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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던 20·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 등으로 20·30대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20·30대의 비중 감소가 특에 눈에 띌 정도다.
이들 세대의 주택 매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원인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구매)족’으로 불리던 젊은 층 입장에서 볼때 집값이 치솟고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자금 부담 역시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높아진 금리에 ‘내 집 마련’ 허리 휘는 2030세대
부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하려던 A씨(26)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했다. 주택 청약 조건을 충족시켜 당첨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청약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주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A씨는 그후 꾸준히 돈을 모아 집을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턱없이 높은 집값과 대출 이자 등으로 요즘은 아예 엄두 조차 못내는 형국이다. A씨는 “20~30년이 걸려서 빚을 갚아도 당장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돈을 모으고 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한계를 느낀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한 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20·30대의 매입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달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2014건 중 20·30대가 매수한 건수는 499건으로 전체의 24.8%에 그쳤다. 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9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20·30대 매매 건수는 2019년 1월 549건으로 29.06%를 차지한 바 있다. 이후 점차 비중이 늘어 2020년 8월 2777건으로 처음으로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청년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활발하던 지난해 7월에는 2082건으로 44.81%로 치솟기도 했다.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결혼 후 당장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신혼부부 전세 자금 대출’ 등의 방법이 있으나 임대 주택이기 때문에 자가 마련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랑과 신부가 돈을 모아 자가 비용을 마련하기에 본인들의 역량이 미치는 한도에서 대출과 동시에 주택 구매가 가능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가장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행복주택을 나와 자가 생활을 준비 중인 동갑나기 신혼부부 B씨(32)는 높은 부동산 가격 속에서 불가피하게 자기 집을 마련해야 하는 고충을 실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B씨는 “집값이 너무 비싸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자가를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적당한 가격을 찾아 매입하고 말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LTV 완화·청년원가주택 등 ‘진입 장벽’ 낮춰도 효과는 ‘미지수’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상황이 됐다. 20·30대의 위축된 주택 매수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와 ‘청년원가주택’ 등의 젊은 층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매할 때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LTV를 확대했다. 기존 지역별로 50~60%, 60~70% 등 상이했던 대출 가능 비율이 80%까지 늘어난 셈이다. ‘생애 최초’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기존에 집을 보유하던 중·장년층에 비해 사회 초년생인 20·30대가 혜택을 많이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또한 무주택 청년들에게 원가 수준으로 분양주택을 공급해주는 ‘청년원가주택’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매입이 아닌 분양주택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주택 공급량 증가로 얼어있는 주택 매수 심리 등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등 각종 정책에 대해 A씨처럼 집을 새롭게 구하는 2030세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문제는 대출 문턱을 내려 주택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함께 한국은행의 ‘빅스텝’ 등 금리 인상 기조가 젊은 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LTV 완화, 청년원가주택에 이어 금리 인상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는 한 쉽사리 2030세대의 지갑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신혼부부도 본인들의 역량이 미치는 한도에서 대출을 받으면 주택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가장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었다. B씨는 “LTV 완화 등의 정책으로 주택 구매 시의 대출 가능 금액을 늘려주는 것도 원하는 주택 마련에는 도움이 되지만, 넓은 범위로 봤을 때 높은 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주택 구매율 상승에 가장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대책 마련에는 어려움 있어… 급매물 외에는 임대뿐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책을 급하게 마련해 2030세대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집값이나 금리 상승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 당장 해결책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부동산 시장이 굳어있는 상황 속에서 2030세대만을 위한 정책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박 위원은 “그나마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하자면 이자나 집값 등으로 인한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면서 “생애 첫 주택 관련 지원이나 청년 원가 주택 등을 많이 보급해 젊은 층의 자가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2030세대는 부모로부터 분가해 독립을 이룰 나이 대라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계속 자리 잡을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다른 형태의 주택 열풍이 불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침체는 확실하고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지금 주택 구매를 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금리가 오르고 물가를 잡지 못하면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해 구매자의 구매 능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구매자의 능력이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은 끝모를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지금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은 급매물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 외에는 임대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확실한 상황에서는 애초에 주택 구매 자체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높은 집값과 금리로 인해 효율적인 주택 구매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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