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수색역차량기지’ 이전부지 대부분이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지역에 포함되면서 서울시·한국철도공사와 고양시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이 지연될 경우 수색역세권 개발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향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색역차량기지는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착발하는 대부분의 열차를 관리하는 곳이다. 디젤기관차·전기기관차·새마을호·무궁화호·화물열차 등이 이곳에 모인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수색역 수색교를 지나 수색철도기지창 인근까지 3km 가량 길게 뻗은 모양인 이곳의 부지 면적은 약 70만㎡ 달한다.
부지확보 계획 미지수…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서울 서북부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
수색역 일대는 그린벨트에 묶인 탓에 서울시내 몇 안 되는 낙후지역 중 하나다. 2013년 서울 서북권 활성화를 위해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데 이어 지난 6월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색역세권 기본구상 수립 계획’을 발표했다. DMC역부터 수색교 까지 약 32만㎡ 부지 중 운행철로를 제외한 22만㎡에 업무·상업·문화관광 시설을 짓겠다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비는 약 1.7조 원 정도다.
1단계로 추진되는 DMC역 복합개발은 약 2만㎡ 부지에 상업시설 조성을 목표로 2022년 착공할 예정이다. 2단계인 약 20만㎡ 규모 철도시설 부지 개발은 지구단위계획 수립·민간 사업시행자 공모를 통해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2025년 착공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개발 계획 발표 후 여론의 관심은 DMC역~수색교 차량기지 이전 지역으로 향하고 있지만 코레일 측은 현재까지 정확한 이전 부지 발표를 미루고 있다. 최근 구로차량기지의 광명시 이전을 놓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수색차량기지 이전부지 발표가 부담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코레일은 DMC역~수색교 차량기지를 수색교부터 수색철도기지창에 이르는 약 35만9920㎡ 화물열차 차량기지 부지로 통합·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색역차량기지는 수색교를 중심으로 남동쪽인 DMC역까지는 일반열차 차량기지로, 북서쪽 부지는 화물열차 차량기지로 각각 사용되고 있다.
이전 예정지로 거론되는 북서쪽 부지는 성신양회 시멘트수색공장, 남송시멘트 등 시멘트 회사들과 CJ대한통운 이사물서비스, 무림페이퍼물류센터 등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또한 과거 묘포장 시설도 현재 방치돼 있는 등 사실상 차량기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국토교통부는 수색교~수색철도기지창 부지를 ‘고양 수색역 북부선로 및 물류시설’ 설치구역으로 승인했지만 물류시설 설치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코레일은 물류시설 부지를 철도시설로 변경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색교 북서쪽은 시멘트 사일로들이 있어 먼지로 인한 주민 민원이 발생할 뿐 아니라 철도시설로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곳을 철도부지로서 제대로 정비해 수색교 남동쪽에 있는 차량기지를 이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수색차량부지 이전사업은 고양시의 새로운 부지를 매입해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의 전체 수색차량기지 부지를 재배치하는 것으로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색역세권개발 예정부지를 민간에 매각하고 얻은 수익으로 수색철도기지 이전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서울시 나름의 최선책에 해결의 키 쥔 고양시·인근주민 ‘시큰둥’
문제는 수색역차량기지를 통합 이전할 부지의 60%가량이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관할 지자체인 경기 고양시는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한 개발행위 허가 등 각종 인·허가권을 갖게 된다.
고양시는 아직까지 코레일과 서울시로부터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에 대한 협의 제안이 없는 만큼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덕은동과 인근 향동지구 주민들의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색역차량기지와 시멘트 공장으로 인해 소음과 먼지 등 주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013년 수색역차량기지 물류시설 설치에 대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 당시에도 소음·진동·교통정체 등 주민피해가 발생하고 인근 지역에 수많은 인구유입이 예상돼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며 반대를 경기도에 표명하기도 했다.
고양시청 황주연 철도교통과장은 “2013년 물류시설이 들어온다고 할 당시에도 덕은동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며 “당시 코레일은 향동역 등 교통 편의시설을 짓겠다며 100억원 지원을 약속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며 “물류시설이 아닌 차량기지가 들어오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고양시 관계자는 “차량기지가 이전하면 고양시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도 서울시와 코레일은 수색지역 철도시설 이전 기본구상과 타당성 용역·예비타당성조사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결국 마찰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에 따른 교통개선 대책 내용도 주목된다. 수색역차량기지 이전부지는 수색로를 사이에 두고 경기도 향동지구와 맞닿아 있다. 3기신도시 고양창릉지구와는 2.7km 거리에 불과하다. 수색역차량기지 옆 수색로를 이용해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교통개선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고양시로선선뜻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에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수색로는 출퇴근 시간대 ‘지옥길’로 불릴 만큼 교통체증이 극심한 곳이다. 고양창릉지구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설 계획인 가운데 수색역세권 개발로 인해 수천가구가 새로 유입될 경우 수색로는 최악의 교통대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고양창릉 3기신도시 교통대책으로 △수색로 입체화(지하차도, 향동지구 입구~수색역삼거리) △고양선(새절역~고양시청) 신설 △화전역과 지하철 신설역 BRT 연결 등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 완공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양시는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 추진에 앞서 수색로 교통량 증가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주연 과장은 “수색로에 대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광역교통개선대책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향동역 신설문제, 3기 신도시 관련 교통대책 등과도 맞물려 있지만 명확한 수색차량기지 이전 계획을 알 수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레일 김현수 역세권개발처 차장은 “현재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고 이후 경기도, 서울시, 고양시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주민들과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업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한국개발연구원이 수행한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코레일과 각 지자체들은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수색역차량기지 이전문제는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예타 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색역차량기지 이전부지 인근 주민들이 사업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면 지자체 차원이 아닌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광역교통대책은 여러 지역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대책마련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의 착공 시점을 감안하면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은 최소한 2025년 이전에 완료돼야 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일수록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지금이라도 지자체 간 의견교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한다면 수색역차량기지 이전사업은 물론이고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까지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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