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상해.”
진욱의 오피스텔엔 동원이 먼저 와 있었다. 동원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등을 묻고는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대통령 암살 명령이라도 떨어졌냐? 영감은 한 번 한다면 하는 성격이잖아.”
진욱의 농담에도 동원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곧추세웠다.
“이상해. 나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동원에게까지 우룡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진욱과의 연결고리를 뭔가 알아챘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건 그냥 웃어넘길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동원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동원은 마주 앉은 진욱에게 핸드폰으로 녹음파일을 하나 보냈다.
“이걸 내게는 오픈하지 않고 조 비서를 시켜서 이 여자를 잡아오라고 했다는데…. 내게도 여자를 당장 수배하라고는 하면서도 이 파일은 주지 않았어. 나는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녹음파일은 전화 내용이 녹취된 것이었다.
“이보세요 할아버지. 내가 할아버지 목소리가 쌩쌩하게 들어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가지고 있다니까요. 이거 아무 데나 퍼트려도 돼요? 나중에 후회 안 하시겠어요? 내용 아주 심각하던데?”
20대 후반 정도의 여자 음성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영감한테 누가 장난 전화 걸어서 협박하는 건 줄 알았어. 나는 내용은 전혀 몰랐고. 공중전화로 몇 번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 알았는데, 나 몰래 조 비서한테 이 파일을 줬대. 당장 잡아 오라고.”
사실 이제까지 해 오던 것으로 봐서 우룡은 이런 일을 모두 동원으로 통로를 일원화시켰었다. 그런 일에 적합한 사람이 조 비서일지 장 비서일지 혹은 외부 사람일지조차도 동원이 결정했던 상황이었다.
“너와 관계가 있는 일이거나 아니면 네가 이 일을 몰라야 하거나. 그런 거?”
말을 그렇게 했지만 진욱도 그런 게 뭐가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VIP 문제라면 나를 못 믿어서 그런가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이런 사소한 걸 내게 숨기는 이유가 뭘까? 진짜 카세트테이프에 뭔가 있는 건가?”
“네가 직접 접촉해 봐. 카세트테이프가 진짜 있긴 한지, 있다면 거기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그럼 답 나오겠네 뭐.”
그제야 동원이 쓴 웃음을 웃었다.
“결국은 카세트테이프 내용을 내가 몰라야 했다는 결론이네.”
“아직 다른 움직임은 없어?”
동원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훈, 정보원 쪽 자료 보니까 재밌는 게 나오던데? 미국서 오래 유학했던 사람이 언제 또 시골 깡패들하고 어울렸는지, 깡패 죽은 일로 그 부모가 뒤처리한 흔적이 있더라고. 영감이 다시 눌러 덮긴 했는데 그 샌님이 깡패하고 놀았더라고. 웃겼어.”
“그 자료 내게 보내 놔.”
씻고 나온 진욱이 냉장고에서 맥주 하나를 꺼내 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이환석이라고 아시죠?”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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