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민주당)과 군소정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로 국회뿐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에도 깊은 상흔이 남았다. 협치를 우선시하는 의회주의가 야합이나 다름없는 정치거래로 무너지는 상황을 목도한 국민들은 심각한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자유한국당(이하·한국당)으로 향하고 있다. 의회주의 훼손의 원인을 여당의 권력비대화로 보고 대안세력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결과다. 자유한국당을 유일한 대안세력으로 보고 지도부 중심의 리더십 구축을 통한 보수세력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권력독주로 훼손된 준엄한 의회민주주의 가치…민의의 전당 향한 비판 여론 확산
20대 국회 내내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해 연말 올해 예산안 및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공수처) 설치법 등 신속처리안건(이하·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과 협력해 최선의 수정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들을 끌어들여 과반을 살짝 넘긴 의석만 확보한 채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우선 민주당은 구랍 10일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4+1협의체’란 정체불명의 집단을 구성해 올해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선거법 개정안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됐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크게 반발했지만 4+1협의체는 표결을 강행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의 현행 의석수는 유지하되 비례의석 중 30석에는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주요 골자다. 또 선거연령 역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다.
검찰개혁법안의 핵심 법안인 공수처 설치법 처리도 민주당 주도의 4+1협의체의 불도저식 강행과 한국당의 저항 구도로 진행됐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전개하고 국회의장석 주변을 점거하는 등 해당 법안 저지를 위해 나섰지만 결국 법안은 처리됐다.
지난해 연말 보였던 국회의 모습은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민주당과 군소정당, 그에 맞선 한국당 모두에게 국민들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중립적이지 못한 회의 진행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문 의장은 각종 자료를 의석단말기로 대체하고 야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했다.
민주당과 군소정당은 준엄한 의회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 여론을 외면한 정치야합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로 인해 내년 총선 민심 역시 크게 술렁이는 상황이다. 권력독주의 폐단을 저지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싸우는 사람 따로, 뒷짐 진 사람 따로…자유한국당 리더십구축, 내부통합 국민요구 봇물
올해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아내지 못한 한국당 역시 국민적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대응방식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지도부 중심의 하나가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는 여론도 적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다. 황 대표는 신년 인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지 못했고,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데도 저희가 막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의 이유로 내부분열로 인한 화력분산 등을 꼽고 지금이라도 지도부 중심으로 똘똘 뭉쳐 권력독주의 견제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만난 정용만(44·남) 씨는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지난 연말 국회의 상황을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며 “협치는커녕 대화조차도 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제 1야당을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며 “한국당 역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집권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만난 이유정(36·여) 씨는 “국회가 특정 세력에게 점령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모든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에서 특정 세력의 목소리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 심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역시 내부 분열세력으로 인해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새해가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권력독주를 막아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회의 경우 다양성을 무시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있는 등 독재의 요소를 갖춰가고 있다”며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등에 대한 수정안이 발의됐는데 이를 본회의에서 토론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지만 지금은 같이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권력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며 “한국당이 하루빨리 분열과 반목을 멈추고 지도부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견제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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