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설계자가 한국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대단히 위험한 국면에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대통령 직속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대통령)을 지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이끄는 국가미래연구원은 최근 한국경제가 사실상 침몰상태로 들어갔다고 공언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성장률을 올해 1.87%, 내년 1.78%로 전망하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놨다. 2년 연속 1% 성장률은 지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가 파산직전으로 몰렸던 지난 1997년 IMF 환란 때도 없었던 일이었다.
지난해 연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그만 두며 문재인 대통령 곁을 미련 없이 떠난 김광두 원장은 올해 초 이미 한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에 한가하게 위기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충고했었다. 이어 지난 9월에도 한국경제연구원 특별좌담회에서 시장경제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1% 저성장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계자도 인정하고 포기한데서 나아가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J노믹스에 대해 대통령부터 경제부총리와 여당 등은 연일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자화자찬 발언들로 이른바 실드를 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대해 김광두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국민경제를 대변하는 민생지수 조차 평균 91.2를 나타내 노무현 정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원장의 직설은 더 이상 학자적 태도로 좌시할 수 없다는 양심이란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장기적인 국운 쇠락이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10년 후 대한민국의 위상은 우리가 얕잡아 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밀릴 상황이 오면 남미의 포풀리즘 국가들 사례처럼 속된 말로 끝장이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중병이 들어가는 원인도 간단하고 치유도 쉽지만 그 회생의 길을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 있다. 아예 눈감고 계속 잘못된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이니 유구무언이다. 말만 화려한 성찬 속에 국민도 속고 정부 자신도 속는 ‘사회주의 실험’이 그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다.
J노믹스의 핵심에 있는 ‘사람 중심 경제’, ‘혁신적 포용국가’, ‘포용적 성장’ 등은 잘 곱씹어 보면 실현하기 어려운 사회주의 또는 이상주의 정책이다. 우리는 그래서 일찌감치 사람(人)보다 사람관계(人間) 중심을 강조해 왔을 뿐만 아니라 혁신과 포용 그리고 포용과 성장도 마치 시소처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현란한 수사(修辭)일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이는 최근의 크고 작은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을 하거나 좌회전 하면서 우회전 깜빡이를 넣는 혼란스러운 운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엑셀을 동시에 밟는 막무가내 식 운전 양상이 적지 않다.
승합차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기소를 놓고 벌이는 정부와 검찰의 최근 진실공방에서 조차 섣부른 정부의 운전은 그대로 드러났다. 택시업계의 목소리와 ‘타다’라는 신산업 사이에서 갈지(之) 행보를 보여 온 정부의 민낯이다. 정부의 애매한 기소 유보 입장에 검찰은 법대로 했을 뿐이다. 정부는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하려다 사고를 낸 격이다.
대기업 부문에서는 좌회전을 하며 우회전 깜빡이를 켜대는 운전이 계속되고 있다. 좌클릭 일관성을 보여운 친노동 정책 중에도 대통령이 대기업 현장을 돌아다니고 오너를 만나는 친기업 행보는 그 대표적인 이해 못할 행보다. 전 방위적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행정부의 수반을 만나야 하는 대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이 또한 대형사고를 냈다. 대기업들이 한국을 글로벌 6위라는 전무후무한 수출대국의 위상으로 올려놓은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히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그 결과 한국수출이 11개월 연속 추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올 10월까지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대내외적인 환경 탓만 늘어놓고 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부동산과 건설부문에서 무리하게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J노믹스의 부동산 정책은 강한 압박을 기조로 한 브레이크 페달 밟기다. 특히 강남권은 인정사정이 없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지금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씩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압박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만 시장은 더 요동치고 있다. 지방 집값은 추락하는 부동산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그러자 정부는 수십조원을 뿌리는 민간투자 활성화와 공공투자 확대정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국민체감형이란 화려한 간판을 내걸었다. 전국의 각종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예비타당성을 면제하는가 하면 공공인프라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되면 대형사고 잠재력을 키운다. 브레이크를 잡고 사업을 마구 벌이면 정확한 수요예측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천문학적 혈세들이 투입된 각종 사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거나 흐지부지되면 피 같은 국민 돈만 고스란히 날린다. 국가재정이나 지방재정 모두 위기에 빠질 것도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사회주의 기조는 결국 공무원을 향했다.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을 대폭 늘린다. 최근 확정된 ‘2020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일정’을 보면 내년 공무원 충원인원은 중앙·지방 합쳐 3만3815명이다. 이는 지난 1991년 3만5961명이 증원된 이후 29년 만에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놀랍다. 공무원 증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무려 17만4000명이 늘어난다.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늘려 망국의 운명까지 간 해외사례는 많다. 풍요로운 선진국이었던 그리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우리도 미래세대에 씻을 수 없는 짐을 안겨주는 것이 공무원 일자리 정책이다. 시장에서 망가진 경제정책에 덧대 공무원으로 일자리를 채우려는 발상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유시장 시스템 하에서 경제기적을 일군 황금마당에 좌클릭 사회주의 썩은 기둥을 무리하게 박으려는 시도에 있다. 국민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마치 실현 가능성이 없는 나라를 건설해 보겠다는 실험을 하겠다는 행태와 다름이 없다. 이는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이로 인한 보-혁 대립, 좌-우 갈등을 넘어 체제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국론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운 쇠락의 원인은 누가 봐도 섣부른 운전에 있다는 것이다.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주변의 충고를 듣지 않는 J노믹스로 인해 70년간 고통스럽고 힘들게 이룬 위대한 국가의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두고 지켜보는 것은 우리 모두 동반 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 섬뜩함이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건 실험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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