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9월 주식시장 전망치 예상에서 눈높이를 한껏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부동산발(發) 리스크,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우려 등이 주식 투자 매력을 악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반도체·엔터·정유업 등에 속한 종목을 기대주로 꼽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9곳이 최근 전망한 9월 코스피지수 예상 변동 폭(밴드)은 2400~2700 사이로 집계됐다. 1일 종가(2563.71)와 비교해 상단 폭은 5.3% 높고 하단 폭은 6.4% 낮다. 8월(-2.9%)에 이어 9월에도 박스권 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별로 △한국투자증권 2500~2700 △교보증권 2450~2700 △키움증권 2450~2680 △다올투자증권 2440~2660 △KB증권 2460~2660 △삼성증권 2450~2650 △신한투자증권 2400~2650 △현대차증권 2440~2620 △NH투자증권 2458~2595 등의 순으로 컸다.
증권사들이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둔 이유는 부동산 위기에 따른 중국의 내수경기 부진 등이 우려돼서다. 수출기업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18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66억 달러) 대비 8.4% 줄었는데 중국 수출 감소율이 -20%로 가장 컸다.
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예상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5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44조3218억 원으로 1개월 전과 비교해 1.6%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236곳 기준)도 42조114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1% 줄어든 상태다.
강민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9월 주식시장은 투자심리를 위협하는 불안요소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횡보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글로벌 투자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높은 물가환경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소비가 약화하는 것은 실적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8월 말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 긴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33.5%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코스피와 나스닥이 부진했던 달이 바로 9월이고 9월 FOMC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패턴도 출현했다”며 “결론적으로 지수 하방 경직성은 확보한 상태이지만 FOMC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성 등 상단에 제약적인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9월 주식시장은 4분기를 위한 방향성 탐색 구간을 이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주가 횡보세 전망에도 증권사들은 주식 매수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고금리 환경 하에서 할인율 부담을 이기고 매출·이익률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분야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해당 업종으로는 △반도체(기존 주도주 내 차별화) △제약·바이오·인터넷(소외됐던 성장주) △정유·항공·면세점(저평가 턴어라운드주) 등을 꼽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식시장의 주도주는 반도체와 2차 전지인데 이 중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턴어라운드 기대감 개선 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될 수 있는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며 “성장주 중에서는 주도주에 합류하지 못하고 소외된 기간이 길었던 헬스케어·인터넷·IT 분야 중 모멘텀이 있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돈의 흐름을 유인할 수 있는 산업이 상승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낙폭과대주 및 유가 상승 수혜주(정유·조선) △중국 인바운드 소비주(화장품·의류·면세점·카지노·엔터) △정부 재정투자 관련주(AI·바이오·보안)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낙폭과대 측면에서 8월 수익률을 보면 화학·정유·철강 등 경기민감 업종이 부진했는데 전반적으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선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며 “정유와 철강은 유가 상승, 신사업 확대 등 개별 모멘텀을 바탕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8월10일 중국의 한국행 단체여행 허용으로 화장품·의류·면세점·카지노·엔터 등 해당 범주에 속한 산업군의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며 “단기 급등을 이유로 추가 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지만 공매도 대상이 아닌 중소형 종목이나 개인 순매수가 꾸준히 유입되는 기업은 완만한 속도의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3분기 실적시즌으로 가면서 ‘투자 경기민감주’가 주도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KB증권은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반도체 △엔터·레저 △로봇·우주 등을 꼽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자본재 수출이 반등하기 전 IT위주로 주가가 오른다”며 “연말·연초로 갈수록 자본재 수출의 감소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과거 수출과 주가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주가가 한 분기 먼저 움직였고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유지해도 겨울부터 그 폭을 조금씩 축소한다면 가을에는 주가가 먼저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엔터 업종과 반도체 장비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며 “배당주는 4·9·12월(배당락 전까지) 시장을 이기는 계절성이 강한데 과거 비금융 배당주는 방어주가 많던 것과 달리 경기 민감 배당주도 많아졌으므로 실적 턴어라운드와 주주환원의 교집합에 있는 경기 민감 배당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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