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를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농부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었다. 이 거위 덕분에 농부는 부자가 됐다. 더욱 욕심이 생긴 농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에 황금이 가득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위를 죽여 배를 갈랐다. 하지만 거위의 배 속에는 황금이 없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2026년에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국내에서 불거진 ‘탄소세’ 도입 주장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회에 ‘탄소세’ 관련 법안 2건을 발의한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주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0(제로)’를 목표로 하는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탄소세 신설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온실가스) 1톤당 8만원을 부과하면 64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탄소세를 걷어 본인의 ‘1호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경제학자 출신으로 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은 조목조목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는 경제학자들이 마치 탄소세를 거둬 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말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교묘하게도 탄소배당이 탄소세기본소득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한민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든 기업들에 탄소세라는 족쇄가 채워질 경우 우리 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동시에 경쟁국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이다. 세수 확대를 위해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3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1톤당 50달러, 우리돈 약 5만8000원이 과세될 경우 기업들에 36조3000억원의 세부담이 더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법인세수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국내 기업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9년 805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 지사의 방안대로라면 포스코는 1년에 6조원이 넘는 탄소세를 내야한다.
지난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조4030억원, 법인세비용 등을 제외한 당기 순이익은 1조7880억원이었다. 탄소세가 도입될 경우 포스코는 1년에 최대 4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수 있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 다른 온실가스 배출 상위권 기업인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LG화학, GS칼텍스 등도 큰 타격을 입는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국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회사들을 파국으로 내몰게 되면 이들 기업과 협력업체의 수십만명의 근로자와 그들이 부양하는 수백만명의 가족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탄소세를 걷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목적세라는 특성을 무시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탄소세 역시 과세 목적에 맞도록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환경개선 사업 등의 용도로 쓰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본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파괴적인 수단을 취하는 자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만약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현명한 사람들은 농부처럼 거위를 죽이는 대신에 정성스럽게 기르려고 노력할 것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황당한 공약은 내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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