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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베이비부머 성공시대(上-직업①)

헌신 외엔 몰랐던 우리 아버지들, 인생 2막 ‘청춘의 맛’ 흠뻑

27년 순대국밥 사장→시니어 모델 재탄생한 김칠두 모델

오페라에 인생·열정·진심 쏟아부은 한형철 오페라 해설가

흔하지만 흔치 않는 인생의 진리,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

이창현기자(c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3-29 00: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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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19년 기준 86.3세로 2010년 83.6년과 비교해 3세 가량 증가했다. 바야흐로 ‘백세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퇴직 연령은 만 60세다. 은퇴 후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중장년층의 고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중장년층의 관심은 ‘제2의 인생’에 집중되고 있다. 간단한 소일거리 외에도 창업이나 새로운 직종을 찾아 나서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은퇴하기까지 몸담았던 분야와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중장년층의 사례는 타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베이비부머 성공시대’를 선정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세 편에 나눠 보도한다.

 
▲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들은 한 평생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일상적인 삶에 매진한 터라 저마다 누릴 수 있는 행복은 잠시 뒤로 미뤘다. 그러나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중 일부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김칠두 시니어모델(왼쪽)과 한형철 오페라 해설가.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오늘날 ‘은퇴’라는 단어는 50·60세대들에게 불안과 걱정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100세 시대 말이 나올 만큼 의학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마땅히 새로운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50·60세대, 소위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쉽사리 떨쳐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인생2막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김칠두 시니어 모델(67)과 한형철 오페라해설가(59)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두 사람은 과거 본인들의 행복지표는 잠시 뒤로한 채 오로지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하기에 바빴지만 은퇴 이후 본인들이 갈망했던 취미를 직업삼아 행복과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패션 덕후’ 젊은 시절 추억 되살려 모델 변신한 꽃할배…“나이는 숫자에 불과”
 
카리스마적 외모, 헝클어진 은색 머리와 더부룩한 수염, 181cm의 훤칠한 키를 소유한 모델이 있다. 늦깎이 모델로 데뷔한 김칠두 패션모델이다. 그는 범상치 않은 외모로 대중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씨는 ‘2019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 20·30대 젊은 모델들과 나란히 서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류 광고 화보 촬영과 각종 방송, 언론 등을 통해 매스컴을 타면서 인기 모델로 급부상했다.
 
김 씨는 27년가량 운영을 했던 식당이 경기 악화로 인해 문을 닫게 되고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다시금 일을 찾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 일을 찾기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딸아이의 존재는 평범한 김칠두가 아닌 ‘모델 김칠두’로 재탄생시켜준 보석이나 다름 없었다.
 
“제 딸이 ‘이제 아빠가 제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고 옆에서 응원을 해주었죠. 어린 시절부터 패션모델을 꿈꿨던 저를 모델 학원에 데려간 것도 바로 제 딸이었어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라 도전을 망설였지만 ‘아빠, 일단 저지르고 봅시다’라는 딸의 한마디가 저의 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들었죠. 그 이후로 지금의 제 회사인 ‘TSP Model’에서 ‘모델 김칠두’로의 인생2막이 시작됐죠.”
 
김 씨는 젊은 시절부터 패션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큰 누나가 운영하던 의상실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맞춤복이 대세 였던터라 원단 보는 법, 치수 재는 법 등을 배웠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서울에 국제복장학원도 다녔다. 1977년에 열린 한양모델경연대회에 참가해 입선한 경험도 있다.
 
“사실 제가 젊었을 땐 흰색이나 컬러풀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었죠. 저는 남들 눈에 띄는 게 좋아서 마음대로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를 보고 참 별나다며 종종 얘기했었죠. 그런데 모델 데뷔 이후에 친구들의 반응이 ‘너는 언젠가 TV에 나올 줄 알았다’, ‘참 적성에 맞는다’, ‘드디어 너의 꿈을 찾았구나’ 등의 격려와 응원들이 쏟아졌어요.” 
 
▲ 김칠두 시니어모델(사진)은 27년 동안 운영했던 식당을 경기악화로 폐업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젊었을 때 관심 분야였던 패션모델에 도전했고 그 결과 당당히 스타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사진=황정아 기자] ⓒ스카이데일리
 
“그동안 모델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서울패션위크’의 런웨이에 올랐던 일이에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진 조명을 받으며 런웨이를 걷는 그 순간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고 뇌리에 남죠. 사실 관객들은 모델이 걷는 모습, 입은 옷, 표정 등 다양한 것들이 보이겠지만 모델이 바라보는 패션쇼는 딱 하나에요. 내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까하는 생각 뿐이죠.”
 
그러면서 김 씨는 과거 식당을 접은 후 그토록 꿈에 그리던 패션 분야에 처음 입성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같이 일을 하는 주변 동료 대부분이 10·20대인 상황에서 낯설기도, 때론 두렵기도 했다. 그는 ‘나이 든 내가 과연 여기 서 있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고민이 많았고 전했다. 대개의 사람들이 ‘나이’에 대한 색안경이 강했기 때문에 ‘처음’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패션 분야에서 조차 ‘나이’라는 제한으로 오디션을 보는 기회조차 없던 경우가 많았죠. 특히 ‘이미지는 좋은데 나이가 많은 모델은 쓰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저를 주눅들 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줬던 지금의 회사는 평범한 할아버지가 아닌 멋있는 사람으로 바라봐줬죠.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층 더 성장하게 됐죠.”
 
마지막으로 김 씨는 시니어 모델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로 한국뿐만 아니라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같은 더욱 큰 무대에서 활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투자를 아끼지 않고 공부에 열심히 매진하겠다고 부연했다.
 
30년 금융맨, 명예퇴직 뒤 오페라 덕후 탈바꿈…“오페라는 제2인생 전환점”
 
한형철 오페라해설가(59)는 약 30년 가까이 금융업에 몸담아 온 정통 금융맨이다. 한 씨는 퇴직 후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 및 목공일에 도전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접어두었다. 당초 전공을 살려 금융 강사의 길을 걸으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중 재직당시부터 좋아했던 취미인 오페라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직장생활 때부터 취미로 즐겨 삼던 오페라 분야를 더욱 깊이 연구하고 파고들어 현재 프리랜서 오페라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재직 당시에는 퇴직 후 구체적인 설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막상 평균수명까지 30년 이상 남았는데 과연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재테크, 금융상담 자격증 등을 지닌 전공을 살려 노사발전재단에서 금융강사 코스를 이수했죠. 하지만 자격을 획득해도 정작 강의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았어요. 실제 강의는 알아서 해야만 했죠. 결국 강사의 길을 접었고 오랫동안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그 후 한 씨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수많은 고심 끝에 오랫동안 취미로 즐겨왔던 오페라를 해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한 씨는 금융업 재직 당시인 2007~2009년까지 2년 동안 국립오페라단 ‘클럽오페라’ 운영위원 활동을 했으며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오페라해설을 펼친 경험도 있었다.
 
▲ 한형철 오페라해설가(사진)는 30년 가까이 종사해왔던 금융업 분야를 떠나 자신의 행복지표라 여기는 오페라를 통해 제2의 인생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 씨는 올해 안에 오페라와 미술을 접목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관련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원래는 클래식에 관심이 있었다가 20여년 전에 오페라를 처음 접했어요. 오페라를 잘 몰랐지만 그렇게 큰 공연장을 연기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가득 메우는 게 신기했죠. 이후 오페라는 직장생활 내내 저에게 쉼표 같은 존재가 됐어요. 그리고 2017년 명예퇴직 후에는 제2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계기도 됐죠. 또 오페라는 저에게 끊임없이 계발하고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선생님 같기도 해요”
 
“흔히들 오페라라고 하면 다소 어렵거나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예술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막상 알고 보면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으며 누구나 재밌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분야죠. 많은 사람들에게 오페라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익숙하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거리감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한 씨는 오페라 해설가로 진로를 정한 뒤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콘텐츠를 정하고 블로그에 오페라 관련 글을 올리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블로그도 할 줄 몰라 한 달 강좌를 수강하면서 배웠다. 그렇게 블로그에 어느 정도 자료를 축적한 뒤에 꼼꼼히 강의자료를 만들어 ‘서울시 50플러스센터’에서 첫 강의를 하게 됐다. 기업과 기관 그리고 시청과 구청의 여러 배움터에서 강의를 해왔지만 그는 정립회관에서의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분들께 해설을 해드렸는데 ‘옛날에 나도 들어봤다’며 흥겨워하시는 모습에 흐뭇하더라고요. 교통비를 주신다는 것도 사양하고 기분 좋게 돌아왔죠. 사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지난해에 오페라 입문서 ‘운동화신고 오페라산책’을 출간했을 때에요.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없애려고 만든 책이죠. 그동안 강의하고 오페라 칼럼을 연재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께 눈높이를 맞춰 ‘해설’하는 일종의 안내서에요. 이 책에는 저만의 오페라 철학이 담겨있죠.”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정년 은퇴 이후 인생 전환점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인생 2막을 펼쳐나간다는 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한 씨는 은퇴선배로서 미래를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고 향후 목표도 다짐했다.
 
“은퇴선배로서 새로운 인생을 고민하고 설계 중인 분들게 조언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은퇴하신 분들은 대개 20~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갈고 닦은 노하우·장기·특기·취미를 하나 씩은 가지고 있죠. 다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죠. 자신만의 인생스토리를 설계하고 개척해나가면 누구든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요.”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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