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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 방관 속 스스로 자초한 빅테크 규제

기사입력 2021-09-16 00:02:50

  
▲ 한원석 금융부 차장.
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에 대한 칼을 빼들었다. 당국은 금융플랫폼업체들이 자사 앱을 통해 보험과 펀드 등을 추천하는 금융 상품이 ‘광고’가 아니라 ‘중개’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유예 기간이 종료되는 24일 이후부터는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이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빅테크에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란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동일한 영업 행위에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원칙이다. 아울러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플랫폼 업체를 타깃으로 한 ‘기관 규제’ 방식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기관 규제는 특정 업권을 대상으로 한 법률을 제정해 설립부터 영업 전반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이 최근 내부용으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BIS가 올해 새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때 행위 중심 규제는 기관 중심 규제를 대체할 수 없고 보완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룹 규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서술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국내외 연구논문들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금감원의 공식의견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빅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케 한다.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아마존 킬러’라고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미 의회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 영역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제한하는 ‘반(反)독점 패키지’ 법안을 민주·공화 양당이 함께 공동 발의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스마트폰에 선탑재된 앱을 삭제하는 걸 막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초안을 발표했다. 이를 어길 경우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들에 플랫폼에서 라이벌 업체의 인터넷 링크를 차단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 금지 등의 조치까지 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빅테크에 대한 제동이 걸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동안 정부가 규제완화를 핑계로 수수방관했지만 빅테크의 금융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와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초래하고 비금융 부문까지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특히 빅테크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문제로 지목된다. 윤관석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 반 동안 총 76건(카카오 44건·네이버 32건)의 기업결합 심사가 있었는데 모두 승인조치 됐다. 이 가운데 66건은 간이심사를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이뤄졌다. 허술한 심사를 통해 빅테크 기업은 미용실 같은 골목상권까지 넘봤다.
  
금융당국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되면 최대 4년간 규제를 유예·면제했다. 이에 대해 은행·증권·보험사를 막론한 금융권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대환대출 플랫폼의 경우 당초 빅테크 주도의 통합 플랫폼을 기획했으나 은행들이 빅테크 종속을 우려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그제야 당국은 은행 중심의 추가 플랫폼을 허용하기로 했다. 카드사들도 빅테크에 사실상 카드업을 허용하는 소액 후불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 규제가 없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발했다.
 
두 번째로 빅테크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빅테크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다. 빅테크가 규제 유예·면제를 악용해 소비자에게 폭리를 취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의원실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의 결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보다 3배나 높았다. 영세 소상공인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 0.8%과 비교해 네이버페이 주문형 결제수수료율은 2.2%로 3배에 가깝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내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4670억원, 이 중 핀테크 업체 이용액은 2940억원으로 나타났다. 빅테크의 결제수수료를 1%p 인하할 경우 연간 1조1000억원의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의 문어발식 확장과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한 폭리 추구는 세계적인 추세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각계 각층,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과도한 사익 추구는 빅테크 규제를 찬성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뿐이다. 

 [한원석 기자 / , wsha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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