급 △중복된 공사 안건 상정 △관리소 직원에게 장기근무 조건으로 금품요구 수수 등이 있다.
 
입대의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이권을 챙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그 자리를 ‘한몫’ 챙기는 자리로 인식하고 사활을 걸고 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입대의 회장이 출마 시 수십억을 뿌리는가하면 주민동의서를 위조하거나 타인명의로 입대의 회장을 연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법령 한두 줄만 바꾸면 되는데…이웃사촌 간 갈등 원인은 정부 무관심”
 
전문가들은 각종 주민들 간에 갈등을 야기하는 입대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입대의와 입대의 회장의 견제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리가 저질러 진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지금의 상황은 정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전문가들은 현행 주택관리법 시행령에 규정된 아파트 방송시설을 사용하거나 엘리베이터 등에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한 내용을 일정수의 입주민들이 요구할 경우 방송시설 사용과 게시물을 부착이 허용되도록 법령이 개정돼야 아파트 비리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현행법 상 주민의 30%의 동의를 얻으면 관할 지자체가 감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미 증거인멸이 이뤄진 후여서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는 “비리가 발생한 다음에 신고한다 해도 이미 증거를 없앤 상태에서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비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대의의 사업진행방식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입주민들은 언제든지 입대의는 물론 다른 입주민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행제도에는 입대의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입주민들의 모임이나 토론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피력했다.
 
송 대표는 “현행 법령에는 비리문제를 적발한 입주민이 이를 전체 입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아파트 관리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입대의 회장이 관리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비리를 알리기 위해 비리주체에게 허락을 받아햐 하는 꼴이다”고 꼬집었다. 현행 주택관리법 시행령에는 아파트 방송시설을 사용하거나 엘리베이터 등에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아파트 비리문제는 적발위주의 행정에서 예방위주의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굳이 법안을 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인 시행령만 개정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비리예방을 위한 정부차원의 많은 제도개선이 이뤄지긴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며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의지를 갖고 법령개정에 나선다면 많은 비리예방은 큰 진전을 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아파트 비리 척결을 취지로 한 여러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관리비 등의 부과 내역, 외부회계감사 결과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 외에도 동별 게시판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상정했다. 아파트 홈페이지 이용자가 적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입주민들은 물론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정보 접근을 보다 쉽게 하자는 취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입주자의 과반수가 동의할 시 자치단체장이 관리사무소장을 직접 선임해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도 상정된 상태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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