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중공략 당한 1억원 이하 APT…420가구 규모 단지서 1년 새 258건 거래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저가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대거 사들이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자기자본이 적게 들고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비(非)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 증가로 집값이 껑충 오르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에게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비 규제 지역 중에서 강원도 원주와 충청남도 아산에서 1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산시에선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거래 건수가 1800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무려 4283건이 거래됐다.
원주시의 1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건도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345건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962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152건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577건 △2020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441건 등으로 매 년 증가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 원주시의 저가 아파트 중에서도 단계동 소재 ‘세경3차’ 아파트의 경우 전체 가구 수는 420가구뿐이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 새에 1억원 이하 매물만 258건이 거래됐다. 원주시 관설동 소재 ‘원주단관청솔8차’ 아파트는 979가구 중 동 기간에 1억원 이하 매물만 177건이 거래되기도 했다.
세경3차 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올 여름엔 매물을 알아보러 다니는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며 “올 추석이 지나고 나서는 정부가 해당 매물을 전수조사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해서 현재는 관망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통 개인이 매입하지만 법인도 상당히 많은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1~3가구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고 평균적으로 2가구 정도씩 매입한다. 이 아파트들은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자들이 갭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매물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재 세경3차 아파트의 420가구 중 법인 소유는 42가구다. 그 중 한 법인은 이 아파트에만 3가구를 소유하고 있었다. 2가구 이상 소유 중인 법인은 앞서의 법인 포함 총 4개 법인이었다.
“월세 보증금이 500만원서 2000만원까지 올라…결국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
피해 사례는 충남 아산에서도 관측됐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소재 ‘배방삼정그린코아’ 아파트는 전체 2156가구 중 1억원 이하 매물이 단 1년 새(지난해 11월~올해 10월)에 무려 537건이 거래됐다. 부동산 관계자는 외지인과 법인이 이 아파트에 원정투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파트 인근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경기도나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며 “개중엔 인터넷 카페로 투자 소식을 공유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투자하러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주단관청솔8차 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저가 아파트가 대량 거래되면서 서민 피해가 심각해진 실정이다”며 “지난해엔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8000만원 초반이었는데 올해 1억2500만원까지 올랐다. 전세는 지난해 7000만원에서 올해는 저렴한 매물이 1억500만원 가량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선 5%밖에 협의점이 없다”며 “계약을 해주지 않고 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을 내쫓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풍선효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무주택 세입자들이었다. 황명희(50대·가명) 씨는 “이 아파트에 들어오려고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보증금을 마련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증금 500만원인 월세 매물이 지금은 2000만원까지 올랐다”며 “나 같은 서민에게 보증금 500만원과 2000만원은 살 집을 구하냐, 못 구하냐의 차이다”고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풍선효과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무주택 서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규제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저가 아파트 투자가 늘어날수록 가격이 오를 것이고 서민 집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다”며 “공시가 1억원 이하에 면적이 60㎡ 이하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니 마치 ‘치외법권’처럼 부동산 정책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일한 해결방안은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결국 정부가 적절한 양의 주택을 공급해주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전체적인 시장의 공급을 늘려 집값이 안정화되면 저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시들해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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