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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당신만 모르는 이승만 인간미의 진면목
그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70대 할아버지
김활란 구두 속에 개구리 넣는 귀여운 장난도
밤이면 “나라 구해 달라” 기도하던 찐애국자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2 06:31:00
  
지난주 언급했던대로 단행본 ‘6·25와 이승만: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기파랑·2010)는 전쟁 중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 일지로 훌륭하다. 그걸 숫제 조선시대의 ‘승정원 일기’에 비유한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내용이 딱딱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기록자가 프란체스카 여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관찰이 적지 않고, 그걸 통해 우린 인간 우남의 진면목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우남이 피난지 대구에 머물던 1950년 9월. 헬렌 킴이란 여성이 관저에 잠시 들렀을 때다. 헬렌 킴이 돌아가려고 현관에서 구두를 신다가 질겁했다. 꿈틀하면서 개구리가 튀어 올랐기 때문이다. 그 여성이 돌아간 뒤에 대통령은 웃으면서 “마미, 누가 장난했는지 아무도 모르겠지?” 했다. 이 장면에서 부부가 웃음을 참느라 배꼽을 쥐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판인데, 그럼 헬렌 킴이 누굴까?
 
당시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이다. 추정컨대 그 자리는 김활란에게 전시 공보처장직 을 맡아 달라고 하는 미팅 자리였다. 그런데도 당시 75세의 우남은 그런 짓궂은 장난을 벌였을 정도로 천진난만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시 우남의 임시 관저는 경북도지사 사택이었다. 시간 날 때면 도지사 아들 둘과 어울려 딱지 치고 종이배 접어 가며 신나게 놀았다.
 
그 광경을 목격한 도지사 부인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쩔쩔매자 우남은 “쉬잇!” 하며 부인의 등을 떠밀더란다. 이런 얘기도 있다. 어느 날 경호원도 없이 혼자서 대구 시내로 나가더니 나중에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마미, 참외 한 개 덤으로 얻으려다가 나 순사한테 잡혀갈 뻔했어.” 
 
스토리는 이렇다. 시장통에서 참외 한 봉지를 샀는데 장사꾼이 대엿 개 집어 주더란다.
우남이 “하나만 더 주슈”하면서 좌판에서 하나 더 집어들려는 찰나 장사꾼이 손을 붙잡았다. “노인네라서 더 드렸는데, 또 달라구요? 순사한테 잡혀갈 소리 마슈.” 
글쎄다. 이걸 좌파들이 보면 우남을 국사를 등한시하는 노망난 노인이라고 할까? 택도 없다. 당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우남은 밤이면 울음 섞인 기도를 올리며 자신을 추스렸다. “주여, 이 미련한 늙은이에게 용기와 지혜를 불어넣어 주시옵소서.”
 
실제로 ‘6·25와 이승만’를 보면 경이롭다. 우남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 그리고 당신이 아들처럼 생각했던 릿지웨이 장군 등과는 서로 존경하고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전쟁 내내 우남이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미 장성들을 상대로 벌였던 기 싸움과 밀당을 보면 숨이 막혀 온다. 전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휴전 등 전후 처리 문제를 보면 6·25 전쟁은 결국 우남이 혼자서 치렀던 전쟁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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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의 핵심은 인간 이승만이다. 그걸 새삼 보여 주는 일화가 당시 총각이었던 주한 미 대사 존 무초와의 사이에 얽힌 얘기다. 전쟁 초 무초는 우남을 우습게 봤다. 실제로 부산 피난 시절 그는 우남에 대해 “언제 갈지도 모르는 힘없는 노인네”라고 뒷담화했고, 그게 우남의 귀에 들어왔다. 그때가 1951년 미국이 우남을 실각시키고 장면 옹립을 모의하던 바로 그 무렵으로 추정된다.
 
어느 날 우남이 뜻밖의 복수극을 벌였다. 무초는 물론 밴플리트 장군 등을 초대해서 진해 앞바다 낚시를 제안한 것이다. 순식간에 풍랑에 작은 나뭇배가 흔들리면서 사람들은 배멀미로 난리였다. 특히 무초는 토하느라고 바지 전체를 흠뻑 적셨을 정도다. 그때 우남이 녹초가 된 무초 등짝을 토닥토닥 두드려 줬다. “당신은 나이 많은 나보다도 약하구려.”
 
궁금하다. 70대 우남은 어떻게 멀쩡했던 걸까? 예전 독립운동 시절 우남은 경비를 절약하려고 요금이 싼 배를 타고 하와이에서 샌프란시코항까지 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때 열흘간 거센 풍랑 속에서 버티는 지옥 훈련을 그는 이미 마친 것이다. 거기에 타고난 체력도 좋았으니 “독립에 미친 늙은이” 소리를 들어 가며 수십  년 동안 확신에 찬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희한하게도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줄곧 당당한 무국적자 신분으로 지냈다. 미 국무부는 우남에게 비정규 여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갱신하고 어쩌고 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니 그냥 시민권을 주겠다고 제안해도 그는 거부했다. 다음은 프란체스카의 증언이다. “남편의 대답은 한결같이 ‘한국이 독립할 것이니 기다려 주시오’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고백 앞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남편의 조국 독립에 대한 신념과 그 누구도 범할 수 없는 특유의 위엄에 언제나 압도당하곤 했다.”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본 뒤 “그동안 저런 분을 오해해서 너무 죄송하다”는 반응이 수두룩하다. 나의 경우 우남과 1950년대를 새로 공부하면 할수록 그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그런 우남을 하와이 깡패라고 부르고, 박정희를 스테이크박이라며 조롱했던 12년 전 동영상 ‘백년전쟁’을 만든 패거리들은 뭐지? 좌빨에게 하늘의 저주가 있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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