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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3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엔 가축 혹은 집을 지키는 수단으로 불과 얼마 전까진 단순히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애완동물’로만 인식됐던 반려동물은 이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가족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반려동물의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그들을 위한 음식, 옷, 시설 등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반려인들의 지고지순한 반려동물 사랑을 이용한 도 넘은 돈벌이 행태가 점차 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질 낮은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품을 팔지 않으면 소위 ‘호갱’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한 행위가 잦아지면서 반려동물 산업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의 경우 향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미래 황금알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의 주제로 ‘호갱이 된 반려인들’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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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이용한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히 좋은 상품이 아님에도 ‘수제’ ‘필수’ 등의 이른바 ‘혹’하는 단어를 붙여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바가지 행위는 관련 산업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켜 종국엔 산업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6조원 규모로 성장한 펫산업 시장… 수제·명품 등 자극적 단어 이용한 ‘바가지 상술’ 기승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전국 638만가구에서 약 860만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년 대비 47만가구나 늘었다. 반려동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개(80.7%)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펫산업 시장의 규모도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과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2년 약 900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6조원 규모로 증가했다. 8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펫푸드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푸드 시장은 1조3329억원 규모였다. 4년 새 시장 규모가 56%나 커졌다. 올해 국내 반려인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지출하는 펫푸드 비용은 세계 평균보다 14%가량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펫푸드 시장의 급격한 성장의 배경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반려인들의 애틋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기 자신에게 소비를 하듯 반려동물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쏟는 반려인, 소위 ‘펫미족’(Pet+Me·반려동물+나)이 늘면서 건강과 직결된 음식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펫푸드를 통해 다소 과한 이익을 취하려는 바가지 상술 행위가 빈번하게 나타나 반려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기성제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수제’라는 이름을 붙여 높은 가격대에 판매하는 행위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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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사람용 건조 고구마와 황태체, 반려견용 수제 건조 고구마와 황태체를 비교·분석해 본 결과 ‘반려동물’ ‘수제’ 등의 단어가 붙은 제품은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이 먹는 음식과 비교해서도 높은 가격대에 형성돼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시판되는 사람용 건조 고구마의 경우 300g에 8960원, 1g당 가격은 29.9원이다. 반면 반려견용 수제 건조고구마는 50g에 평균 판매가 3500원이었다. 이를 1g으로 환산하면 70원에 달했다. 동물의 수제 건조 고구마 가격이 사람용 건조 고구마보다 1g당 2.34배 비싼 셈이다.
또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사람용 황태채 제품은 400g에 1만7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g당 가격은 44.5원이다. 반면 반려견용 수제 황태채는 40g에 평균 5000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1g당 125원꼴이며 사람용과 비교해 1g당 2.81배나 높았다.
사람용과 반려견용 간식의 가격 차이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건조 고구마나 반려견용 수제 건조 고구마의 원재료는 대부분 국산 호박고구마이며 제조 방법도 비슷하다. 고구마를 자른 뒤 쪄내고 오븐에 굽는 단순한 제조과정을 거치면 된다.
황태채의 원산지도 러시아로 동일했다. 제조방법 역시 물에 6시간 이상 담가 무염작업을 거친 뒤 염분이 모두 제거된 상태의 황태채를 건조하면 된다. 영양 성분 역시 큰 차이점이 없었다.
다수의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한 과도한 바가지 상술에 큰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윤영호 씨(29·남)는 “간식을 살 때 ‘수제’라는 단어를 사용한 제품을 더욱 신뢰했는데 얼마 전부턴 그마저도 믿지 않게 됐다”며 “원산지, 제조과정 등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1g당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비자 기만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앞세우면 가격 껑충… 사람과 같은 원단 사용해도 ㎠ 당 단가 무려 52배 높아
반려견 의류 역시 가격책정에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만을 위한 특별한 원단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주장이다. 원단 납품 업체 관계자는 “강아지 의류 원단이라고 해서 별도로 생산되는 원단은 없다”며 “취미생활로 만드는 분들이나 판매 업체에서도 동대문종합시장이나 원단도매업체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의류용 원단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용되는 원단의 면적을 비교했을 때 사람 의류에 비해 절반도 사용되지 않지만 반려견 의류 가격은 더욱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유명브랜드가 아닌 평범한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친환경 소재인 텐셀 100% 원단으로 제작된 여성의류는 55사이즈를 기준으로 세로 66cm, 가로 101cm의 원단이 사용된다. 가격은 1만원대 초반이다.
반면 한 브랜드의 소형견(몸무게1~2kg) S사이즈의 의류에는 길이 24cm, 가슴둘레 32cm의 텐셀 원단이 사용됐다. 여성의류보다 원단이 적게 사용되는데도 약 4만원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이를 단위면적당 가격으로 단순 비교했을 때 사람 의류는 1㎠ 1.5원, 반려견 의류는 52원으로 약 35배의 가격차를 보였다.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장에서 만난 김선하 씨(29·여)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내가 안 쓰고 안 입더라도 반려동물은 좋은 것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면서도 “그런데 제품 가격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특별한 것도 없는데 사람의 제품과 심각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반려견 의류 판매업체들도 가격 책정 기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반려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강아지 의류의 경우 원단별로 가격 차이가 있는데 대개 사람 의류에 사용하는 고급원단을 쓴다”면서도 “하지만 저렴한 의류든, 고가 의류든 사실 좋은 것을 입히고 싶어 하는 보호자의 마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자녀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반려인의 소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에게 입히는 옷이나 먹이는 음식은 보통 크기가 작거나 자주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의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인구가 1500만명 시대에 접어든 만큼 반려인의 합리적 소비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단위가격 등 시각적 정보를 제시하는 방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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