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또 다시 불확실성을 부추길만한 이슈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하자 그동안 정부가 펼쳐왔던 정책과 배치된다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혼란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화를 추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며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건설 경기부양 카드는 그동안 강도 높은 규제로 시장을 옥죄는 정책 방향과 배치돼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건설 경기 활성화 과정에서 지급되는 토지보상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으로 집값 상승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서이 높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창 때려잡을 땐 언제고 총선 다가오니 보수정당 따라 돈 풀어서 시장 활성화라니”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건설투자 확대 방침은 국토교통부(이하·국토부)가 추진중인 정책과 모순되는 점이 많다. 건설투자 확대의 경우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정책인대 반해 국토부는 각종 규제 정책으로 시장의 자금흐름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국토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1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통과한 후 17일 차관회의,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29일 관보에 게재되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 ‘6개월’ 유예기간을 준만큼 최대한 빨리 상한제 대상 지역 선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과 국토부의 서로 다른 행보에 다수의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 조차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순된 행보라는 반응과 함께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채 과도한 개입에만 치중하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지심(여) 씨는 “많은 국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상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대부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정부의 개입을 꼽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는 이전 참여정부 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금까지 시장을 옥죌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 시킨다니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정 씨는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힘을 주는 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되면 안 그래도 시중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쪽에선 부동산을 규제하고 다른 쪽에선 부동산을 들썩이도록 하는 건설로 경기부양 카드를 내놨는데 이번 정부는 정말 모순투성이다”고 덧붙였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지훈(남) 씨는 “대통령이 직접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은 콕 찍어 이야기 하지 않아도 국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혹은 참여한 개발지들이 속도를 낸다는 의미로 생각된다”며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의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모순적으로 정책을 펼치지 말고 건설로 부양 하겠다 결정했으면 부동산 규제를 풀어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동작구 일대서 만난 김영진(남·가명) 씨는 “서민주거 문제해결을 위해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인식했는데 이는 결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며 “마치 결과가 무조건 좋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동안 정부 개입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는 “건설로 경기 부양한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건설투자 확대를 괄시하며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던 정부가 내년 총선이 임박하니 가시적인 성과 혹은 기조의 유연성을 보여주기 위해 보수정당의 정책 기조를 따라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내놓는 정책 대부분이 국가가 시장에 깊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들뿐이다”며 “투명하고 올바른 대통령이 되라고 했더니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내외부동산 한원우 대표는 “건설투자를 확대하면서 부동산을 잡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개발을 강조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곳이던 땅 값이 오르거나 인프라가 좋아질 기대감에 돈이 몰리는데 이는 당연한 이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경기 부양책과 규제책 동시에 펼치면 부동산 시장 혼란 가중될 것”
부동산 전문가들도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모순된 정책으로 시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발호재가 있는 곳 주변은 자극을 받아 가치 상승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쪽에선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정책을 펼치면 시장은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개발을 통해 생긴 돈들이 다시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며 “현 정부 인사들은 건설투자가 확대되면서 개발이 진행될 때 파생되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신산업 개발보다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손쉽고 ‘살아난다’는 느낌이 확 들 수 있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 팀장은 “굵직한 개발 사업이 속도를 높여 진행되는 것은 좋지만 이를 통해 발생하는 부동산의 시장 가치 상승, 집값 상승 등의 부분을 규제로 계속 누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재 건설로 경기부양을 언급해 놓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확실시 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양지영R&C 연구소 양지영 소장은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1~2기 입주민들과 입주할 3기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을 위해 빠르게 교통여건이 갖춰져야 하지만 이로 인해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 후 대책이 나와 서울 내 공급 부족 우려를 지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거점개발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전히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잡기만 하겠다는 것은 이도저도 명확하게 노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며 “시장을 압박하면서 건설을 강조한다는 것은 정말 모순이다”고 답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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