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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에 부담 느끼는 반려인 80.7%… 반려동물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 감수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이용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7%의 소비자들이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불만족 이유로 △과잉진료 의심(16.7%) △진료비 사전 고지 없음(15.8%) △진료비 과다 청구(14.1%) △동일진료이나 병원 간 큰 금액 차이 큼(13.1%) 등 가격과 관련된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려동물은 의료보험 등 사회적 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반려동물 병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민간 보험사에서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 우려와 제한사항 때문에 이용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반려인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반려인이 직접 동물병원별로 진료비를 꼼꼼히 비교하지 않으면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 일대 동물병원 진료비 가격을 비교해봤다. 명확한 비교를 위해 시력에 이상이 있는 7세의 페키니즈로 조건을 통일했다. A병원의 경우 간단한 검사 후 연고 가격과 약값까지 5만6000원을 제시했다. A병원과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B병원은 각종 검사를 권유하며 3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제시했다. 두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C병원은 10만원대의 진료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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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병원마다 진단 결과가 다르고 의사 간 실력 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었다. 실제 반려인들 역시 균일하지 않은 동물병원 진료비로 인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다미 씨(23·여·가명)는 “당장 강아지가 아픈데 동물병원들을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물어보고 다니기가 힘들다”며 “결국 비싼 값을 불러도 강아지를 생각해서 진료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윤경 씨(22·여·가명)는 “강아지 몸살로 약만 타오는 경우에도 3만원 정도가 든다. 슬개골 탈구 때문에 갔을 때는 10만원 정도 들었다”며 “입원비, 처치비, 수술비 등 다 포함해서 200만원 가까이 지출한 적도 있었다. 애기가 아픈데 여기저기 가격 비교를 해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 수의사협회는 천차만별인 반려동물 진료비를 획일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협회에 따르면 1999년까지 시도별로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수가를 정한 진료보수제도를 운영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정해 가격 경쟁을 하라는 취지에서 진료보수제도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가게 임대료 등이 진료비에 영향을 미쳐 동물병원별로 진료비가 상이해졌다는 게 수의사협회의 입장이다.
수의사협회 관계자는 “예방 접종의 경우 통일하자고 논의한 적이 있는데 공정위에서 담합 행위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이후에는 수의사회나 사업자 단체가 가격에 개입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다른 반려견 전용 서비스비용… “일정 부분 획일화된 가격설정 필요”
반려동물 미용 역시 일정한 가격 산출 기준이 없어 반려인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 소재 반려동물 미용업체의 가격을 문의해봤다. 견종, 몸무게 등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므로 체중 11kg 비숑 프리제의 스포팅 미용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해당 조건의 미용비는 적게는 11만원에서 많게는 18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숑 프리제처럼 미용이 힘든 특수 견종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을 받는 업체도 있었다. 이외에 견종의 사나움, 털 꼬임(엉킴) 등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요금에 대해서 미리 설명해주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반려인들은 업체마다 다른 가격, 추가비용 산출 등으로 인해 바가지 요금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비숑 프리제를 키우는 이지은 씨(27·여)는 “엉킴 비용이 정해진 게 없고 ‘많이 엉키면 더 내야 한다’는 식이다. 부르는 대로 낼 수밖에 없다”며 “미용을 다 하고 나서 엉킴 비용만 8만원을 달라고 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려인 이수형 씨(31·남)는 “4만원에 해주는 곳이 있고 5만5000원에 해주는 곳이 있는데 가격을 정하는 기준을 모르겠다”며 “비싼 곳에서 미용을 한다고 해서 딱히 더 잘 자르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반려동물 미용업계 종사자는 업무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피력하면서도 추가 비용 산출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그는 “반려동물은 사람과는 다르게 미용 받으면서 움직이거나 미용사를 물 수도 있다. 미용 도중에 배설하는 경우도 있다”며 “미용 후 목욕, 손·발톱 관리 등도 해주기 때문에 반려인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가격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의료, 미용이라는 특성상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전달할 수 없더라도 기본적인 항목에 대한 정보 제공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있도록 판매 가격 표시 제도가 있지만 애견 의료·미용 같은 서비스업에는 적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모든 비용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일반적인 항목에 대한 획일된 가격을 공개해 소비자가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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