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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에는 서비스 변경 6개월 전 고지, 설명 의무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달 16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쳤으며,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간편결제나 은행 체크카드 등의 전자지급수단을 포함한 선불·직불 지급수단은 금소법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연계·제휴 서비스에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여기에 신용카드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시즌제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 등 선불·지급수단은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부가서비스를 출시부터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규제 대상은 모바일 선불·직불 결제를 하는 핀테크(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88곳 등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연계·제휴서비스를 금융소비자한테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변경·축소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소비자보호에 공백이 있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관점에서도 신용카드 등과 규제차익이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핀테크 기업이든 은행·카드사 등 금융사든 같은 금융 기능을 제공한다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무리한 규제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섰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자체가 금융혁신을 가로막지 않는지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협회 대회의실에서 ‘제80회 굿인터넷클럽 행사’ 가운데 ‘금융산업의 동일규제, 간편결제 등의 신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는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허준범 변호사(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지원팀장)은 기존 금융상품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허 변호사는 “선불전자지급 수단은 오히려 자기 돈을 카카오페이 계좌에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이지 신용공여 기능 자체가 없다”며 “동일 기능이 아닌데 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잡음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카카오페이 머니’나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을 이용할 때 연회비를 내지 않으며, 신용공여 없이 고객이 자기 돈을 쓰는 것이므로 신용카드와 기능이 같지 않다는 논리다.
특히 허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규제 신설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서) 핀테크 등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려면 너희도 우리처럼 수백억원의 자본금 진입규제를 준수하고 똑같은 영업행위 규제를 받는 등 다 부담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동일기능 동일규제론 등에 입각해 어떤 규제를 신설할 때 소비자 편익 저해 요인이 없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의 경우, 고객 소비 동향을 분석해 6개월 단위로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비스 변경이 불가피하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자는 631만8000명으로, 2018년보다 82.5% 늘었다. 같은 기간 캐시백 수혜 고객의 비중은 23%에서 32%로 증가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개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위도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혜택임을 분명하게 알릴 경우 규제 대상이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다.
금융위는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혜택이 금소법상 연계·제휴 서비스로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기적·일시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은 시행령 개정 후에도 현재와 같이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전자지급수단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려는 취지”라면서도 “합리적인 지적이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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