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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는 헌법과 법률로 유지된다. 지도자를 뽑고, 임기를 관리하고, 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기준은 모두 법률이다. 살인·강도·절도·사기 등 범죄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도 법률에 근거한다. 심지어 청춘 남녀가 혼인신고를 하는 것부터 자녀 출생신고·이혼재판·사망신고까지 모두 법률에 기초한다. 입법·사법·행정부가 분립된 것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이다.
민주적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한 지도자는 정부와 군대·경찰·법정·국회·감옥 등 국가기구를 통해 한 나라를 통치한다. 국가기구는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강제한다. 때로는 경찰을 동원해 길을 막아 시위를 통제하고, 때로는 검찰이 나서 압수수색을 하기도 한다. 국회에서 법을 제정해 강제로 세금을 걷거나 음주 운전을 두 번 하면 구속시키기도 한다. 물론 계엄령을 선포해 군대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가 없는 나라에서는 이런 분석이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러한 국가의 지배구조를 ‘무력+합의의 복합체’로 파악했다. 하지만 폭력을 합리화하는 공산주의가 태동하고 나서 이런 구도가 깨졌다.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곧 지배계급의 이념’이라는 마르크스의 말대로 지배자들은 권력 재창출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다.
국가기구들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를 적절히 활용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비밀이나 음모를 은폐하거나 왜곡한다. 여기에 동원되는 게 교회 등 종교와 노동조합·가정·학교·정당·언론·예술·스포츠 등이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니코스 풀란차스와 루이 알튀세는 이를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명명했다. 국가가 강압으로만 지배를 영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원하는 외곽 국가기구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은 추구하는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충돌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방송통신위원회 간부들과 MBC 사장이 버티는 한 새로 들어선 윤석열정부와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추구하는 생각, 즉 이념이 전혀 다른 MBC가 윤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 역할을 수행할 의시가 전혀 없기에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도 같은 이유다. 아마,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 역할을 거부한 MBC는 민영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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