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찢는 우렁찬 굉음과 함께 제2발사대에 기립한 로켓의 4개 엔진에서 일제히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친 로켓은 구름을 뚫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지휘소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며 한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고조됐다.
숨 가쁜 8시간…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성국 등극
21일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지휘소 업무가 시작됐다. 당초 발사 예정시간으로 정했던 오후 4시 전까지 누리호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관계자들은 누리호의 밸브 등 점검이 끝나자 연료·산화제 동시 주입을 시작했다. 영하 183도로 주입돼야 하기에 공급라인이나 산화제 탱크 냉각작업이 선행됐다. 연료산화제는 엔진 점화 이전까지 혼합돼선 안 되기에 미리 헬륨가스로 정화했다. 산화제는 주입 직후부터 증발했기에 누리호 머리 위에는 하얀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발사 준비로 여념이 없던 오후 2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5차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발사 시간을 1시간 연기한 오후 5시로 최종확정했다. 발사체 하부 시스템 및 밸브 점검에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였다.
관계자들은 서둘러 발사대 하부 시스템에 문제를 점검했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누리호 발사 준비를 마무리했다. 누리호는 발사 1시간 전인 오후 4시에 연료 충전을, 50분 전에는 산화제 충전을 완료했다.
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 전자장비나 산화제 탱크 압 밸브 등 기능 점검에 나서는 등 만전을 기했다. 카운트다운은 발사 10분 전부터 시작됐다. 관계자들은 모든 기기 정상작용 여부를 살폈다. “이상 무” 사인과 함께 자동발사운용 시스템이 구동됐다.
오후 5시경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든 것은 사람 손을 떠나 기계의 손에 맡겨졌으며 컴퓨터는 쉴 새 없이 압력·통신상태 등을 체크했다. 마침내 4개의 지상고정장치(VHD)가 해제되자 누리호는 300t 추력, 섭씨 3400도, 60기압의 엔진 점화에 이어 한 치의 기울어짐도 없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한상엽 항우연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온도·습도·압력·바람 등 기상 상황이 하나라도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작업을 중단할 판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상을 떠났다 해도 끝난 건 아니었다.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위성모사체(모의 위성) 분리 등 총 4개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누리호는 발사 127초 후 고도 59㎞에서 연료를 모두 소모한 상태의 1단 분리에 성공하고 233초 후 191㎞ 고도에서 페어링 분리, 274초 후 258㎞ 고도에서 2단 분리, 967초 후 700㎞ 고도에서 위성모사체 분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누리호의 최종 속도는 초속 7.5㎞였으며 3단 엔진에 의지해 약 9분 간 우주 공간을 누볐다.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우주로 쏘아 올려진 누리호는 발사 장소로부터 남쪽으로 약 1514㎞ 떨어진 공해상에 착지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중국·일본·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00% 국내 기술로 탄생…경제·안보에도 효과 톡톡
누리호의 제원은 길이 47.2m, 직경 3.5m, 중량 200t, 연료탑재량 56.5t, 화물 탑재중량 1.5t 등이이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가 부착돼 있으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돼 있다. 부품 수는 총 30만개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2010년 3월부터 시작돼 올해 10월 마무리됐다. 12년에 걸쳐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됐으며 연구인력은 250명에 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두원중공업·현대중공업 등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발사체 설계·제작·시험·운용 등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지만 경제, 안보, 과학기술 발전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 적용된 기술은 전기 전자·소재·통신·에너지·의료·항공· 건축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터보 펌프 기술을 극저온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박에 활용이 가능하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누리호 발사 성공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 “고부가가치 산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우주 산업은 첨단 과학 기술을 총망라한 집합체라 할 수 있다”며 “한국형 발사체의 이륙 성공은 우리나라를 글로벌 우주 산업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누리호 개발에 약 2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만큼 이번 발사 성공으로 우리 경제가 누리게 될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며 “본격적인 우주 개척 시대를 맞아 우주 산업 선진국으로부터 각종 프로젝트의 협업 제의 등 러브콜이 잇따를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황 교수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는 300여개의 국내 방산 업체들의 협력에서 비로소 탄생한 발사체다”며 “누리호를 통해 우주 산업에 대한 기본적 기술 역량을 갖추게 된 만큼 향후 선진국의 첨단 기술을 흡수하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안보전문가들은 누리호는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고체연료 사용, 발사각도 조정 등의 문제만 해결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사정거리로 둔 군사강국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선제조건도 이미 9부 능성을 넘은 상태다. 이미 차기 정부 시기인 2024년 고체형 우주발사체가 운용될 예정이다.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7월 29일 종합시험장에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고체엔진은 ICBM 등 개발에 있어서 훨씬 유리한 기술이다”며 “핵무기가 없어 ICBM 효용성은 떨어지지만 역내 분쟁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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