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권현원·신성수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자 매물이 실종됐고 하루가 다르게 집값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깡통 전세와 역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집값 하락으로 급매물이 거래되자 일부 대단지에서는 동네 집값을 해친다는 이유로 급매물 거래자에게 보복성 발언과 행동을 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퍼지기도 했다.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넘어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이 어려워지면서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세 하락장에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난항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에서 분석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과 월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매번 최저치를 기록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2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7주 연속으로 하락하며 6개월 넘게 내리막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9월21일 마포구 ‘염리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4㎡ 호실은 8억 원에 중개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1년 전 15억45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집값이 반토막 난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면적 84㎡ 호실은 올해 6월 당초 평균 시세였던 31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6억 원에 거래됐다. 이와 관련해 해당 거래들이 친인척 간에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으나 정상적인 거래로 확인됐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판매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빠르게 매물을 내놓았으며 구매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등 판매자와 구매자의 엇갈린 생각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대출을 통해 집을 구했던 젊은 층들이 많아 젊은 층의 성지로 불리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에선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거주자들이 집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부동산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재건축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논란의 중심이었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과 윤석열정부 공약으로 꼽히던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정책이 이와 관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 특별법 관련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기존 공약과 다르게 해당 법안과 정책의 발표가 늦어지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믿었던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면서 1기 신도시의 집값 하락은 가속화됐다. 재건축을 믿고 집을 팔지 않던 사람들도 공약 이행이 미뤄지자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매물만 늘어나고 거래는 되지 않는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이에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동네 주민들 간의 갈등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연말 급하게 재건축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부동산 시장 완화 정책으로 민심을 잡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숨통을 트게 할 정책들을 꺼내놓았지만 굳게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 지속되며 겨울 이어질 것”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시장을 두고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금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매매와 전세 대출의 어려움이 기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막는 원인이라는 얘기다.
또한 집값의 하락 또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월29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앞으로의 주택 시장 침체는 2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수도권 지역 기준으로 내년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3~4%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한파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중 재건축 관련 법안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련 정책을 손봄으로써 노후 단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이를 통해 주택 거래 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안전진단 완화를 통해 다양한 단지의 재건축을 원만하게 만들며 새로운 주택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거래의 활성화를 만들어내며 조금씩 거래량을 늘려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만을 위해 높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금리를 제외하고 사람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할만한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업게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금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어떤 정책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으로 부동산 침체의 해소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을뿐더러 기본적인 집값의 하락 흐름은 길게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지금보다는 좋은 상황이 올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경기 흐름 자체는 긍정적이진 않고 경제 침체가 겹칠 경우 큰 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이어 “내년 주택 시장의 경우 금리로 인한 침체는 이어지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미분양주택은 늘어날 것이며 많이 올랐던 지역일수록 더 큰 폭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역별로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위원은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격하게 맞아 사람들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2023년에도 침체가 이어지겠지만 비교적 적응하는 사람이 많아 타격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이어 “주요 도시들의 집값이 하락하며 주변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주목 받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전체적인 침체 시장 속에서 주목 받는 외곽 지역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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